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공급가 '27개월 최저치'로 낮춰 시장 흔들,
WTI 선물가 4.09%↓ 배럴당 70달러 깨질 가능성…
앙골라 탈퇴 등 불만 쌓인 OPEC, 분열 확대 전망도
6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2023.12.06 /로이터=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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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의 아시아 수출가격 인하로 8일(현지시간) 국제유가가 3~4%대 급락했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70달러선이 아슬아슬하다.
국가재정을 위해 자발적 감산으로 유가를 유지하려던 사우디가 원유 수출 가격을 내려 원유 가격 급락을 촉발한 이유는 뭘까. 국제통화기금(IMF)은 앞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는 돼야 사우디의 국가재정이 균형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고 추산한 바 있다.
이날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이날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월 인도분 WTI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4.09% 떨어진 배럴당 70.75달러를 기록했다. 런던 ICE 거래소의 3월 인도분 브렌트유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3.26% 내린 배럴당 76.24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국제유가는 이스라엘과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전쟁으로 촉발된 중동 갈등이 예멘과 레바논으로 확산하는 등 지정학적 우려에 지난주 2%대 오름세를 나타냈었다. 하지만 사우디가 아시아로 수출하는 아랍라이트 원유의 2월 인도분 공식판매가격(OSP)을 1월보다 배럴당 2달러 인하한 27개월 만의 최저치로 정하면서 급락세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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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산유국들의 생산량 증가 소식도 이날 유가 하락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로이터통신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탈퇴를 선언한 앙골라를 비롯해 이라크, 나이지리아의 산유량은 늘었다. 이들 산유국의 증산 규모는 OPEC 플러스(+) 나머지 회원국들의 감산량을 상쇄했고, 결국 지난해 12월 OPEC+의 산유량은 결과적으로 증가했다.
외신과 전문가들은 국제유가를 올리려는 행보를 보여왔던 사우디의 가격 인하 배경에 주목하며 아시아 시장에서의 점유율 유지, 글로벌 수요 둔화 신호 포착, OPEC+ 산유국의 분열에 대한 대응 등을 가격 인하 배경으로 꼽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DNB마켓의 분석가 메모를 인용해 "이는 사우디가 글로벌 수요 감소를 예상한다는 신호이자 실물 시장의 약세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포브스는 사우디의 가격 인하에 대해 "미국 수출업체와의 치열한 경쟁과 (중국과 인도로 싸게 들어가고 있는) 러시아산 원유 홍수에 직면한 아시아 시장에서 점유율을 유지하려는 분명한 시도"라고 짚었다.
이어 "앙골라의 (OPEC) 탈퇴 이후 OPEC+의 나머지 산유국에 가격 전쟁에 대비할 것을 통보하며 추가적인 가격 지지를 위한 감산의 고통 분담이 필요하다는 것을 경고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앙골라는 지난해 12월 사우디 주도의 감산 압박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며 OPEC 회원국 탈퇴를 선언했다.
에너지 자문업체 리터부쉬앤드어소시에이츠는 일부 산유국들이 사우디 주도의 감산에 불만을 가진 상황에서 사우디가 촉발한 유가 급락이 산유국 간 갈등을 한층 심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오는 2월 1일로 온라인으로 예정된 OPEC+ 회의가 OPEC과 동맹국의 원유 생산량 감소를 주도하는 사우디의 결의를 시험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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