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을 앞두고 현역 비례대표 의원들이 잇달아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21대 총선 때도 도전자가 많았지만 성공 사례는 매우 드물었다. 한국 정치사에서 비례대표의 지역구 출마는 '잔혹사'로 불릴 정도로 생환이 힘든 도전이었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지역구 의원으로 재선에 성공한 국민의힘 비례대표는 임이자 의원 단 1명이다. 임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경북 상주문경에 출마해 당선됐다.
25일 현재 국민의힘 비례대표 23명 중 15명이 지역구 예비후보 등록 절차를 마쳤거나 출마를 예고했다. 원내대변인인 전주혜 의원은 서울 강동갑 당협위원장을 맡아 출마를 채비하고 있다. 시대전환 대표를 지낸 조정훈 의원은 서울 마포갑으로 주소지를 옮겨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최승재 의원 역시 마포갑에 사무실을 차리고 총선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허은아 의원도 서울 동대문을에 사무실을 두고 주민들과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지역에서는 춘천갑 당협위원장인 노용호 의원이 강원 춘천철원화천양구갑 출마를 기정사실화했으며, 조명희 의원은 같은 당 강대식 의원이 있는 대구 동을에 출마 의사를 밝혔다. '당에서 요청하면 불출마하겠다'고 선언한 이용 의원은 경기 하남에서 출마를 준비 중이다. 지역 대부분이 여당 텃밭까지는 아니어도 '해볼 만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곳이다. 또 윤창현 의원은 이장우 대전시장이 재선한 대전 동구 출마를 계획 중이다. 최고위원 출신 조수진 의원은 서울 양천갑에서 꾸준히 활동하는 모습을 소셜미디어에 올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비례대표 의원들 중 상당수가 같은 당의 현역 의원 지역구에 출마한다는 특징이 있다. 공천 과정에서 계파 갈등의 불씨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소속 비례대표 의원 16명 중 13명은 사실상 지역구 출마를 결심한 상황이다. 이들 중 현재 민주당 소속 의원 지역구에 출마하는 의원이 7명에 달한다.
이동주 민주당 의원은 최근 비명계 4선인 홍영표 의원 지역구인 인천 부평을 출마를 선언했다.
친명계 양이원영 의원은 양기대 의원 지역구인 경기 광명을, 유정주 의원은 서영석 의원 지역구인 경기 부천정, 김병주 의원은 경기 남양주을에서 각각 출마를 준비한다. 이수진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한 우상호 의원 지역구인 서울 서대문갑, 전용기 의원은 분구가 예상되는 화성에서 출마할 예정이다.
또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인 김홍걸 의원은 민주당 대변인인 강선우 의원(서울 강서갑) 지역구에 도전을 선언했다. 대변인을 지냈던 김의겸 의원 역시 같은 당 신영대 의원 지역구인 전북 군산 출마를 준비 중이다.
당내에서는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의원들이 같은 당 지역구에 출마하는 것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다만 현재 전체 253개 지역구 가운데 151곳이 민주당 지역구라는 점을 고려하면 집안싸움은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있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비례대표에서 지역구 의원으로 전환에 성공한 의원이 3명(송옥주·정춘숙·이재정)으로 국민의힘보다 많다. 이들은 모두 여성 의원으로 민주당 입장에서는 험지로 분류되는 지역구에 깃발을 꽂았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비례대표 의원들은 쉬운 선택을 하다가 무덤으로 가는 것"이라고 했다.
[신유경 기자 / 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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