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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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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진년 새해에 바란다] "범죄 근절 위한 촘촘한 안전망 구축 최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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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이상동기 범죄·아동학대·교권 침해·전세사기…분야별 전문가들의 새해 제언

더팩트

'신림동 등산로 성폭행 및 살해' 사건 피의자 최윤종이 25일 오전 서울 관악구 관악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송치되고 있다 ./장윤석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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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사건팀] 지난해 우리 사회는 각종 사건, 사고로 얼룩진 한 해였다. 마약사범이 크게 늘었고, 아동학대는 날로 수위가 높아지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또래 여성을 살해한 정유정(23), 신림동에서 무차별 흉기 난동 살인을 저지른 조선(33), 서현역에서 흉기 난동을 벌인 최원종(22), 등산로에서 여성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최윤종(30) 등 이상동기 범죄도 어느 때보다 기승을 부렸다.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극단 선택으로 교권 침해에 대한 심각성도 수면 위로 드러났다. 전국적으로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전세사기는 일부를 죽음으로 내몰기까지 했다.

1일 <더팩트>는 2024 갑진년(甲辰年) 새해를 맞아 각종 범죄를 근절하고 우리 사회의 촘촘한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한 전문가들의 제언을 들어봤다.

◆이상동기 범죄…"코로나19 후유증, 치밀한 진단 및 치료 필요"

-임명호 단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코로나19 이후 신체적 후유증은 금방 좋아질지 몰라도 심리적 후유증은 더 오래가고 지속될 것이란 우려가 많았다. 그런 것들이 차별이나 혐오, 묻지마범죄까지 영향을 계속 받는 것이다. 코로나19에 따른 상처가 차별이나 혐오 등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데, 결국 필요한 건 경제가 좋아져야 한다. 경제가 회복되면 시민들 불안이 줄어들고 여유가 생기면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힘들수록 상대를 더 배려하고 양보하던 문화가 작용하기 시작하면 완전한 코로나19 극복이 이뤄지지 않을까 한다."

-허민숙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

"이상동기 범죄를 개인의 정신적 문제로 진단하고 해결하려는 것이 가장 아쉽다. 개인의 정신질환이 원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지 더 깊이 수사하고 탐색해야 하지 않는다. 진짜 정신질환이 우발적으로, 충동적으로 누군가를 공격하는 것이라면 대상이 반드시 여성일 필요는 없다. 이미 해외 연구들은 여성을 선별해서 공격하는 경우 정신질환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진단이 다 나와 있다. 단지 운이 없게 문제 있는 개인을 만난 것으로 치부하면 유사 범죄에 대해 예방책도 없고 국민이 갖는 불안도 해소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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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클럽 마약'으로 불리는 케타민 34만명 분을 국내로 몰래 들여와 유통한 일당이 세관과 검찰에 덜미를 잡혔다. /인천공항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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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범죄…"처벌 아닌 치료·재활 우선돼야"

-임상현 경기 다르크(DARK·마약중독치유재활센터) 센터장

"정부는 검거만 하고 교도소 보내는데, 단순히 형기만 살고 나오는 것이 아니라 교도소 안에서도 마약에 대한 위험성을 알릴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만들어져야 한다. 약 3년 주기로 이 사람들이 다시 사회로 쏟아져 나오는데 출소할 때 치료가 돼서 나와야 한다. 현재 마약 치료 재활센터는 주간센터다. 오전 9시 문을 열고 오후 6시 문을 닫는 곳이다. 그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중독자 중 그나마 건강한 사람들이다. 이름만 재활센터고 예방교육을 하는 곳일 뿐이다. 입소해서 아침부터 저녁, 이후 수면을 취할 때까지 돌보는 재활센터가 필요하다. 청소년들 교육을 위해서도 고등학교뿐만 아니라 중학교 나아가 초등학교, 유치원까지 예방교육을 해야 한다. 마약의 위험을 알려서 친구들이나 가까운 사람들이 마약을 권할 때 '안돼'라고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마약을 단순히 범죄로 치부할 게 아니라 질병 환자로 취급하고, 처벌 유지가 아닌 치료를 해줘야 한다."

-이범진 아주대 약학대학 교수 겸 마약퇴치연구소장

"마약 사용자는 범법자이지만 사회가 치료 및 재활을 도와야 할 대상이다. 길게 보면 사회적 비용 또한 절감된다. 마약 판매 및 공급자는 강력한 처벌대상이지만, 사용자는 대부분 사회적 취약계층으로 국민적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정부 기관들이 힘을 합쳐 맞춤형 예방교육 콘텐츠를 개발해 지속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마약사범 양상을 부추기는 사이버범죄 수법, 의료용 마약 실시간 환자 처방 등에 법적관리가 요구된다."

