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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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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에 뜨거운밥 나누는 탄경스님…"안 해보면 좋은 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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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지원·해외 교육 후원 활동도…"우리가 받은 것 돌려줘야"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천만명에게 밥을 주고, 천만명이 공부하게 해주고, 아픈 사람 천만명이 나을 수 있게 돕는 게 제 소원이에요."

노숙인, 독거노인 등 힘들고 외로운 이웃을 위해 매주 뜨거운 밥을 제공하고 있는 사단법인 다나 회장 탄경스님은 "내가 사람이 좀 덜떨어졌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다나는 '다함께 나누는 세상'을 줄인 표현이다.

다나는 매주 화요일 오후 대한불교조계종 총본산인 서울 종로구 소재 조계사 마당에 밥차를 설치하고 국을 끓여 노숙자, 독거노인 등 소외된 이웃들에게 따뜻한 밥을 나눠준다. 한 달에 쌀 1t 정도를 쓴다고 한다. 밥 한 공기에 쌀 100g이 필요하다고 가정하면 한 달에 1만명을 먹이는 셈이다. 83년간 남짓 밥차를 운행해야 1천만명에게 밥을 줄 수 있다.

탄경스님은 "천만이라는 숫자는 가장 많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면서 "종교적 관점에서 생각하면 이번 생이 아니라 다음 생에도 끝까지 이런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밥차를 찾아간 이달 2일 오후 추운 날씨에도 나이가 지긋한 이들이 2시간 전부터 근처에 모여 배식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연합뉴스

소외된 이웃 위한 저녁 준비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재 조계사 앞마당에 설치된 급식 차에서 사단법인 다나 관계자가 소외 계층에게 제공할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이들이 한 끼의 배고픔만을 달래기 위해서 오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나이가 지긋한 한 여성은 손가락 하트를 보여주며 "스님 뿅뿅 사랑해요"라고 넉살 좋게 농담을 건넸고 탄경스님은 "아이, 그건 난 안 돼"라며 웃으며 답했다.

음식을 받는 이와 주는 사람 사이에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뜨거우니까 조심해서 드셔요" 등 서로를 배려하는 대화가 이어졌다.

식재료는 십시일반으로 마련된다.

전국 각지에 있는 탄경스님의 도반(함께 도를 닦는 벗)이나 다나의 활동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쌀, 음식, 돈을 보내준다. 쌀은 법당에 올라갔던 것을 나눠주기 때문에 수확한 지 1년 미만의 것이라고 한다.

이날은 탄경스님의 고교 시절 친구가 작년에 모친상을 당한 후 49재를 마치면서 제사에 올린 과일을 가져와 직접 나눠주고 있었다.

나눔은 한번 시작하면 씨앗을 뿌리는 것처럼 이어진다는 것이 탄경스님의 지론이다.

연합뉴스

음식 나눠주는 탄경스님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재 조계사 앞마당에서 사단법인 다나 회장인 탄경스님이 음식을 나눠주고 있다.


그는 수년 전 탑골 공원에서 급식 활동을 할 때 수혜자 중 한명이 5만원을 주고 간 것을 기억에 남는 일로 꼽았다.

"고물을 주워서 파시는 분이었어요. 어느 날 목욕탕 철거하는 곳에서 종일 고철을 모아서 돈을 조금 벌었다면서 '나눔에 보태겠다'며 돈을 주고 갔어요. 아! 이게 바로 필요한 활동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날 음식을 나누는 현장에는 남녀노소가 손을 보탰다.

2015년 네팔 지진 때 탄경스님과 함께 봉사활동을 갔던 초등학생이 어엿한 청년이 되어 함께 하는 것이 눈길을 끌었다.

탄경스님은 "(나누는 것은) 습관이다. 해 본 사람이 안다. 안 해보면 이런 게 좋다는 것을 모른다"며 "젊은이들을 이런 데 끌어들여서 같이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탄경스님의 초기 나눔 활동은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시작됐다.

그는 스리랑카에 머물다 2007∼2008년 귀국한 뒤 소임지에서 가까운 경남 창원시의 이주 노동자를 지원하는 활동을 벌였다.

스리랑카 스님을 모셔 와 스리랑카 출신 노동자를 위한 법회를 하도록 주선하고, 이주노동자에게 휴식 공간을 제공하거나 음식, 옷 등을 나눠주기도 했다.

그때 이런 활동을 시작한 이유를 묻자 받은 것은 다시 베풀며 사는 것이 상식이라고 했다.

"우리가 지금 조금 잘 산다고 방정을 떨고 있어요. 하지만 1945년 무렵 세계 최빈국 중 하나였죠. 살만해지니까 외국인 노동자들을 끌어들여서 좋지 않은 일을 하기도 했어요. '사장님 나빠요'라는 말도 유행했잖아요. 이제 우리가 옛날에 (타국으로부터) 받았던 것들을 돌려줘야 합니다."

다나는 매주 금요일에는 노숙인을 찾아다니며 음식을 나눠준다. 이주노동자 지원 활동에도 수시로 참여한다.

네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거나 스리랑카, 미얀마 등에서 각종 후원 사업을 하는 등 해외 나눔 활동도 벌인다.

연합뉴스

밥차 앞에 선 탄경스님
촬영 이세원


탄경스님은 이런 활동이 승려로서 삶의 본질에 대학 자각과 맞닿아 있는 것이며 자랑할 일도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다.

"내가 중이 된 것은 누군가를 위해서예요. 부처님이 그렇게 (승려가) 됐죠. 그런데 우리(승려)는 경제활동을 안 하면서 신도들 돈으로 먹고살잖아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죠. 깨달음이라는 게 어디 따로 있습니까."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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