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기념회 예고한 김상민 검사
대검 감찰서 경고 받은 후 사직
화난 총장 “책 쓴 시점부터 감찰”
金 검사 재감찰 끝에 중징계 청구
지난달 28일 법무부에 사직서를 낸 김상민 대전고검 검사가 지난 9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시청 프레스룸에서 22대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창원=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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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대검은 지난 12일 법무부에 김 검사 등 2명에 대해 중징계를 청구했다. 김 검사 처신이 논란이 된 것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부터다. 김 검사가 추석 연휴 지인들에게 보낸 “지역사회에 큰 희망과 목표를 드리는 사람이 되겠다”, “저는 뼛속까지 (경남) 창원 사람” 등 문자 메시지를 놓고 고향 출마를 시사했다는 논란이 벌어진 것이다.
당시 대검은 감찰에 즉각 착수했지만, 김 검사는 “정치와 무관한 안부 인사”라는 취지로 해명했고 받아들여졌다. 대검 감찰위원회는 김 검사에 대해 상대적으로 가벼운 ‘검사장 경고’를 지난달 28일 의결했다. 그러나 김 검사는 징계가 의결된 당일 법무부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출판기념회를 예고하는 페이스북 게시글을 썼다가 삭제하기도 했다.
이원석 검찰총장.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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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총장은 격노했다. “비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엄중하게 자체 감찰을 진행하라”고 지시했다. 대검은 즉시 김 검사 등에게 직무배제 조치하고 타 검찰청으로 발령했다. 이 총장은 “김 검사가 책을 쓴 시점까지 면밀히 살펴보라”며 감찰위에 구체적인 주문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책의 제작 기간과 출판기념회 준비 과정 등을 감안하면 김 검사가 이미 상당 기간 전부터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었던 것 아니냐고 판단한 것이다.
이 총장은 검찰 안팎에서 원칙주의자이자 소신이 강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인사청문회에서도 “집권 동안 ‘감찰총장’이란 말을 듣고 싶다”고 할 만큼 청렴과 공직자의 올바른 자세에 대해 언급했다. 평소에도 “검사는 자신의 손이 깨끗해야 다른 사람 단죄할 수 있다”는 지론을 강조하고 있다. ‘제식구 감싸기’라는 비판만큼은 피하고 싶은 것이 이 총장의 생각이라고 검찰 내부에서는 보고 있다.
이 총장은 최근 ‘국민으로부터의 신뢰’를 화두로 제기 했다. 올해 신년사에서는 “국민의 신뢰를 쌓는 것은 우공(愚公)이 산을 옮기는 것만큼 어려우나, 그 신뢰가 무너지는 것은 손바닥 뒤집는 것만큼 한순간”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현재 전 정권과 야권을 겨냥한 다수 수사와 재판을 진행 중이다. 대장동 개발 특혜 비리 의혹 등으로 이 대표가,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으로 송영길 전 대표가 각각 기소되면서 민주당 전·현직 대표 모두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대선 개입 여론조작’ 의혹으로도 일부 민주당 인사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일부 검사의 처신으로 진행 중인 검찰 수사가 ‘정치 탄압’의 성격으로 비칠까 우려했다는 관측도 있다.
백준무 기자 jm10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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