◆아동학대…"가족 회복의 관점으로 촘촘한 지원망 갖춰야"

-노혜련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아동학대가 사회복지 영역인 이유는 가정이 위기에 처했다는 인식을 갖고 가정을 어떻게 도울 것인지 접근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범죄라는 인식을 갖고 가해자와 피해자의 입장으로 접근하다 보니 결국 부모와 자식이 가해자와 피해자가 되고 있다. 가족을 회복시키는 관점, 어떻게 가정에서 아이를 더 잘 키우게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고 지원해야 한다. 처벌로 접근을 하는 것은 별로 도움이 안 된다. 개별적으로 가정의 상황과 욕구에 맞춰서 아이를 더 잘 양육할 수 있도록 돕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지역사회에서 관련 기관들의 아동학대와 관련된 서비스 네트워크를 조금 더 촘촘히 구축해서 아동학대를 미연에 예방할 수 있는 서비스를 확충하는 게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재학대율이 상당히 높은데 아동학대에 대한 기초적인 예방, 재학대를 예방할 수 있는 가족에 대한 지원 서비스 등을 대폭 늘려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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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교사일동이 30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인사혁신처 앞에서 '고 서이초 교사 명예회복을 위한 순직인정 대국민 서명 전달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동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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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 침해…"법보단 학교 구성원 소통 중요"

-이형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대변인

"교사들이 학부모 민원으로 힘들어한다는 사실이 사회적으로 드러나고, 공감하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법을 추가한다고 해서 교사의 교육행위가 보호받을 수 있는 근본 여건이 갖춰진 것은 아니다. 교사 정원 확보나 예산 등 실질적인 여건 개선을 위한 노력이나 요구를 정책화하는 부분이 숙제다. 교권 침해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당사자인 교사, 학부모, 학생 등 학교 구성원들의 소통이 필요하다. 구체적인 협력을 통한 갈등 해결 방안 등을 문화적으로 갖춰야 한다. 성과 위주의 새로운 사업은 실제 현장의 요구화는 동떨어진다. 학교가 단지 '교습소'에 지나칠 건지 '공동체'로 나아갈 건지 비전을 세워야 한다. 학교는 학생들의 사회·정서적 측면을 훨씬 중요하게 생각하고 나아가야 한다."

-채다은 법무법인 한중 변호사

"항상 기본에 충실해야 하는데 자꾸 그때그때 수요에 따라서 움직이는 것은 문제다. 교사들의 학대가 발생하면 교실에 폐쇄회로(CC)TV를 달았다가, 교사가 극단 선택하면 왜 이렇게 교사를 괴롭히냐고 한다. 국회의원들도 여론이 휩쓸려 규정을 바꾸고 법을 바꾸는데 일관성 있는, 흔들리지 않는 기본 토대를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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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주택에 대한 '경매 유예 조치'가 실시된 20일 오전 인천광역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아파트에 호소문이 붙어있다. /인천=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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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정부, 보여주기식 아닌 근절 방안 검토해야"

-안상미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장

"지금 전세사기는 전국적 문제다. 정부가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고 감독하지 않은 탓도 분명히 있다. 그런데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가 받고 있는 상황이다. 전세사기 특별법도 문제다. 최우선 변제기준이 30%이기 때문에 다 돌려받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특별법조차도 정부·여당이 반대하고 있어 굉장히 답답하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회복이 중요하고, 전세사기 피해가 없도록 철저한 관리·감독이 되길 원한다. 새해는 보여주기식 대책이 아니라 피해자들과 깊은 논의를 해 현실적 대책이 나왔으면 좋겠다. 부디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가 났을 때 책임지는 모습과 정책을 냈으면 좋겠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팀장

"'선 구제 후 회수' 방안이 포함된 전세사기 특별법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정부·여당이 예산투입 문제와 다른 범죄 피해자와 형평성 문제 등의 이유로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올해 2~3월에 많은 전세사기 피해자가 나올 것이다. 2020년도에 전세계약을 맺으신 분들의 만기가 올 상반기 도래한다. 다세대·다가구주택의 경우 계속 집값이 떨어지고 있고,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전세금을 돌려 줄 수 없는 상황이 예상된다. 새해는 특별법이 빨리 통과돼 조금이나마 피해자들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아울러 특별법만으로는 부족하다. 정부와 지자체가 전세사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무엇인지 적극적으로 검토해 새해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큰 걱정 없이 다시 새출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kyb@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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