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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인 미디어] '소시오패스'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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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케빈에 대하여


자유로운 삶을 즐기던 여행가 에바에게 아들 케빈이 생기면서 그녀의 삶은 180도 달라진다. 일과 양육을 동시에 해내야 하는 에바의 삶은 케빈의 이유 모를 반항으로 점점 힘들어져만 간다. 에바는 가족 중 유독 자신에게만 마음을 열지 않는 케빈과 가까워지기 위해 애쓰지만 그럴수록 케빈은 더욱 교묘한 방법으로 에바에게 고통을 준다. 세월이 흘러 청소년이 된 케빈은 에바가 평생 혼자 짊어져야 할 끔찍한 일을 저지른다. 동급생을 모두 체육관에 몰아 넣고 화살로 쏴 죽이거나 다치게 한 것. 이 범죄의 피해자엔 케빈의 여동생과 아버지까지 포함됐다.

소시오패스는 사회를 뜻하는 '소시오(socio)'와 병적 상태를 의미하는 '패시(pathy)'가 합쳐진 말로,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일컫는 용어다. 소시오패스 성향을 보이는 사람은 자신의 성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나쁜 짓을 저지른다.

살인과 같은 흉악 범죄를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는 '사이코패스'와는 다르다. 다른 사람과 감정 교류가 어려워 도덕적 판단이 불가능한 사이코패스와 달리 소시오패스는 자신의 행동이 범죄나 잘못된 행동임을 인지한다. 한 마디로 잘못된 행동인 것을 알면서도 반사회적 행동을 저지른다는 의미다.

소시오패스는 감정 조절에 뛰어나고 타인의 감정을 잘 이용한다. 이득을 위해서 필요하다면 순한 양처럼 행동하기도 한다. 일면 차가워 보이지만 업무 능력이나 성취도가 높다. 독재자나 국민을 속이는 부패 정치인, 사람을 현혹하는 사이비 교주 등도 소시오패스 성향에 기인한 측면이 있다. 이런 특성으로 다양한 미디어에서는 매력적 악당(빌런)의 모습으로 등장하곤 한다.

주변에서도 생각보다 흔하다. 전체 인구 4% 정도가 소시오패스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거리낌 없이 동료의 업무 성과를 가로채거나 잘못을 덮어씌우는 사람, 친구를 괴롭히고 따돌리는 사람,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사람 등 모두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겪고 있는 셈이다.

아직 소시오패스 성향을 유발하는 원인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유전적 요인이나 성장 과정에서 정신적·신체적 학대를 당하면서 발현됐을 것으로 추정하는 정도다. 어린 시절부터 치열한 경쟁 상황에 노출된 결과라는 분석도 있다. 성공을 지향하는 사회 분위기와 최고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이 소시소패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학계에서는 유아나 아동기에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진다면 소시오패스 성향이 심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행동 치료를 통해 비양심적이고 비도덕적인 행동이 궁극적으로 큰 성공을 이루는데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일깨우는 방식이다.

한편, '케빈에 대하여'는 2003년에 발표돼 2005년 오렌지 상을 수상하고 2006년 BCA 크라임 스릴러 후보작으로 선정된 라이오넬 슈라이버의 소설 '케빈에 대하여 (We need to talk about Kevin)'를 원작으로 한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감독 린 램지의 작품으로 복잡한 모자관계를 치밀하게 그려내 모성에 대한 도발적인 질문을 담았다. 특히 주연 여배우인 틸다 스윈튼의 연기가 호평을 받았다.

권혜미 기자 hyemi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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