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과 '검사-피의자' 구도
총선까지 촉박, 중도인사 연대해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해 있다. 고영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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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은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취임과 동시에 4개월도 남지 않은 내년 총선을 진두지휘하게 된다. 입문과 동시에 정치적 승부수를 걸어야 하는 시험대에 서게 되는 셈이다. 한 전 장관 입장에서는 여러 사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검사 대 피의자' 구도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은 출발선에 섰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한 전 장관 말마따나 '이기는 정당'이 되기 위해서는 중도층 포용이 필수다. 여당의 총선 승리는 물론 한 전 장관의 정치적 미래를 좌우할 관건은 '한동훈의 확장성'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한동훈 간판' 국민의힘, "도덕성 우위" 기대감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은 21일 한 전 장관 비대위원장 지명 사실을 공개하면서 "내년 총선을 이끌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 만큼 인선의 기준과 목표가 분명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전 장관이 "차기 정치지도자 여론조사에서 당내 1위를 고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당내에선 한 전 장관 등판으로 총선을 앞둔 보수층이 결집해, 일단 단기적으로 '컨벤션 효과'(정치 이벤트 후 지지율이 상승하는 현상)를 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적지 않다. 한 전 장관은 지난 8일 공개된 한국갤럽의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16%를 기록해 이 대표(19%)를 오차범위 이내까지 따라잡았다. 30% 박스권에 갇혀 있는 윤석열 대통령 공략을 염두에 둔 민주당 입장에서는 '여당 대표 한동훈'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된 상황이다. 이 대표의 약점인 사법리스크 부각 차원에서 '검사 대 피의자' 구도가 형성되면, 선거 흐름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게 된다는 게 여권의 판단이다. 실제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한 전 장관이 비대위원장에 지명된 직후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최소한 한 전 장관은 여러분 당의 대표처럼 범죄 혐의자는 아니다"라면서 도덕성 공격을 시작했다.
이재명(왼쪽 사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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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층 공략... "정책 경쟁서 앞서야"
당 내부에서는 엘리트 이미지의 한 전 장관이 '청년과 중도층에서도 인기가 많다'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고령층과 보수층 결집에 반문재인 정서의 중도층을 사로잡아 정권교체에 성공한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의 '우향우'로 1년 7개월간 중도층 민심을 많이 잃었다. 8일 공개된 한국갤럽 정당지지율 조사에서도 국민의힘(35%)과 민주당(33%) 격차는 2%포인트에 불과했지만, 중도층으로 범위를 좁히면 국민의힘(25%)이 민주당(35%)에 10%포인트 뒤졌다. 이 열세를 얼마나 극복할 수 있느냐가 "이기는 정당을 만들겠다"는 한 전 장관의 가장 큰 숙제가 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그간 '민주당 저격수'라는 이미지가 많이 부각돼 있는 한 전 장관이 경제와 민생 이슈 등 중도층이 민감한 이슈에 얼마나 호소력 있게 접근할지 물음표가 붙어 있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선거를 앞둔 국민들의 관심은 우리의 미래와 민생으로 더 기울지 '검사 대 피의자' 구도에 그다지 반응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한 전 장관이 정책과 혁신 경쟁에서 민주당을 얼마나 압도할 수 있느냐가 앞으로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 일각에서는 한 전 장관의 취약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확장성이 있는 인사들과의 연대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총선이 100여 일 남은 상황에서 한 전 장관 개인기로 중도층 공략에 나서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당의 한 재선 의원은 "유승민 전 의원과 이준석 전 대표 등 비윤석열계로 분류된 인사들에게 역할을 맡겨 다양한 스펙트럼이 국민의힘에 있다는 사실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장래 정치지도자 선호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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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한국갤럽,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나광현 기자 nam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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