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문을 닫은 커피전문점(카페) 숫자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서울 황학동 주방거리의 한 카페용품점에 중고 커피 머신이 진열돼 있다. 이승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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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커피전문점(카페) 폐업이 코로나19 때보다 많아진 것은 고금리와 임대료를 비롯한 고정비용 증가로 개인 카페들이 살아남기 힘든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특히 올 들어 11월까지 누적 폐업 숫자(1만1450개)가 창업 숫자(1만2083개)에 육박하는 것은 9만여 개에 달하는 카페 숫자가 이제 정점에 달했다는 신호라는 분석이다.
국내 카페 시장은 '가성비' 좋은 저가 커피와 맛을 내세운 고급 커피로 양분된다. 거대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확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맛과 인테리어 경쟁력에서 밀린 개인 카페들은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프랜차이즈 주도로 국내 커피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지만, 이미 포화 상태라는 경고음도 나온다.
24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 들어 11월까지 커피류(커피·차·마테·향신료) 누적 수입액은 11억2918만달러로 지난해 동기(12억9866만달러) 대비 13% 감소했다. 지난해 전체(1~12월) 수입 금액이 14억2202만달러로 역대 최대치였는데, 정점을 찍고 줄어든 것이다.
카페 폐업 속도는 더 빨라지며 창업 수 추월을 앞두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10년 전인 2013년 대비 올해 신규 카페 수가 45% 늘어나는 동안 폐업 카페 수는 181% 급증했다. 경쟁 심화 속에서 오래 살아남는 카페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커피음료점의 평균 사업 존속 연수는 3년2개월에 그쳤다.
카페는 1억원 미만 소자본으로 창업이 가능하고 일반음식점에 비해 마진이 높다고 알려져 '인기 창업 업종'으로 꾸준히 꼽혀왔다. 하지만 지금은 저가 커피 브랜드 팽창으로 경쟁이 과도해져 예전만큼 수익을 남기기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개인 카페와 프랜차이즈를 막론하고 카페업에 뛰어든 자영업자들은 서로 같은 상권의 고객을 뺏고 뺏기는 상황이다. 김광부 전국카페가맹점주협의회장은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도 창업 비용이 높아져 기본 수억 원이 드는 데다 본사에서 점주들에게 물건을 비싸게 사도록 강제해 점주가 비용 부담을 떠안는 사례도 적지 않다"며 "카페 간 과도한 경쟁을 막고 골목상권을 지키기 위해 카페업종에도 출점 제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올해 영업신고를 한 주요 커피 프랜차이즈 중에선 메가엠지씨커피(메가커피) 신규 매장이 385개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으로 컴포즈커피(352개), 빽다방(176개), 더벤티(152개) 순이었다. 스타벅스(142개), 이디야(104개), 투썸플레이스(102개)보다 저가 커피 4개 브랜드가 모두 앞섰다.
한편으론 스페셜티 커피와 특색 있는 인테리어를 선보이는 해외 커피 브랜드들이 국내 직영점으로 공격적 진출에 나서며 자영업자들의 설 자리가 좁아지는 모습이다. 스타벅스에 이어 블루보틀과 팀홀튼 같은 해외 유명 커피 브랜드들이 국내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규모 개인카페들이 저가 프랜차이즈와 가격 경쟁을 하면 폐업할 수밖에 없다. 살아남기 위해선 젊은 세대에게 맞춘 인테리어나 특색 있는 메뉴 등으로 차별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금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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