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총리 "신속 입법"…1월 국회 겨냥 압박
과반 야당 "숙제부터 해와라" 협조의사 없어
업계 '경영 위협' 내세워 유예입법 필요성 강조
산재사망 과반, 중소사업장서 발생하는 게 현실
과반 야당 "숙제부터 해와라" 협조의사 없어
업계 '경영 위협' 내세워 유예입법 필요성 강조
산재사망 과반, 중소사업장서 발생하는 게 현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1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경제부총리 초청 중소기업인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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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인 미만 중소사업장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2년간 추가 유예하는 입법이 무산됐지만, 정부는 국회를 상대로 유예 입법을 공개적으로 꾸준히 압박하는 양상이다. 법 시행 전까지 남은 10여일간 국회가 결단하라는 것이지만, 상황이 녹록치는 않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지난 11일 중소기업중앙회를 찾아 "국회는 법이 전면 적용되는 1월 27일 전까지 신속한 입법 처리를 해 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발언했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같은 날 정책방향 브리핑에서 "중소기업 현장에서 준비가 안된 것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임시국회에서 유예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틀 전인 9일 '12월 임시국회'의 마지막 본회의에서는 해당 입법안이 상정도 되지 못했다. 따라서 2021년 법 시행 때 3년 유예를 적용받았던 50인 미만 사업장도 이달 27일부터 중대재해법 준수 의무를 지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정부는 하지만 국회를 지속 압박한다. '1월 임시국회'를 염두에 둔 행보다. 여야는 이날 15일부터 25일간 임시국회를 개회해, 잠정적으로 이달 25일과 2월 1일에 본회의를 열기로 합의했다. 전면 시행 이틀 전인 25일 본회의가 열리고, 이때 유예 법안이 처리될 가능성을 감안한 셈이다.
본회의 무산 당일 "83만7천 영세 중소기업의 현실적 어려움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국회를 비판한 정부가 "법 전면 시행 전까지 적극적 개정안 논의와 신속한 입법 처리를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유화적 메시지를 동시에 낸 배경도 1월 국회에 대한 기대로 해석된다.
1월 임시국회, 정부 뜻대로 움직여줄까
1월 임시국회 본회의. 윤창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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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총선 목전의 정치판에서 정부 기대를 충족시킬 만한 긍정적 신호는 잡히지 않고 있다. 본회의 외에도 법사위 등 입법 관문마다 과반 의석의 야당 협조가 절실하지만, 민주당은 "공식 사과 등 숙제부터 제대로 해와야 협의할 수 있다"(윤영덕 원내대변인)며 선을 긋고 있다.
지난해 말 정부는 향후 2년간 1조2천억원을 투입해 중소사업장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지원하는 등 '중대재해 취약분야 기업지원대책'을 유예 입법의 조건으로 발표했다. 이에 "중대재해 감축로드맵, 정부 예산안 등에 발표됐던 재탕·삼탕 대책"(민주노총)이란 비판이 나왔고, 민주당도 "더 진전된 안을 갖고 오라"고 일축했었다.
3개월 뒤 총선의 선거구획정안, 여당이 주력하고 있는 '쌍특검법' 재표결, 야당이 추진 중인 양평고속도로 국정조사 등 첨예한 쟁점 현안 속에서 유예 입법안 처리가 우선순위를 확보해낼지도 미지수다.
여당 출신이 아닌 김진표 국회의장이 직권상정 등 무리수를 둘 여지도 없다. 특히 국회의장은 지난달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유예 입법안은 해당 사업장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에 부합하지 않으므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공식 의견도 접수한 상황이다.
중소기업 경영자도 중대재해 형사책임
유예가 최종 무산돼 중대재해법이 중소사업장까지 전면 시행되면, 2022년부터 법을 적용받은 50인 이상 사업장과 마찬가지로 중소사업장 경영책임자도 사망 등 중대재해에 대해 처벌된다. 사망자 1명 이상 또는 6개월 이상 치료받아야 하는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했을 때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지난해 말까지 법 시행 2년간 중대재해법 위반 경영자는 12명이 재판에 넘겨졌고, 1심에서 모두 유죄로 판결됐다. 이 가운데 한국제강의 대표이사는 대법원에서 징역 1년 실형이 확정됐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사업장의 경영자는 처벌 부담이 크다는 게 업계 우려다. 경영 공백으로 이어져 폐업까지 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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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중앙회는 자체조사를 통해 업계 목소리를 잇따라 발표했다. 500개사 대상 지난해 4~5월 조사에서는 50인 미만 중소기업의 40.8%가 시행일에 맞춘 의무사항 준수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892개사 대상 8월 조사에서는 50인 미만 중소기업의 80.0%가 법 시행에 준비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모법인 산업안전보건법조차 지키기 빠듯한 중소사업장에 중대재해법까지 적용하는 게 과중한 형사책임 부과라고 비판한다. 중대재해 발생시 기존 산업안전법으로도 사업주 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중소사업장 근로자 안전 훨씬 취약
반면 노동계는 현행법 준수가 옳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2021년 1월 법 제정 때 이미 1년(50인 이상 사업장)과 3년(50인 미만 사업장) 유예 기간이 부여됐으니 충분하다는 것이다. 법의 안정성이 저해되는 데다, 중소사업장 노동자들의 안전이 위협받게 된다는 이유다.
노동계는 중소기업중앙회의 지난해 현장조사 통계도 편향적이라고 여긴다. 당장 4~5월 조사는 거꾸로 59.2%라는 '과반 응답자'가 중대재해법 준수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낸 것이 된다. 이를 감안하면 4~5월 조사와 8월 조사 결과가 사실상 어긋나는데, 8월 조사는 회사임원 등 특정 표본에 집중돼 균질성이 떨어진 탓이라는 지적이다.
산업안전법에 중대재해법까지 처벌이 과중하다는 주장은, 사안의 중대성에 따라 형법 외에 특정범죄가중처벌법 등을 달리 적용해 가중처벌하는 현행 사법체계상 딱히 타당하지도 않다. 그나마 중대재해 처벌마처 솜방망이라는 반론이 이어진다. 최근 2년간 선고된 중대재해법 위반 사건 중 한국제강을 빼면 나머지 11건이 모두 집행유예로 선처됐다.
핵심적인 지적은 중소사업장의 산재 사망자가 훨씬 많고, 생명 보호의 필요성도 훨씬 절실하다는 것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최근 공표한 '2022년 산업재해 현황분석 연보'에 따르면 2022년 업무상 재해 사망자 2223명 가운데 61.7%인 1372명이 50인 미만 중소사업장 근로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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