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코로나19 이후 비만율 급증···30~50대 남성 2명 중 1명 ‘비만’
BMI 낮아도 고혈압·당뇨 등 대사질환 동반되면 치료 서둘러야
약물 의존 보단 일상생활 속 ‘건강한 루틴’ 만들어야 체중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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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기술(IT) 회사에서 근무하는 서경제(가명·37) 씨는 최근 3년새 체중이 17kg 늘었다. 키가 175㎝인 서씨는 대학 졸업 이후 10년 가까이 73㎏ 전후의 체중을 유지했다. 몸무게(㎏)를 키의 제곱(m²)으로 나눈 값인 체질량지수(BMI)는 23.8㎏/㎡. 정상 범위를 살짝 벗어나지만 뚱뚱하다는 소리를 들은 정도는 아니라 여겼고 ‘마음만 먹으면 2~3㎏ 정도는 금방 뺄 수 있다’는 여유를 부리기도 했다.
혼자 산지 15년차로 자칭 ‘자취 만렙’인 서씨는 아침식사를 거른지 오래다. 평일 점심과 저녁, 2끼는 대부분 외식으로 해결했다. 혼자 밥을 차려 먹기 귀찮다는 핑계로 일주일에 두 세번은 퇴근 후 저녁식사를 빙자한 술자리를 가졌다. 몸이 무거워진다 싶을 때쯤 집근처 헬스장을 찾아 러닝머신 위에 오르는 게 서씨의 유일한 운동이었다. 그런데 코로나19 기간 재택근무에 돌입하며 그마저도 할 수 없게 되자 활동량이 더욱 줄었다. 배달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횟수가 늘면서 체중계의 숫자가 걷잡을 수 없이 올라가더니 급기야 앞자리 수가 바뀌었다. 현재는 체중 90㎏, BMI 30㎏/㎡에 육박하는 고도비만 상태다. 특히 복부에 집중적으로 살이 찌면서 허리 둘레가 40인치로 올라섰다. 건강검진 결과는 더욱 충격적이었다. 매년 조금씩 오르던 최고혈압은 150㎜Hg대가 됐고 총콜레스테롤은 250㎎/㎗을 넘어 고콜레스테롤혈증 의심 소견이 나왔다. 공복혈당은 110㎎/㎗로 아직 당뇨병은 아니지만 정상 범위를 벗어난 단계다. ‘내년 1월부터 헬스장에 다시 등록하자’고 다짐해 보지만 최근에는 조금만 걸어도 무릎이 붓고 아파 러닝머신 위에서 몇 분이나 걸을 수 있을지 엄두가 나질 않는다. 놓쳐 버린 건강관리,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까.
◇ 코로나19 지나갔는데 ‘확찐살’ 그대로…2030 건강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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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세계보건기구(WHO)가 ‘21세기 신종 감염병’으로 규정할 정도로 비만 유병률이 증가하면서 세계 각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며 “우리나라 역시 최근 10년간 남성의 비만율이 크게 뛰었다. 특히 코로나19를 겪으며 소아청소년과 성인의 비만율이 급증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국내에서 손 꼽히는 비만 치료 전문가다. 1996년에 비만 치료를 시작할 때만 해도 미용으로 오해를 받을 정도로 한국 사회에서 비만 유병률이 낮았다. 30년 가까이 지나며 ‘비만=질병’이라는 인식이 자리를 잡았고 국내에서는 2019년부터 BMI 35㎏/㎡ 이상 또는 BMI 30㎏/㎡ 이상으로 고혈압·제2형 당뇨·이상지질혈증 같은 대사질환을 가진 경우 비만대사수술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도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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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MI 낮아도 대사질환 있으면 위험 신호···“치료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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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교수가 비만 환자를 치료할 때 내세우는 첫 번째 원칙은 “환자에게 답이 있다”는 것이다. 어떤 의사를 만나도 24시간 전담 케어를 받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환자가 진료실을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살찌기좋은 습관’을 버리지 못한다면 체중감량 후 원래 상태로 되돌아가는 ‘요요현상’을 피하기 힘들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13kg을 감량해 ‘비만 치료의 게임체인저’라고 불리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작용제조차 주사를 중단하면 요요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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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자에게 답 있다···살 찌는 원인 찾고 건강 루틴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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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진 의료전문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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