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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상임의장, 임기중 유럽의회 출사표… 임기공백·헝가리 독주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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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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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오는 6월 치러지는 유럽의회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무책임하다는 비난에 휩싸였다. 그의 갑작스런 조기 사임으로 인해 친러시아 성향인 빅토르 오반 헝가리 총리가 의장직을 대행하게 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7일(현지시간)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셸 상임의장은 벨기에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유럽의회 선거에 출마를 선언한 후 당선될 경우 EU 상임의장직에서 조기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현직 EU 상임의장이 유럽의회 선거에 출마하는 첫 번째 사례라고 외신은 전했다.

미셸 상임의장은 “EU 지도자로 임기를 시작한 지 4년이 지난 지금, 이제는 그간 내가 한 일에 대해 직접 설명하고 유럽의 미래를 위한 프로젝트를 제안하는 것이 나의 책임이다”라고 밝혔다. 벨기에 총리 출신인 미셸은 2019년부터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을 맡아왔다.

EU 내부에서는 새 의장 선출 등을 두고 혼란이 불가피해지면서 그가 무책임한 결정을 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미셸 상임의장은 당선되면 새 의회가 출범하는 7월 16일 이후 의장직에서 물러날 계획이다. 11월로 예정되어 있던 임기 종료 시점이 4개월 가량 앞당겨지는 셈이다.

EU 회원국 지도자들은 5년마다 치러지는 유럽의회 선거가 끝나면 그 결과를 바탕으로 EU 상임의장 및 집행위원장 등 최고위직 분배를 두고 치열한 협상을 벌이곤 했다. 협상 결론이 나기까지는 통상 수개월이 걸리지만, 이번에는 임기공백을 막으려면 선거를 치른 후 최대한 빠르게 차기 상임의장 선출을 마쳐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만약 그렇지 못할 경우 친러시아 성향인 헝가리가 EU 내에서 큰 권한을 행사하게 된다는 점도 나머지 26개국이 합의를 서두르게 만드는 요소다. EU 조약에 따라 상임의장직에 공백기가 발생할 경우, 7월부터 순환의장국을 맡는 헝가리의 총리가 EU 상임의장 역할을 대행해 회의를 주재하게 된다. 유럽연합 회원국들은 6개월마다 돌아가며 순환의장국을 맡는다.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우크라이나 재정 지원, 법치주의 훼손 등의 문제를 두고 다른 회원국과 대립해 왔다. 오르반 총리는 지난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직접 만난 유일한 EU 지도자였다.

네덜란드 하원의원 소피 인트벨드는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폭풍이 몰아치는 가운데 선장이 배를 떠났다”면서 “EU의 운명에 대한 책임감이 이 정도라면, 그를 후보로서 얼마나 신뢰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알베르토 알레마노 유럽대학 교수도 “EU 상임의장이라는 직책에 걸맞지 않게 매우 자멸적이고 근시안적인 결정”이라며 오르반 총리가 이사회 의장 역할을 할 가능성을 열어두었다는 점에서 더욱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미셸 상임의장은 이러한 비판에 대해 “오르반 총리를 피하려는 정치적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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