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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물가와 GDP

비둘기 파월? 한은 이창용 고개 저었다 "라스트마일 쉽지 않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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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3년 하반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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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0일 “여전히 목표 수준을 크게 웃도는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어 인플레이션에 대한 긴장을 늦추기에는 아직 이르다”며 “인플레이션을 목표 수준으로 되돌리기 위한 마지막 걸음, ‘라스트 마일(last mile)’은 지금까지보다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물가상승률 2%라는 골인 지점을 앞두고 마지막에 더 힘을 내야 하는 한은의 상황. 이 총재는 이를 마라톤 용어인 라스트 마일에 비유하면서 현재 연 3.5% 수준인 기준금리를 상당 기간 유지해야 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물가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국제유가 등 원자재가격의 향후 추이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가운데 누적된 비용인상 압력의 영향이 지속되고 있고 노동비용도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해 7월 6.3%로 정점을 찍은 이후 지난 11월 3.3%로 하락했고, 근원소비자물가(변동성 큰 에너지ㆍ식료품 제외)도 2.9%까지 낮아졌다. 하지만 한은은 2% 도달 시점을 내년 말이나 2025년 상반기 중으로 보고 있다.

생산성을 고려한 명목임금, 즉 단위노동비용 상승률 역시 지난해 5.3%에서 올해 3분기 기준 2.7%로 둔화했지만 여전히 팬데믹 이전(1.9%)보다 높은 수준이다. 올해 1인당 명목임금 상승률은 임금 총액 기준 2.5%로 팬데믹 이전(3.8%, 2015~2019년)에 비해 낮아졌지만, 같은 기간 생산성(1.9%→-0.2%)이 더 떨어지다보니 기업의 비용부담은 커졌다는 의미다. 한은은 “단위노동비용 상승률은 소비자 물가상승률에 1분기 정도 선행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는 단위노동비용이 오를 경우 이를 완충할 여력이 부족한 기업들이 가격 인상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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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비둘기 파월’에 대해서도 이 총재는 시장과 다른 해석을 내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 13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5.25~5.5%로 3연속 동결하면서 점도표의 내년 기준금리 전망을 연 4.6%로 크게 낮추자 시장에선 조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 총재는 “저는 파월 의장이 금리를 더 올리지 않더라도 현재 수준을 오래 유지하면 상당히 긴축적 효과를 가질 것이라고 한데 방점을 두고 있다”며 “Fed가 금리 인하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아닐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관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리 인하 수준에 대해서도 “점도표상 내년에 0.5~0.75%포인트 정도 떨어지는 것으로 돼 있는데 시장은 1%포인트 이상 확실히 떨어지는 걸 기대하고 있어서 과잉 반응인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이 총재는 Fed가 추가 인상을 예고하진 않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일단 미국이 금리를 올리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실해지면서 국제 금융시장이 많이 안정됐다”며 “환율ㆍ자본이동 등 제약조건이 풀린 것은 사실이라 물가 등 국내 상황만 보면서 통화정책을 독립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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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3년 하반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창용 총재, 김웅 부총재보, 최창호 조사국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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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영국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소속 35개국의 경제성적을 매긴 결과 한국이 2위라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2021년 8월 이후 선제적 금리 인상으로 물가상승률을 잘 붙들어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저한테 좋은 뉴스지만 자기 칭찬은 피하겠다”면서도 “지난 한 해 국내보다 해외에서 훨씬 더 좋은 평가를 받은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말 레고랜드 사태로 채권시장이 얼어붙었을 때, 기준금리를 올리면서도 유동성 지원을 강화한 것 등을 언급하면서 “지금까지는 물가와 경기, 금융안정 등을 조화롭게 유지해온 것에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자부심이 있다”고 평가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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