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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이슈 취업과 일자리

경력 필요한 취업자와 실력 필요한 기업 모두 웃자...'맞춤형 인재' 찾는 묘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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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한국디자인진흥원 일자리 지원사업
지원기업 65%가 고용 유지 90%는 정규직 전환
한국일보

권태인(오른쪽) 알파브라더스 이사와 신입 디자이너 우용훈씨가 13일 서울 강서구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윤서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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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 등촌동에 둥지를 튼 스타트업 알파브라더스는 '디자인 구독'이란 새로운 서비스로 대박을 터뜨렸다. 제품 로고, 포스터 등 디자인 의뢰 건마다 기업과 디자인 외주업체가 계약을 맺었던 업계 관행을 넘어 '정기 구독료'를 낸 기간만큼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업은 프로젝트마다 필요한 디자이너를 새로 뽑을 필요가 없고 추가 비용 없이도 디자인 수정 요청을 할 수 있다. 2018년 두 디자이너가 만든 회사는 올해 직원이 100명(디자이너 30명)이 될 만큼 급성장했다.

그럼에도 실력 있는 디자이너를 제때 뽑지 못하는 건 늘 아쉽다. 13일 만난 권태인 이사는 "인턴 서너 명을 뽑아 정규직 전환에 실패하면 수개월 투자한 인건비 몇천만 원이 '비용' 처리되고 새 인턴을 뽑아야 한다"며 "역량 있는 디자이너 뽑는 방법을 찾던 중 한국디자인진흥원의 취업 지원 사업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 회사가 신청한 사업은 디자인을 전공한 청년의 인건비 일부(최장 6개월, 최저 임금)를 지원하는 '청년연계 K디자인 파워업'. 이 사업 대상 회사로 뽑혀 7월 인턴 두 명을 채용했고 이들 모두 10월 정규직이 됐다. 그중 한 명인 디자이너 우용훈씨는 "대학 졸업 후 앱 쇼핑몰에서 6, 7개월 일하다 이직했다"며 "성장하는 스타트업에서 많은 걸 보고 배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지원금 덕분에 회사는 우씨의 짧은 사회 경력을 모두 인정한 임금을 제시해 그를 스카우트했다. 권 이사는 "포트폴리오만으로는 디자이너가 어떤 성과를 낼지 알 수 없어 지원자가 원하는 임금을 선뜻 주기 부담스럽다"며 "지원 사업이 있으면 인재를 더 적극적으로 뽑을 수 있다"고 말했다.

디자인 졸업생 2만명에도 업계는 구인난

한국일보

한국디자인진흥원의 '해외인턴지원사업'으로 미국 기업 KISS에 취업한 김문영(왼쪽), 고승희 디자이너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에서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예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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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디자인전공 졸업자가 한 해 평균 2만 명에 달하지만 디자인 업계는 구인난을 호소한다. 반대로 졸업생 10명 중 3, 4명은 취업에 실패한다(디자인전공 취업률 64.5%). 디자인 부서를 따로 두는 기업의 디자이너 고용 규모는 2021년 기준 평균 5.32명, 디자인 전문업체(외주업체)의 평균은 이보다 더 적은 2.54명에 그친다. 조직 규모가 작아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디자이너를 선호하다보니 신입은 직장을 찾기 어렵고 기업들은 디자이너를 구하는 게 어렵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디자인진흥원은 이런 현장 요구에 맞춰 맞춤형 인재를 만드는 다양한 일자리 사업을 추진해왔다. ①19~34세 청년 디자이너의 인건비를 지원하는 '청년연계 K디자인파워업'②기업 수요에 맞는 인재를 찾아 업체에 소개하고 임금 절반을 지원하는 '제조기업 디자인인력지원사업', ③해외 기업과 국내 청년 디자이너를 이어주고 취업 과정을 돕는 '해외인턴지원사업' 등이다.

지원 후 고용 유지 실적도 높다. '청년연계 K디자인파워업'은 지난해 인턴 디자이너 307명의 인건비를 지원했고 이 중 65.2%가 지원 종료 후에도 고용을 유지하고 그중 90.5%가 정규직으로 전환했다(2022년 성과조사 응답기업). 올해도 인턴 302명 인건비를 지원했고 이 중 94명이 사업 종료 전 정규직으로 채용됐다(11월 30일 기준). 해외인턴지원사업은 지난해와 올해 각각 100명을 지원해 이 중 37명, 66명이 현지 인턴 취업에 성공했다.

새내기 디자이너 김문영, 고승희씨는 지난해 해외인턴지원사업을 통해 '꿈의 무대' 미국 뉴욕에 진출했다. 진흥원의 지원 사업이 해외에 알려지면서 한국의 신입 디자이너 면접에 나선 외국 기업이 2021년 47개→22년 51개→23년 59개로 늘었고 두 사람은 미국 화장품회사 'KISS'에 취업해 인턴 1년을 거쳐 정규직 전환을 앞두고 있다.

비자 신청을 위해 잠시 한국에 온 김씨는 "졸업 후 반년 정도 취업을 준비하다 진흥원 지원 사업을 알게 돼 해외 취업에 성공했다"며 "인턴이라도 프로젝트를 이끌 기회를 얻을 수 있어 디자이너로 존중받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해외 근무 틈틈이 6월 30개국 1,200여 명이 참가한 런던 디자인 어워드에서 '포켓 가드닝' 서비스를 출품해 UX부문 은상을 탔다. 고승희씨는 "인턴 때는 진흥원 도움으로 1년 단기 체류 비자(J1)를 받았다"며 "현지에서 역량을 보여줄 기회가 많아 3년 장기 체류가 가능한 예술인비자(O1)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윤상흠 디자인진흥원 원장은 "사람의 창의력이 좌우하는 디자인 분야는 우수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장에 바로 투입 가능한 실무 디자이너는 한 기업의 디자인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큰 영향을 주는 만큼 디자이너와 기업 모두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실무 경험을 제공하는 디자인 지원을 강화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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