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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국회의원 이모저모

[기자수첩] 한동훈식 '물갈이'에 떠는 의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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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몇 선 이상 나가라는 건 상황에 따라 다르지 일률적으로 말할 문제가 아니다. 출마해서 이길 수 있는 분들, 명분 있는 분들은 (총선에) 나가셔야 한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부산에서 열린 현장 비대위원회의에서 총선 공천관리위원회 구성안을 의결한 뒤 이같이 밝혔다. 한 위원장은 "공천 시스템은 룰로 정해져 있고 룰에 맞출 것이다. 이기는 공천, 설득력 있는 공천, 공정한 공천을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현역 의원들의 불안감은 해소되지 않는 분위기다. 한동훈 비대위 출범 뒤 국민의힘 의원들은 '물갈이론'에 떨고 있다. 매 총선마다 물갈이는 있었다. 이번에 유독 의원들이 긴장하는 이유는 한 위원장 때문이다.

한 위원장은 스스로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가 이른바 '여의도 문법'에 익숙지 않고 오히려 이에 저항하고 있는 점도 의원들을 불안케 한다. 한 위원장은 당내 인맥이 거의 없다. 공천 실무를 챙길 사무총장에 중진을 기용해온 전례를 깨고 초선 장동혁 의원을 파격 발탁했다.

한 당내 인사는 "외부인이 공천하는 게 더 무섭다. 평소 알던 사람은 타협이나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지만 외부인은 가차없이 칼을 휘두를 수 있다"며 "선수를 신경쓰지 않는단 건 오히려 어떤 '안배' 없이 선수를 보지 않고 자르겠단 것으로 해석된다"고 했다.

문제는 누굴 내치는냐다. 공천이 시스템화되지 않은 한국 정치 상황에선 의정활동을 열심히 한 의원들도 '물갈이' 걱정에서 자유롭지 않다. 의정활동이 곧 공천으로 연결되지 않으니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기보다 '생계'를 위한 줄 대기에 급급하기 쉽다. 1987년 민주화 후 9차례 국회의원 선거에서 각 정당이 30~40% 수준의 '공천 물갈이'를 했지만 국회 수준이 갈수록 높아졌냐는 물음엔 누구도 고개를 끄덕이지 못한다.

실력과 경륜을 갖춘 베테랑 의원들을 세대교체란 명분 아래 모조리 도매금으로 내쳐선 안 된다. 새 얼굴만을 내세우는 이미지 정치의 한계는 그간 충분히 드러났다. 한 정치권 인사는 "오픈 프라이머리를 도입한 미국은 현역 물갈이 비율이 우리보다 현저히 낮지만 국회의원 수준이 훨씬 높다"며 "국회의원들이 당대표가 아닌 국민 눈치를 보면서 일하도록 공천이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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