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4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전병극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최 부총리,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김주현 금융위원장.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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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올해 경제정책의 방점은 ‘위기관리’에 찍혔다. 기획재정부는 4일 발표한 ‘2024년 경제정책방향(경방)’에서 올해 재정을 풀거나 기존 감세(減稅) 기조를 확대하는 대신, 잠재 위험 요소를 사전에 막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4월 총선을 앞둔 연초부터 태영건설 발(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나 가계부채 문제가 위기로 번지는 것을 막지 못하면 지난해보다 나아진 경제 환경을 만들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차준홍 기자 |
정부의 새해 경제 전망은 ‘다소 갬’이다. 경제성장률은 지난해(1.4%)보다 0.8%포인트 오른 2.2%로 전망했다. 물가상승률은 지난해(3.6%)보다 1%포인트 낮아진 2.6%로 내다봤다. 물가는 상반기까지 비교적 높다가 하반기 들어 서서히 둔화할 것으로 예측했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지난해 310억 달러에서 올해 500억 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김병환 기재부 1차관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회복세가 확대하겠지만, 소비가 둔화하고 건설 경기가 부진할 것”이라며 “금리 인상이 누적한 영향으로 부동산 PF나 가계부채, 한계기업 등 취약 부문에서 리스크가 있다”고 진단했다.
차준홍 기자 |
올해 경방은 대규모 감세가 핵심인 지난해에 비해 ‘무색무취’에 가깝다. 정책의 신설·폐지보다 확대나 연장·감면이 대부분이다. 정책 초점은 잠재위험 관리에 맞췄다. 부동산 PF 위기를 진화하기 위해 85조원 수준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가계부채 연간 증가율을 경상성장률 이내로 관리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나머지는 위기관리를 전제로 한 ‘미세 조정’ 대책이다.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중앙정부·지방자치단체의 공공요금을 상반기까지 동결하고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나 농지·산지 입지규제를 개선하고 ▶건강보험료 지출 구조를 효율화하고 ▶외국인 근로자 유입을 확대하는 등 내용이 포함됐다.
신재민 기자 |
경방에 화끈한 대책이 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는 우선 정책의 실탄인 ‘세수(국세 수입)’가 부족해서다. 올해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에서 국민연금 등 4대 사회 보장성 기금을 뺀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92조원으로 예상된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재부의 최대 무기가 재정인데 문재인 정부 시절 방만한 지출과 현 정부가 출범한 뒤 세수 급감으로 나라 곳간이 바닥을 드러냈다”며 “가뜩이나 예산 지출의 운신 폭이 좁은 상황에서 임시투자 세액공제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유예 ‘연장’ 같은 세제를 정책 수단으로 동원한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여소야대’ 국회 상황도 한계로 작용했다. 법인세 인하, 상속세 개편 등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경제 정책은 야당의 반대로 국회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적극적으로 국회를 설득하겠다"며 "민생을 살리는 법안은 여야 없이 동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꾸라진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구조개혁에 대한 고민이 적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은 잠재성장률(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경제성장률)이 1%대로 추락할 정도로 경제 ‘기초 체력’이 약해졌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는 3년 차로 접어든 윤석열 정부가 레임덕에 빠지기 전 경제 정책을 힘있게 밀어붙일 수 있는 마지막 시점”이라며 “‘애니띵 벗 문(anything but Moon·문재인 정부 반대)’ 경제정책의 시효가 다한 만큼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저출산·고령화 대응, 규제 개선, 교육·연금·노동 개혁 같은 구조개혁에 매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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