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하루 앞두고 인터뷰…"가장 힘들었던 건 사운드 디자인"
"이순신이 왜 그렇게 마지막 전투를 하려고 했는지에 대한 결론"
김한민 감독 |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이달 20일 개봉하는 김한민 감독의 '노량: 죽음의 바다'(이하 '노량')는 임진왜란이 막바지에 접어든 1958년 11월 이순신 장군이 명나라 수군과의 연합 함대로 왜군을 섬멸한 노량대첩을 그린 작품이다.
이 영화에서 100분에 달하는 치열한 해상전 장면은 바다에서 촬영한 게 아니다. 제작진은 강릉 스피드스케이트 경기장에 초대형 규모의 실내 세트장을 지어 촬영했고, 나머지는 시각특수효과(VFX)로 채워 해상전의 스펙터클을 완성했다.
파도가 치는 바다의 질감을 VFX로 살려내기는 쉽지 않지만, 이 영화의 해상전 장면은 상당히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노량'의 개봉을 하루 앞둔 19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 감독은 '노량'의 스펙터클이 할리우드 영화에도 뒤지지 않을 거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바다와 배, 특히 사극의 배에 관해선 어느 나라 영화 못지않을 거예요. 누군가가 '할리우드 영화 같다'고 하길래 '할리우드에서 이렇게 만들 수 있다고? 난 못 봤는데?'라고 말해줬죠."
이 영화엔 컴퓨터그래픽(CG)이 안 들어간 장면이 거의 없다고 한다. 이 영화의 CG 작업에만 관련 업체 25곳의 인력 800명이 참여했다. 웬만한 국내 CG 업체는 다 참여했다는 게 김 감독의 설명이다.
'노량'이 끌어올린 VFX 기술이 한국 영화의 자산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 감독은 "('노량'의 성과를) 잘 활용해 한 걸음 나아가는 영화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 감독이 스펙터클 못지않게 공을 들인 건 사운드다. 이 영화의 장엄한 사운드는 영웅 이순신을 떠나보내는 장송곡처럼 들리기도 한다.
김 감독은 두 시간 반짜리 오케스트라 연주를 이끄는 지휘자가 된 기분이었다며 "CG도 힘들었지만, 감독으로서 가장 힘들었던 건 사운드 디자인이었다"고 털어놨다.
같은 장면을 놓고도 사운드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크게 달랐다고 한다. 가장 대표적인 게 롱테이크로 촬영한 선상 백병전 장면이다. '노량'이 펼쳐내는 해상전에서 백미로 꼽힌다.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의 한 장면 |
김 감독은 "처음엔 긴장감 있는 사운드로 덮었는데 장면의 느낌이 잘 살아나지 않았다"며 "'큰일 났다, 연출을 잘못한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지경이었는데 과감하게 뮤트(소리를 없애기)로 가자고 했다. 최소한의 사운드에서 답을 찾은 것"이라고 회고했다.
이 백병전 장면에 대해 그는 "이순신이 치열한 전장의 중심에 있었다고 할 때 그 치열함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한 결과"라며 "돈과 시간, 노력이 얼마나 들더라도 완성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고 돌아봤다.
'노량'이 이순신의 최후를 어떻게 그려냈을지도 관심사였다. 신파에 빠질 것으로 우려되기도 했지만, 이순신이 죽음을 맞는 장면은 감정의 절제가 두드러진다.
김 감독도 이순신의 최후 장면을 '담백하게 처리했다'는 평가를 많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일부러 세련된 연출을 위해 그렇게 한 건 아니다"라며 "이순신 장군의 진정성과 진실성을 확보하려고 하다 보니 그렇게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라고 했다.
극중 이순신은 임진왜란을 어떻게 종결할지 고민한다. 왜군에 퇴로를 열어줘 희생을 최소화하자고 주장하는 명나라 수군 장수 진린에게 이순신은 "절대 이렇게 전쟁을 끝내선 안 된다"고 일갈한다.
이 대사는 이순신이 실제로 남긴 말은 아니다. 김 감독은 "난중일기 어디에도 그런 말은 없지만, 이순신의 출정 맹세에서 단서를 발견했다"며 "난중일기에 투영된 이순신의 정신을 그런 문장으로 내가 추출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노량'으로 김 감독은 '명량'(2014)과 '한산: 용의 출현'(2022)에 이어 이순신 3부작을 완성하게 됐다. 그는 "'이제 이런 날이 왔구나' 싶다"라며 감개무량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노량'은 이순신 장군이 왜 그렇게 치열하고도 집요하게 마지막 전투를 하려고 했는가에 대한 내 나름의 확신에 찬 결론"이라고 했다.
'노량'은 천만 영화 등극을 눈앞에 둔 김성수 감독의 '서울의 봄'의 바통을 이어받아 연말 극장가를 달굴 전망이다. 극장가에서 이 작품에 거는 기대도 크다.
김 감독은 '노량'이 '서울의 봄'만큼 흥행할 가능성에 대해 "(그렇게 된다면) 한국 영화감독 입장에선 영광일 것"이라며 "꼭 그렇게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의 한 장면 |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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