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등 국가보안법 위반 범죄를 수사하는 권한인 '대공(對共) 수사권'이 지난 1일부터 국가정보원에서 경찰로 완전히 이관됐다. 사진은 관련 부서가 들어설 예정인 경찰청 세검정로 별관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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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이 경찰로 완전히 넘어갔지만, 경찰의 인사 발령과 시설 보안 조치가 완료되지 않아 대공 수사력이 완전히 가동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정원법이 개정된 것은 지난 2020년 12월로, 시행까지 3년 간의 유예 기간을 뒀는데도 기본적인 준비조차 마무리되지 않은 셈이다. 이로 인해 경찰의 대공 수사 역량과 의지가 다시 도마에 오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개정법에 따라 국정원의 이첩 대상 사건 및 관련 자료는 올 1월1일을 기점으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 산하 안보수사단으로 넘어갔다. 다만 제주·창원간첩단 수사처럼 사안에 따라 지방청 소속 안보수사대에 이관하는 것이 불가피한데 이런 과정에서 시설의 보안 상 미비점이 드러났다고 관련 사안에 밝은 복수의 소식통이 11일 전했다.
한 소식통은 중앙일보에 "사건 관련 자료를 일부 시·도 경찰청으로 이관하는 과정에서 보안 미비점이 확인돼 국정원 측에서 자료 이관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국정원이 지난해 말 경찰로 이첩한 사건은 370여 건에 달한다"며 "일부 시설의 보안이 국정원이 요구하는 수준에 부합하지 않아서 보완 작업을 진행했으며, 지난달 초부터 준비가 된 시설을 중심으로 자료 이관이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정원과 경찰이 지난해 1월 18일 오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제주평화쉼터를 압수수색하는 모습.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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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대공수사 컨트럴타워가 들어선 경찰청 세검정로 별관(옛 홍제동 대공분실)은 관련 보안 조치가 완료됐지만, 일부 시·도 지방경찰청 산하 안보수사대가 2·3급 비밀자료를 보관할 수 있는 수준의 문서 보관 시설을 갖추지 못한 게 문제로 지적됐다. 각 지방경찰청 청사는 통합방위법에 따라 국가보안시설 '다'급에 해당하는 국가중요시설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보안 체계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대공수사 관련 시설에는 더 엄격한 보안 조치가 요구된다고 한다. 실제 국정원 관련 시설은 외부인이 출입할 때 엄격한 보안검사와 신분확인 절차를 거친다. 보안 유지를 위해 사진·동영상 촬영과 녹음이 가능한 외부 전자기기의 반입 및 사용도 금지된다. 여기에 정기적인 보안 감사와 관련 교육도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지방경찰청 청사의 경우에는 대공수사 뿐 아니라 다른 수사를 맡는 인력이 함께 근무하고, 민원인들도 드나들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높은 수준의 보안 조치를 적용하는 게 구조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다. 경찰 관계자는 "지방청 이관 여부는 사건 분석이 끝나야 판단할 수 있는 부문"이라며 "기본적으로 국정원에서 이첩받은 사건을 전담하기 위해 대공 전담 수사조직을 본청에 신설한 것"이라고 밝혔다.
국가정보원 전경. 사진 국가정보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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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수사를 맡을 인력에 대한 인사 조치도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 소식통은 "1월 1일자로 국수본 산하에 안보수사단이 신설됐는데, 아직 소속인력 142명에 대한 인사가 모두 이뤄지지 않아 1월 말이 돼야 본격적인 업무에 돌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필요 인원 142명 중 발령된 인원은 80여명 수준이라고 한다. 이와 관련 조직 전반의 운영 문제가 있기 때문에 정기 인사에 맞춰 나머지 인력을 충원할 계획이라는 게 경찰 측의 설명이다.
결과적으로 3년의 유예 기간을 뒀는데도, 수사권을 넘겨받은 1월1일부터 곧바로 인력과 시설을 총가동하지 못하게 된 것을 두고 대공 수사에 공백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총선을 앞두고 연초부터 북한이 다양한 도발에 나설 전망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연말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교전 중인 적대국가'로 재규정하고, 연초부터 서해 5도상 도발에 나서며 "대한민국을 초토화해버릴 것"이라고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는 결국 대공 수사에 대한 경찰의 소극적 태도가 문제 아니냐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보안 조치가 완비된 시설이 있는데 대공 수사를 맡는 안보수사대에 공간을 내주는 걸 꺼리는 분위기도 있다는 것이다. 과거 대공분실로 사용하던 옥인동 자하문로 청사는 리모델링을 거쳐 보안 조치가 가능한 독립 청사로 꾸려져 있는데, 현재 과학·사이버 수사대가 사용 중이다.
지난해 2월 23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민주노총 경남본부 내 금속노조 경남지부에서 국가정원보원 관계자가 압수수색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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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한 소식통은 "옥인동 청사를 대공 수사 부문에 내주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과학·사이버 수사대는 한 달에 수백건씩 성과를 내는데, 한 달에 몇 건 실적도 내기 힘든 안보수사대에 공간을 내줘야 하느냐'는 불만이 현장 뿐 아니라 윗선에서도 나오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이는 단기간의 집중·총력 수사를 통해 성과를 도출하는 방식에 익숙한 경찰이 대공수사를 전담할 경우 일선 안보 수사관들이 성과 압박에 내몰릴 것이란 전문들의 우려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
대공수사권 이첩과 관련해 국정원은 경찰과 협의체 구성 등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5명 안팎의 직원을 경찰에 파견해 이첩 사건에 대한 정보 협력을 계속할 계획이다. 국정원 관계자는 "이첩 사건을 전담하게 될 경찰 안보수사단에 대한 직무 교육을 실시하는 등 국가 대공수사 역량 훼손을 최소화할 방침"이라면서도 "이첩 분량이나 시설·보안 조치 등 방식, 파견 인력, 장비 및 해외 역량 강화 등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보안 사항이라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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