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7 (수)

이슈 총선 이모저모

"특검법, 총선 선택권 침해"… 尹, 국무회의 35분만에 '초고속 재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 특검법 거부권 파장 ◆

매일경제

4월 총선을 앞두고 야권이 가장 강력한 무기로 꺼내 들었던 쌍특검법에 대해 5일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즉각 행사했다. 이미 예정된 수순이지만 향후 정국에 미칠 후폭풍은 그 크기를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윤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신속하고도 단호한 태도로 거부권을 행사한 배경은 '쌍특검법=총선용 악법'이라고 인식하는 여론도 상당하다는 자신감의 발로로 보인다. 정부·여당은 야당의 정치적 의도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 총선 이후 특검법 수용과 같은 타협안도 일찌감치 거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해당 법안의 통과를 주도한 더불어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방탄'을 위한 거부권 행사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여야는 총선을 치를 때까지 이 문제를 두고 여론전을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만큼 해당 법안이 다시 국회 문턱을 넘으려면 재적 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찬성이 필요하다.

여야는 재의결 시점을 놓고도 치열한 수싸움을 벌일 전망이며 특히 야당은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면서 이슈몰이를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일경제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열린 '2024년 과학기술인·정보방송통신인 신년 인사회'에 참석해 굳은 표정으로 인사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날 임시 국무회의에서 거부권 행사를 위한 모든 절차가 끝나기까지 35분이 소요됐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오전 9시에 국무회의 개시를 선언했고,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9시 35분에 대통령이 재의요구안을 재가한 사실을 알렸다. 전례 없는 속전속결이었다. 쌍특검법은 지난달 28일 국회 통과 후 불과 8일 만에 거부권이 행사됐다. 앞서 거부권을 행사한 사례였던 양곡관리법 개정안(12일), 간호법 제정안(19일), 노조법·방송 3법 개정안(22일)에 비해 가장 신속했다.

또 앞서 다른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때와 달리 이날은 이 실장이 직접 나서서 배경 설명을 했다. 대통령실은 헌법의 가치를 보호해야 하는 대통령의 당연한 재의요구권 행사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실장은 "다수당의 횡포를 막기 위해 항상 여야 합의로 처리해 오던 헌법 관례를 무시했고, 재판 중인 사건 관련자들을 이중으로 과잉 수사해 인권이 유린되며, 총선 기간에 친야 성향 특검의 허위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 선택권을 침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은 헌법과 법치주의의 수호자로서 인권 보호 등 헌법의 가치를 보호하고,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해야 할 책무가 있다"며 "이러한 원칙에 반하는 특검 법안에 대해서는 재의요구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실장은 "이 특검 법안들은 수백억 원의 예산이 투입돼야 하는데 국민의 혈세가 민생과 무관한 곳에 낭비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도 "총선용 악법에 대한 대통령의 재의요구는 소모적인 정치적 논쟁에서 벗어나 오직 국민만 바라보며 민생을 챙기겠다는 대통령의 결단"이라며 거부권 행사를 적극 지지했다.

매일경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등 야 4당이 5일 국회 본청 앞에서 '쌍특검법' 거부권 행사에 대한 규탄대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반면 민주당은 이날 국회 본청 앞에서 특검 법안을 함께 추진한 정의당, 기본소득당, 진보당 등과 함께 '김건희·50억클럽 특검 거부 규탄대회'를 열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대통령과 대통령 가족들은 죄가 없다면 죄가 없는 것을 떳떳하게 드러내는 게 더 좋다"며 "대통령은 그 기회를 스스로 걷어찼다"고 비판했다.

특히 '총선용 악법'이라는 대통령실 입장에 대해 "총선 앞까지 끌고 온 것은 야당의 책임이 아닌, 정부·여당이 끝까지 특검을 외면하고 회피한 결과"라고 반박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쌍특검법 거부는 윤 대통령 스스로가 범인이고 윤석열 정부는 범죄 보호 정권임을 자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쌍특검법 재의요구안이 의결된 국무회의에 대해 "마치 12·12 쿠데타를 일으키기 위해 30경비단에 모인 '하나회'를 떠올리게 한다"며 "윤 대통령 부부를 지키기 위해 반헌법적 거부권 행사를 건의한 지금 국무위원들의 행태와 무엇이 다르냐"고도 말했다.

민주당은 향후 여론전에서 이른바 '이해관계 충돌'을 집중 부각시킬 것으로 보인다. 특검 대상이 대통령의 배우자라는 점에서 거부권 행사 자체가 이해 충돌에 해당한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정부·여당은 더 큰 가치인 공정 선거를 내세우면서 여론을 설득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유권자들이 어느 편의 논리에 힘을 실어주느냐에 따라 총선 결과에도 일정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박윤균 기자 / 서동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