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 시점을 고민하고 있다. 내년 미국 경제의 연착륙이 쉽지 않을 거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미국 소비자들이 지난 14일 메릴랜드주 아나폴리스에 있는 한 대형 매장에서 쇼핑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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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 파이터’로 나서 온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내년 금리 인하 시기를 저울질하기 시작했다. 물가가 정점을 찍은 후 안정기에 접어들고 있는 만큼 앞으로는 고강도 통화긴축의 여파로 경기가 나빠지거나 금융 불안이 심화할 가능성을 더 염두에 둘 수밖에 없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21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내년 연착륙이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 피벗(Pivot·통화정책 전환) 기대를 키우는 요소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인베스코의 크리스티나 후퍼 글로벌마켓 수석 전략가는 내년 미 경제의 ‘평탄치 않은 착륙’을 예상하면서 “일부 기업, 특히 소규모 업체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재민 기자 |
이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내년 금리 인하를 시사한 배경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13일(현지 시간) 기준금리를 연 5.25~5.5%로 3연속 동결한 직후 “(금리를 내리지 않고) 너무 오래 기다릴 경우의 리스크를 인지하고 있으며 실기하지 않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Fed가 이르면 내년 3월부터 인하를 시작해 1%포인트까지 내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과 영국도 내년 금리인하 대열에 동참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장에서 유럽중앙은행(ECB)과 영란은행(BOE)이 내년 6월쯤 첫 금리 인하에 나설 거란 전망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그만큼 경기 침체 신호가 뚜렷해지고 있어서다. 올해 유로존 성장률은 지난 1·2분기 모두 0.1%에 그쳤고 3분기에는 -0.1% 역성장했다.
박경민 기자 |
변수는 여전히 불안한 물가다. ECB와 BOE는 “물가 상승 위험이 여전하다”며 금리 인하 논의에 공식적으로는 선을 긋고 있다. 유혜미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내년에는 금리 인하 시기와 폭, 피벗 전후 사람들의 기대를 어떻게 관리하는지 등을 통해 각국 중앙은행의 실력이 제대로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의 경우 그간 기준금리를 올리기도, 내리기도 어려운 딜레마 상황이 계속됐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되면 한은 입장에서 인상 압박 요인을 하나 덜 수 있다. 미국과의 금리 차 확대에 따른 외환시장의 불안요소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이제 물가와 경기 사이에서 본격적인 고민을 시작하는 셈이다. 한은은 한국 경제가 내년 2.1% 성장해 올해(1.4%)보다는 나아질 것이라면서도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경기가 부진할 경우 1.7% 수준에 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경기 회복 국면에 찬물을 끼얹지 않기 위해선 적절한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 그러나 물가가 예상보다 더디게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그간 전기·가스요금 인상 폭 제한과 유류세 인하 등으로 누적된 비용인상 압력이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 등이 물가 목표 2% 달성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0일 물가 점검 설명회에서 “인플레이션을 목표 수준으로 되돌리기 위한 마지막 걸음, ‘라스트 마일(last mile·마라톤에서 목표 지점까지의 최종 구간)’은 지금까지보다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도 시장은 현재 3%대인 물가가 2%에 도달하기 쉽지 않은 만큼 경기 회복에 더 무게를 둬 조기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등 기대를 꺾지 않고 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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