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
삼성준법감시위원회(이하 준법위)가 곧 3기를 맞는다. 특별한 계기로 출범한 프로젝트지만 4년 동안 적지 않은 성과를 냈다. 3기는 1, 2기에 본격적으로 추진하지 못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이 가장 큰 과제라고 한다. 그런데 이 문제는 준법위가 관심을 갖는 것과는 별도로 삼성 스스로 준비하고 연구해온 과제여서 준법위는 그 과제의 수행을 도와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삼성그룹의 구조 전체를 조정하는 지배구조 개편은 준법위의 권한 밖에 있는 문제다. 그룹 전체의 지분구조를 고치는 작업은 이론이나 컨설팅으로 가능한 일도 아니다. 큰돈이 움직이고 많은 투자자의 이해가 걸렸다. 그래서 준법위의 삼성 지배구조 개선작업은 그룹 전체에서 이사회경영을 정착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면 좋을 것이다.
오너경영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국민 정서가 오너경영을 부정적으로 본다. 삼성 스스로도 다음 세대부터는 오너경영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그러나 이른바 전문경영인 경영이 과연 삼성에서 효과적일지는 알 수 없다. 그래서 이사회경영이 대안이다. 여기에서 이사회경영이라 함은 서구식 이사회경영을 말한다기보다 오너가 이사회에 참여하는 경영을 의미한다.
준법경영은 좁게는 위법한 행동 없이 기업이 경영돼야 한다는 의미지만 넓게 보면 그 방법론인 투명경영을 말한다. 이사회경영의 정착은 좁은 의미의 준법경영, 투명경영과 닿기 때문에 준법위의 과제로도 적합하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준법위는 각 사에 이사회경영이 정착하는 데 도움을 주고 나아가 견인차 역할을 한 후에 그 기능과 인적 자원을 적절히 이사회로 이관하고 발전적으로 해산하게 될 것이다.
각 사의 이사회 평가를 포함하는 이 과정과 실효성 점검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기 때문에 3기, 나아가 4기 내에 종결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결국 그 성패가 준법위 역사에서 최종 성적표를 좌우할 것이다.
삼성을 비롯한 주식회사 형태의 모든 기업이 가장 먼저 지켜야 할 법률 원칙은 주식회사는 이사회가 경영한다는 원칙이다. 이사회가 기업을 직접 경영한다는 뜻이 아니라 투명하고 책임 있는 경영을 이사회가 담보한다는 뜻이다. 실효적인 이사회경영은 준법의 궁극적 출발점이다. 준법위는 각 사의 이사회를 지원하고 계열사들간 사업 조율과 협조 과정에서 혹시 발생할 수 있는 준법상의 공백이 있는지에 관심을 기울이면 된다.
문제는 오너 이재용 회장의 경영집중력 회복이라는 과제가 아직도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오너가 이사회경영을 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준법위는 삼성 오너의 재판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기 때문에 자초지종은 있지만 오너가 경영에 복귀해서 집중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했다. 일단 그 목적이 100% 달성되지는 못했다. 사법리스크 상황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든 오너의 신병이 자유롭고 오너가 이사회에 들어와서 본격적인 이사회경영을 할 기반을 만드는 것이 준법위의 가장 큰 숙제다.
삼성은 그룹 차원의 컨트롤타워를 재정비해야 하는 문제도 안고 있다. 컨트롤타워는 그룹경영의 시너지 창출과 조율에 필요하지만 과거 문제가 많았다고 해서 철폐했다. 그러나 그룹경영의 필요성은 엄연한 경제적 현실이다. 법률도 그 필요성을 기본적으로 인정한다. 문제는 지배구조의 사각지대가 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준법위가 그 대목을 집중적으로 커버할 수 있을 것이다. '컨트롤타워의 이사회' 역할이라고 불러도 좋겠다.
국민 여론과 시장이 호의적으로 기울 수 있는 구체적인 근거는 삼성이 제공해야 한다. 준법위가 그를 독려하고 필요한 실적을 쌓아야 한다. 4세 승계 포기나 노조 허용 같은 정치적인 내용보다는 삼성이라는 거대한 사업조직이 회사 안팎에서 사람이 아닌 법률과 원칙에 따라 탄탄하게 운영된다는 인식이 정착되면 정부와 시장이 원칙은 고수하면서도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향의 결정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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