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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회장 윤창섭, 총무 김종생 목사)가 성탄메시지를 발표하고, 아기 예수가 이 땅에 오신 의미를 성찰해 기후위기와 전쟁, 분열과 갈등 등 전지구적 위기상황을 극복하자고 당부했다.
교회협의회는 "성탄의 기쁜 소식은 교회를 통해 전해오는 우리 삶의 보화이지만, 여전히 세상에는 평화롭지 못한 암울한 소식이 가득하다"고 전했다.
교회협의회는 이어 "주님의 오심을 기뻐하는 교회조차 약자와 소수자들 보다는 우리 사회 주류에 서기를 원하고, 교회 자체의 문제들에 매몰돼 사회를 향한 예언자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교회협의회는 그러면서 "하나님께서 지름길이 아니라 아기 예수와 십자가라는 좁은 길을 구원의 길로 내신 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깊이 성찰할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2023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성탄절 메시지 전문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공동의 집인 지구촌은 다양한 위기를 심하게 앓고 있습니다. 자연생태계 파괴로 인한 기후위기 상황 속에서 미-중의 헤게모니 갈등과 신냉전 질서의 구축,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그리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더더욱 염려되는 남북관계의 대치전선, 반복되는 사회적 참사와 노동현장의 산업재해로 인한 사회 안전의 불안함, 우리 사회 곳곳에 나타나고 있는 초갈등 국면은 미래에 대한 절망의 그늘을 더 짙게 만들고 있습니다.
여야 정치의 극한 대립과 장기적인 경기 침체로 말미암은 취업의 불안정은 청년계층은 물론 사회 전반의 분위기를 어둡게 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공격적으로 만듭니다. 국익은 뒷전인 채 정쟁에만 몰두하는 정치권, 일자리와 연금을 둘러싼 세대 간의 반목, 영남과 호남의 해묵은 지역 갈등, 철지난 보수와 진보의 치열한 이념 경쟁 등 다양한 갈등 요인들이 사회통합을 저해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 팽배한, 타인에 대한 극단적 증오심과 적대감은 점점 더 커지면서 서로 증오하며 갈라선 개인과 집단만 존재합니다. 총만 들지 않았지 사실상 전쟁에 투입된 병사처럼 아군과 적군으로 나뉘어 전선을 형성하여 대치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아픈 현실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점점 더 삭막해지고 서로를 받아들이고 포용하는 품은 좁아지고 있습니다. '나와 다른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고 극과 극으로 달려가며, 서로 대립하고 대치하고 배척하는 분위기가 만연하고 있음을 사회 여러 분야에서 보게 됩니다.
성탄의 기쁜 소식은 교회를 통해 전해오는 우리 삶의 보화이지만 여전히 세상에는 평화롭지 못한 암울한 소식이 가득합니다. 감염병과 전쟁의 여파로 세계 경제는 더 어려워지고, 겨울은 가난한 이들에게 더욱 혹독합니다. 1주기를 지낸 이태원참사 유가족과 10주기를 앞두고 있는 세월호참사 유가족들은 여전히 거리에서 한스러운 삶을 지내고 있고, 노동의 자리에서 밀려난 이들의 가슴 저린 소식은 늘어만 갑니다.
이러한 시기이기에 성탄절의 의미는 더욱 크다고 하겠습니다. 우리 주님은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오시어 다양한 현장을 찾아 고치시고 회복시켜주시며 사회통합을 도모하셨습니다. 병자를 치유하고 귀신들린 이에게서 귀신을 쫓아내시고 제사장에게 보여 다시 공동체에 소속되게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한결같이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며 상대를 대상화하시지 않고 주체로 세우셨습니다.
우리는 교회와 사회에서 발견하는 제반 문제들을 자신의 문제로 여기기보다는, 남의 문제로 치부하고 유체이탈의 방식으로 인식하고 평가하고 심판할 때가 많습니다. 주님의 오심을 기뻐하는 교회조차도 약자와 소수자들 보다는 우리 사회의 주류에 서기를 원하고, 교회 자체의 문제들에 매몰되어 사회를 향해 예언자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식인들이 범하는 대표적인 오류는 대체로 충고, 조언, 평가, 판단으로 견인하고 계도하려는 습관입니다. 그렇지만 성인은 물론 어린이조차 그러한 너무나도 자명한 지적과 가르침에 귀 기울이지 않습니다. 따라서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일들에 대하여 나만이 답을 알고 있는 것처럼 오만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문제의 해결방안이 정답이 될 수 없음을 우리는 그동안의 경험에서 잘 알고 있습니다. 아니 우리가 확신하고 있는 모범 답안 같은 말들이 우리 사회에 별반 도움이 되지 않음을 절감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주님은 말이 아니라 몸으로 성육신하신 것입니다. 그것도 성인예수가 아니라 성장의 진통과 투자해야 할 시간이 필요한 아기예수로 문제 많은 세상에 오신 것입니다. 영혼 없는 답안을 되뇌이기보다는 몸의 언어로 내려오고 낮아지고 작아지는 데에 그 "길"이 있음을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지름길이 아니라 아기예수와 십자가라는 좁은 길을 구원의 길로 내신 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깊이 성찰해야 할 대목입니다. 우리가 얻은 구원은 값싼 구원이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몸소 먼저 자녀를 대신 내주는 가슴 아픈 경험을 하신 것입니다. 그 대속의 길이 바로 우리 모두를 위로와 구원으로 인도하는 유일한 길입니다.
아기 예수님의 성탄을 함께 축하하며, 복음의 기쁨으로 이 어려운 위기상황을 잘 이겨 내어 친교로 하나 되는 공동체를 만들어 가도록 노력합시다. 아기 예수님의 오심이 문제 많은 우리들에게 희망이 되고 다시금 은혜 안에서 새롭게 출발하는 계기가 되도록 같이 손을 잡고 일어나기를 원합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김종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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