[현물 ETF 승인, 국내 영향은]④허용한 美도 "투기적 자산" 경고
금융당국, 기존 증시 자금이탈까지 전반적인 자본시장 영향 고려해야
ⓒ News1 DB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미국 시장에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거래가 시작됐지만, 국내에선 투자에 제동이 걸렸다. 금융당국이 현행법상 국내 증권사를 통한 가상자산 거래는 불법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국은 표면상 법 위반 소지를 들며 거래를 보류했으나, 코인 투기 광풍 우려부터 기존 주식시장 자금이탈까지 전반적인 자본시장 영향을 고려하느라 결정에 신중한 분위기다.
지난 14일 금융위원회는 보도참고 자료를 통해 "당국은 비트코인 현물 ETF의 발행이나 해외 비트코인 현물 ETF를 중개하는 것은 기존 정부입장과 자본시장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음을 밝힌 바 있다"며 "미국은 우리나라와 법체계 등이 달라 미국사례를 바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금융위는 "이 문제는 금융시장의 안정성, 금융회사의 건전성 및 투자자 보호와 직결된 만큼 이를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당국은 국내 증권사가 해외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중개하는 것 자체에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자본시장법 제4조는 ETF 등의 기초자산으로 금융투자상품, 통화, 일반상품 등만을 나열하고 있다. 기초자산 목록에 가상자산이 존재하지 않아 중개 대상이 아니란 것이다.
국내에서 증권사를 통해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를 거래하려면 자본시장법을 바꾸거나 유권 해석을 받아야 한다.
당국은 가상자산 투자의 제도권 편입에 신중한 입장이다. 겉으로는 법 위반을 보류 사유로 들었지만, 비트코인 ETF 도입으로 인해 우리 자본시장에 끼칠 영향이 클 것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첫 코인 광풍이 불엇던 지난 2017년, 정부는 신규 투자자의 무분별한 진입에 따른 투기과열을 막겠다며 제도권 금융회사의 가상통화 신규 투자가 투기심리를 자극하지 않도록 금융기관의 가상통화 보유·매입·담보취득·지분투자를 모두 금지했다. 당시 투자자 보호, 거래 투명성 확보 조치 등 요건을 갖추지 않고선 거래가 이뤄지지 않도록 하겠다고도 공언했다. 이번 당국 판단도 이에 기반해 이뤄졌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과거 가상자산 시장에서 벌어진 투기판의 재현이다. 지난 2017년과 2020년,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투자 열풍이 불면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관심과 참여가 급증했다. 국내에서는 이른바 '김치코인'으로 불리는 정체불명의 가상자산이 쏟아졌고, 일확천금을 노린 투자자들이 몰렸다. 투기판이 된 코인 시장에서 수십억을 번 사람도 잃은 사람도 생겼다. 대규모 사기도 잇달아 벌어졌다.
가상자산에 대한 경계는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가 시작된 미국에서도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개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은 "비트코인 및 가상자산과 가치가 연결된 상품에는 수많은 위험이 있으니 투자자들은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비트코인은 주로 랜섬웨어 자금 세탁, 제재 회피, 테러 자금 조달 등 불법 활동에도 사용되는 투기적이고 변동성이 큰 자산"이라고 경고했다.
주식시장 자금 이탈로 우리 증시가 흔들릴 수 있다는 가능성도 거론된다. 증권사 계좌로 거래하는 만큼, 추가 자금이 대거 유입되기보다는 한정된 파이에서 자금이 나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당국 관계자는 "자본시장은 기업의 자금조달이라는 기능을 하고 있는데, 자금이 가상자산 쪽으로 몰리면 자본시장의 수요 기반이 떨어지게 된다"거 말했다.
부정적 영향을 감수하고 비트코인 현물 ETF를 도입하기엔 실익이 적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에 논란이 된 상품이 비트코인만 담은 ETF인 만큼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계좌만 개설하면 쉽게 거래할 수 있다. 증권사를 통한 거래가 안정성이 높긴 하나, 개인 투자자로서는 수수료와 22% 세금까지 내고 옮길 유인이 없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금융투자업자를 통한 가상자산 거래는 개인 투자자보다는 수수료를 내고 안정적인 기업 투자자의 관심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seunghee@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