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문당한 라몬 구이데티 신부 |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을 '찬탈자'라고 부른 이탈리아의 한 사제가 파문당했다고 로마 지역 일간지 일 메사제로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탈리아 중부 토스카나주 리보르노의 주교인 시모네 주스티 몬시뇰은 전날 산하 본당 사제인 라몬 구이데티 신부에 대해 파문 결정을 내렸다.
주스티 몬시뇰은 "구이데티 신부가 교황에 대한 복종 의무를 거부하고 분열적 행위를 공개적으로 저질렀다"고 설명했다.
구이데티 신부는 지난달 31일 새해 전야 미사에서 강론을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을 "교황이 아닌 찬탈자", "프리메이슨"이라고 주장하며 "우리는 그가 교황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콘클라베(교황 선출 회의)에서 다섯 차례의 투표 끝에 전 세계 가톨릭교회의 수장으로 선출됐으나, 일각에서는 당시 절차가 적법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을 펴는 이들은 당시 다섯 번째 투표에서 투표용지가 한 장 더 발견됐다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근거로 든다.
규정대로라면 해당 투표는 무효 처리되고, 여섯 번째 투표가 실시됐어야 했지만, 다섯 번째 투표 결과가 그대로 인정돼 프란치스코가 교황이 됐다는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전임자인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라틴어 사임 선언에 오류가 있었다는 주장도 있다.
이는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이 자진 사임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사임을 강요당했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이들은 말한다. 구이데티 신부가 프란치스코 교황을 '찬탈자'라고 부른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일 메사제로는 구이데티 신부가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출과 관련해 거짓말을 퍼뜨린 혐의로 파문당한 두 번째 사제라고 전했다. 첫 번째는 시칠리아섬 팔레르모의 알레산드로 미누텔라 신부로, 그는 6년 전 파문당했다.
구이데티 신부는 이날 미누텔라 신부가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파문령을 멋진 액자에 담아 벽에 걸어두고 자랑하고 싶다"며 "이 교회를 떠난다는 것은 자부심의 표시이며, 이는 폭정"이라고 말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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