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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세 생일맞은 교황, 건강악화에 교회개혁 막판 전력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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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다운식 문화 결별…평신도 존중·포용성 강화 박차"

"죽음 현실적으로 느끼자 가톨릭에 새길 유산에 더 진심"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
[AFP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프란치스코 교황이 17일(현지시간) 87세 생일을 맞이했다.

종교 전문가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고령에 따른 건강악화 때문에 오히려 가톨릭 개혁에 더 열성적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관측한다.

AP, dpa통신 등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청 복지단체의 후원을 받는 가족들과 함께 생일잔치를 열었다.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3년 즉위 이후 매년 이어온 자신만의 전통이었다.

참석한 어린이들은 생일잔치에서 춤추고 노래한 뒤에 성탄절 선물을 받았다.

교황이 정오 삼종기도를 위해 사도궁전 창문 앞에 섰을 때 성베드로 광장에 모인 신자 약 2만2천명은 배너를 내걸고 생일을 축하했다.

외신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고령에 따른 건강 문제, 교회 개혁을 위한 막판 총력전 속에 87세를 맞이했다는 점을 주목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올해 두 차례 호흡기 질환 때문에 주요 행사에 참석하지 못했다.

올해 4월에는 급성기관지염 때문에 사흘간 입원하면서 콜로세움에서 열리는 성금요일 십자가의 길 행사에 빠졌다.

이달에는 기관지염이 또 덧나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에 나서지 못했다.

교황은 그 사이인 6월에는 복벽탈장 때문에 9일 동안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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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AFP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프란치스코 교황은 불안한 몸 상태 때문에 현대적 교황의 활동을 더 왕성하게 수행하지 못하는 데 아쉬움을 느끼는 것으로 전해진다.

궁전 안 왕좌를 지키던 지난 2천년과 달리 지금 교황은 전세계를 발로 뛰며 복음을 전하고 교리를 전파해야 할 의무를 지닌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고령을 이겨내지 못하고 살아있는 동안 자리에서 물러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앞선 교황 265명 중에 선종할 때 프란치스코 교황보다 나이가 많은 이들은 7명에 불과하다.

전직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건강을 비롯해 고령에 따른 개인적 문제를 들어 사임해 은둔하는 현대적 선례를 만들어뒀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건강이 안 따라주면 사퇴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들어 생각이 바뀐 듯 교황이 종신직이라고 다시 언급했다.

교황으로서 임기가 고령 때문에 점점 줄어드는 만큼 자신의 신앙을 반영한 교회 개혁에 더 큰 노력을 쏟고 있다.

이는 진보적 가치를 지닌 교황으로서 가톨릭의 미래에 남길 자신의 유산을 본격적으로 관리하기 시작한 것으로 여겨진다.

가톨릭 보수진영의 정신적 구심점이던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이 작년 12월 31일 선종하자 개혁의 속도는 더 빨라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톨릭이 더 포용적으로 변하고 평신도의 목소리를 존중하도록 변모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자신이 주재한 주교회의를 통해 교회의 의사결정에 여성이 참여하도록 1단계 개혁을 마무리했고 다음 단계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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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적 가톨릭 성직자 프란치스코 교황
[EPA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데이비드 깁슨 독일 포츠담대 종교문화센터 소장은 "가톨릭 행정에 고착된 톱다운 속성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주요 개혁과제"라고 말했다.

깁슨 소장은 "과도기가 혼란스럽고 매우 힘겨운 까닭에 개혁이 성공할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것"이라고 내다봤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개혁에 속도를 높이려고 이례적으로 진보적인 신학자 빅토르 페르난데스 추기경을 신앙교리부 장관에 임명했다.

가톨릭 교리를 감독하는 수장이 된 페르난데스 추기경은 트랜스젠더가 세례 때 대부, 대모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등 포용성을 확대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부패하거나 배타적일 정도로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성직자들에게는 칼자루를 휘두르고 있다.

한때 교황청 2인자로, 부동산 비리에 휘말려 기소된 죠반니 안젤로 베추 추기경은 바티칸 법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베네딕토 16세 전 교황의 비서이던 게오르그 겐스바인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비판하다가 고향 독일로 쫓겨났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지지하며 2021년 의회폭동을 선동한 미국 텍사스 오스틴 교구의 조지프 스트릭랜드 주교는 해임됐다.

나탈리아 임페라토리-리 미국 맨해튼대 종교학과 교수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자신의 유산을 예전과 다르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아마도 최근 병치레 때문에 자기 죽음이 현실이 될 수 있음을 좀 더 자각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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