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사령탑 첫날부터 "상식적 국민 대신해 이재명 민주당과 싸우겠다"
'운동권 청산론' 앞세워 '다수당 폭주' 비판…정권심판론 탈피 새판짜기
한동훈 비대위원장 수락연설 |
(서울=연합뉴스) 차지연 김치연 기자 = '상식적 동료시민 vs 운동권 특권층'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정치권 공식 데뷔전에서 던진 총선 프레임이다. 이는 '영 라이트'(young right)와 '올드 레프트'(old left)라는 틀과도 맥을 같이한다.
1970년대생 'X세대'인 한 비대위원장은 26일 비대위원장 수락 연설에서 민주당의 '86'(1980년대 학번·60년대생) 운동권 세대를 특권 정치세력으로 규정하며 총선 프레임 전환을 시도했다.
취임 첫날부터 보수정당의 고질적 약점인 '프레임 전쟁'에서 과감한 공략에 나선 것이다.
◇ 첫걸음부터 '86 운동권·민주당·이재명'과 선명한 대립각
한 비대위원장은 연설에서 "상식적인 많은 국민을 대신해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과 그 뒤에 숨어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운동권 특권 세력과 싸울 것"이라며 '운동권 특권정치 청산론'과 '민주당 숙주론'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는 86 세대에 대해선 "수십년간 386이 486, 586, 686이 되도록"이라는 말로 한때 개혁과 젊음의 상징이었던 86 세대가 이제는 '수구 기득권'을 상징한다는 주장을 부각했다.
그러면서 그는 86세대는 물론 민주당과 이 대표, '개딸'로 불리는 강성지지층까지 싸잡아 비판하며 선명하게 각을 세웠다.
여기에는 윤석열 정부 심판론에 묶인 국민의힘이 국정 안정론을 호소하는 것만으로는 총선 정국을 돌파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국정 안정 대 심판론의 구도에서 벗어나 운동권 특권 청산과 정치권 세대교체론으로 총선 구도 새판짜기에 착수했다는 것이다.
한 위원장은 이를 반영하듯 국민의힘이 '미래와 동료 시민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을 '운동권 다수당'으로 몰아세우고 국민의힘은 다수의 일반 시민을 대변하는 구도로 설정한 것이다.
그는 "진영이익보다 국민의 이익이 먼저이고, 국민의 힘보다 국민이 우선"이라며 "미래와 동료 시민에 대한 강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또 "개딸 전체주의 운동권 폭주를 막는 것"이 총선 승리의 이유라면서도 "그것만이 우리 정치의 목표일 수 없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뤄낸 위대한 대한민국과 동료 시민은 그것보다 훨씬 더 나은 정치를 가질 자격이 있다"고도 했다.
아울러 한 위원장은 야당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실력과 자세'가 필요하다며 '정책'에 방점을 찍었다. '무능한 여당'이라는 야당의 정치 공세에서 탈피해 '민생을 챙기는 실력있는 집권당'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당내에서는 한 위원장의 선명한 야당 때리기가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되고, 정치권 세대교체론과 맞물려 확장성을 가질 것으로 점친다.
하지만, 민주당을 겨냥한 날선 비판이 필요한 경우 때로는 타협과 협상을 해야 하는 정치의 영역에서 한 위원장에게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당내 비주류 일각에선 한 위원장의 이날 수락 연설이 법무부 장관 재임 시절 이재명 대표 등 민주당 정치인들과 각을 세우며 만들어 온 '검사 대 피의자' 구도를 그대로 가져온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한동훈 비대위원장 수락연설 |
◇ 처칠 2차 대전 연설 인용…'동료시민' 10차례 언급
한 위원장은 수락 연설에서 기존 정치권의 문법을 비트는 메시지도 발신했다.
앞서 '여의도 사투리'가 아닌 '5천만명의 문법'을 강조했던 그는 이날 "'선당후사'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대신 '선민후사' 해야 한다"고 국민의힘에 당부했다.
다만 한 위원장은 민주당이 추진 중인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검에 대해선 "총선용 악법"이라며 당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준석 전 대표 접촉 계획에 대한 질문에도 "다양한 생각을 가진 많은 분을 진영과 상관없이 만나고 경청하겠다. 지금 단계에서 특정한 분을 전제로 해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진 않다"며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한 위원장이 당장 부닥치게 된 '이준석 신당'과 '김 여사 특검' 난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당의 기조를 흔드는 파격을 보이는 일은 없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 위원장은 이날 검은색 정장에 검붉은 넥타이를 매고 등장했다.
넥타이는 훈민정음으로 쓴 용비어천가 구절이 새겨진 것으로, 그는 법무부 장관 취임식 때도 이 넥타이를 맸다. 연설할 때는 벗었지만 당사에 들어설 때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 머플러와 갈색 백팩도 착용했다.
연설장에는 붉은 바탕에 '함께 가면 길이 됩니다'라는 한 위원장의 연설문 구절이 새겨진 현수막이 걸렸다.
그는 100여명의 취재진과 50명 가까운 의원·당직자 앞에서 연설을 진행했다.
연설 중 한 위원장은 양손의 손가락 2개를 들어 '따옴표 제스쳐'를 곁들였고, 의원들은 '옳소' 하는 추임새와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연설 중 영국 총리였던 윈스턴 처칠이 2차 세계대전 중 연설에서 했던 '공포는 반응이고, 용기는 결심'(fear is reaction, courage is a decision)이라는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그는 또 '동료시민'이란 단어를 이날 수락연설에서 무려 10차례나 언급했다.
charg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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