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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물가와 GDP

'사과 한 알' 사먹기도 무섭다…꺾이지 않는 장바구니 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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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새해에도 신선과실 가격 강세가 이어지고 있는 3일 오후 시민이 서울의 한 시장 과일가게 앞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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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김모(61)씨는 지난해 말부터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못난이 사과’(비정형과)를 주문해 먹기 시작했다. 생김새가 투박하거나 표면에 흠집이 난 탓에 상품성은 떨어지지만, 맛이나 품질 면에선 큰 차이가 없다. 무엇보다 가격이 일반 사과보다 훨씬 저렴하다. 김씨는 “요즘 마트에 갈 때마다 비싸진 과일 가격에 깜짝 놀란다”며 “대안을 찾다 보다 상대적으로 값싼 못난이 과일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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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수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이날 기준 사과(후지·10개) 소매가격은 2만9593원으로, 한 달 전(2만8006원)보다 5.7% 올랐다. 1년 전(2만1858원)과 비교하면 무려 35.4% 오른 가격이다. 배(신고·10개) 가격은 한 달 전보다 13.2%, 1년 전보다 29.9% 오른 3만3355원을 기록했다. 감귤(26.1%)·딸기(18%) 등 과일은 물론, 대파(53.7%)·배추(11.9%)·시금치(15.8%) 등 채소 가격도 1년 전과 비교해 크게 올랐다.

근본적인 원인은 지난해 작황 부진으로 생산량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사과 생산량은 2022년 56만6041t에서 지난해 39만4428t으로 30.3% 감소했다. 재배 면적도 4.2% 감소한 2만4687ha를 기록했다. 배 생산량 역시 25만1093t에서 18만3802t으로 26.8% 줄었다. 한파와 이상기온 등 기상 여건 악화뿐만 아니라 농촌 고령화로 인한 과수원 폐원, 열매 수 감소, 병충해 피해 등도 증가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가공식품·외식 물가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농식품 가격 상승 등으로 원가 부담이 커졌다는 이유에서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외식 물가는 전년 대비 6% 증가했는데, 전체 물가 상승률(3.6%)의 1.7배 수준이다.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도 전체의 1.9배 수준인 6.8%를 기록했다. 품목별로 설탕(14.1%), 소금(13%), 커피(12.6%), 피자(11.2%), 우유(9.9%), 햄버거(9.8%) 등의 상승률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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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국수 프랜차이즈 등촌샤브칼국수 가격 인상 공지. 등촌샤브칼국수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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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일부 프랜차이즈들은 새해 벽두부터 메뉴 가격을 일제히 올렸다. 유명 칼국수 프랜차이즈인 등촌샤브칼국수는 지난 2일부터 메인 메뉴인 버섯칼국수와 소고기샤브 가격을 1만원에서 1만1000원으로 10% 인상한다는 공지를 냈다. “농식품·가공품·인건비·운영비 등 상승에 따라 부득이 음식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치킨 프랜차이즈 bhc도 지난달 29일부터 주요 메뉴 소비자가격을 최소 500원에서 최대 3000원 수준으로 인상했다. 2021년 12월 이후 2년 만에 가격 인상이다.

특히 다음 달 설 연휴를 앞두고 장바구니 물가는 성수품을 중심으로 지속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명절 전까지 과일 등 계약재배 물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가공용으로 활용하던 사과 비정형과와 소형과 출하 지원을 계속 지원할 계획이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도 취임 직후부터 충남 부여의 시설농가 등 현장을 방문하며 물가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식품·외식업계 원가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세제지원 등의 조치도 취한다. 농식품부는 면세농산물 등에 대해 일정한 금액을 매입세액으로 간주하는 ‘의제매입세액’ 공제한도 10% 상향 조치를 내년 12월까지 연장하고, 연매출 4억원 이하 영세 개인음식점에 대한 공제율 확대도 2026년 말까지 3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 아울러 설탕·원당·해바라기씨유·커피생두 등 주요 식품·외식 원료를 포함한 26개 품목에 대한 할당 관세도 추진한다.

세종=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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