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회 “성소수자 축복은 교회법 위반”
교단 안팎서 분노와 비판 목소리 커져
기독교대한감리회 이동환 목사(42)는 지난 12월 12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이렇게 토로했다. 앞서 이 목사는 교회 재판에서 출교형을 선고받았다. 교단에서 퇴출하겠다는 것이다. 이 목사가 성소수자를 위해 펼친 각종 활동이 교회법에 어긋난다는 게 이유이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이동환 목사가 지난 12월 12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사무실에서 주간경향과 인터뷰하고 있다. 정희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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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선고를 두고 시민사회는 물론 교단 내에서도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감리회 소속 목회자와 신학생 등의 집단 움직임도 감지된다.
■석연찮은 재판 진행
감리회 경기연회 재판위원회(법원에 해당)는 지난 12월 8일 이 목사에게 출교를 선고했다. 감리회에서 아예 나가라는 뜻으로, 가장 높은 수위의 징계다. 재판위원회는 이 목사가 2020년 12월~2022년 7월 여러 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해 성소수자 축복식을 집례하거나 대형 무지개 깃발을 흔든 점 등을 문제 삼았다. 이런 행위가 교회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감리회의 ‘교리와 장정’ 제3조 제8항은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이를 어기면 정직, 면직, 출교 등 중징계에 처할 수 있도록 한다.
또 재판위원회는 이 목사가 ‘교회를 모함 및 악선전’한 죄도 범했다고 판단했다. 이 목사가 2021년 7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한국 교회는 우리 사회의 인권 진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 됐다”고 밝힌 내용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위원회는 판결문에 “종전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에 대해 정직 2년의 징계를 받았음에도 또다시 동일한 범과를 저지른 부분에 대해서는 엄한 징계가 필요하다”라며 출교를 선고한 이유를 밝혔다. 이 목사는 2019년 8월 제2회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축복식을 진행했다는 이유로 2022년 10월 정직 2년을 처분받은 바 있다.
이 목사는 예상한 결과라고 말했다. 재판 과정에서 석연찮은 점이 많았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지난 3월 감리회 목사와 장로 등이 이 목사를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기소 과정에서 하자가 발견돼 지난 8월 재판위원회는 공소기각을 결정했다. 하지만 검찰에 해당하는 심사위원회는 초기 절차를 생략하고 지난 9월 이 목사를 다시 기소했다. 사건번호 또한 기존과 같았다. 또 교회법에는 목사와 장로가 고발할 수 있는 범과를 별도로 규정하고 있는데, 동성애 관련 조항은 이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위법한 기소라고 이 목사는 말했다. 감리회 총회 재판위원회는 2014년 이 같은 판단을 내린 바 있다. 이번 재판위원회는 그러나 선고를 내리면서 이런 절차들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 진행 중에 이 목사를 기소한 심사위원회 측이 아닌 고발인이 선임한 변호사가 사실상 심사위원회의 역할을 했다고 한다. 이 목사 측이 이의를 제기했으나 재판위원회는 “교회 재판의 특수성”을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목사는 재판위원들과 심사위원장이 점심시간에 함께 커피 등을 들고 이동하는 장면도 목격했다고 한다. 이 목사는 “재판위원장이 ‘이 목사가 교리와 장정을 어기지 않았으면 이렇게 재판을 열 일도 없지 않느냐’고 말한 적도 있다”라며 “재판위원장은 이미 죄가 된다는 예단을 갖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발언”이라고 했다.
이 목사 측은 이러한 재판 절차상 문제를 들어 수원지법 안양지원에 징계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아울러 본안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이번 징계 등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도 제기했다. 이 목사는 “종교 내 일이라고 하지만, 특정 정체성에 대해 혐오적이고 차별적인 메시지를 보내고 실제 행동까지 하고 있다”라며 “앞으로 누가 또 쫓겨날지 모를 일이다. 차별을 일삼는 집단에 대해서 사회 법원이 관여가 필요하다”고 했다.
감리회 내에서 이번 재판 결과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감리회 소속 목회자와 신학생 등 약 50명은 지난 12월 11일 긴급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선 이번 판결이 감리회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교회 내 만연한 수구 보수적인 분위기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해당 교회법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 등의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참가자들은 앞으로 대규모 기도회를 추진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이 목사는 “지금 감리교에 대한 분노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감리교는 시민들이 왜 이렇게 분노하는지 현재 상황을 제대로 직시해야 한다”고 했다.
이 목사는 출교 선고에 항소할 방침이다. 감리회는 2심제다. 항소를 위해서는 1심 재판비용과 항소 때 필요한 기탁금을 내야 한다. 모금을 진행 중이다.
■기독교인 성소수자 육우당, 18세에 자살
이 목사는 지난 11월 30일 결심공판에서 최후 진술을 하며 고 육우당(본명 윤현석)을 언급했다. 육우당은 기독교인이자 성소수자로, 2003년 4월 만 18세 나이로 자살했다. 육우당은 필명으로 ‘술·담배·수면제·파운데이션·녹차·묵주 등 여섯 개가 유일한 친구’라는 뜻이다. 그는 시조 시인을 꿈꿨다. 2003년 당시 국가인권위원회가 청소년 유해 매체물 심의 기준에서 동성애를 삭제토록 권고하자,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동성애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내며 반발했다. 며칠 뒤 육우당은 동성애자인권연대(현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가 유서에 적은 세 가지 소원 중 하나가 ‘동성애자 해방’이었다.
이 목사가 주도해 2022년 4월 설립한 단체인 ‘Q&A’(큐앤에이)의 창립 선언문에도 육우당이 등장한다. “우리는 손가락질당하는 이들, 쫓겨난 이들, 고난당하는 이들, 억울한 이들의 친구, 고 육우당의 친구였던 예수를 기억하며 빵과 잔을 나눕니다.” 이 목사는 “육우당이 쓴 시나 글을 보면 한국 교회에 대한 안타까움과 속상함이 담겨 있다”라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큐앤에이를 설립한 것”이라고 했다.
2019년 4월 25일 서울 중구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프란시스홀에서 고 육우당 16주기 추모기도회가 열리고 있다. 예배당 뒤 단상 위에는 국화꽃과 육우당 등의 유품이 놓여 있다. 이준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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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목사는 2019년부터 현재까지 교회 재판을 받으면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대인기피증과 공황장애, 우울감에 따른 수면장애 등을 앓았다. 이 목사는 재판을 거치면서 한국사회의 성소수자들이 얼마나 큰 고통을 감당하고 살아가는지 절감했다고 한다. 그는 “나는 성소수자 당사자는 아니고, 앨라이(ally·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고 연대하는 사람)인데도, 이렇게 공격을 당해 힘들고 버거웠다”라고 말했다. 특히 기독교인이면서 성소수자는 사회와 교회의 편견, 자기 안의 검열 등 삼중의 억압을 받고 있다고 했다. 이 목사는 “어릴 때부터 교회 안에서 신앙생활을 하면서 존재의 전부를 의탁했는데, 교회가 너의 존재는 죄라고 말한다. 그때 이들은 ‘정말 나는 잘못된 존재인가’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라며 “이런 다층적인 억압 속에서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짐작도 못 하겠더라”고 했다.
큐앤에이는 한 달에 한 번 성소수자들이 모여 함께 예배한다. 교회에 다니는 사람과 교회를 떠난 이들이 함께한다. 이 목사는 “성소수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교회 설교 중에 긴장을 많이 한다고 한다. 동성애는 죄다, 차별금지법에 반대한다 등의 발언이 나올까봐 조마조마한 것”이라며 “큐앤에이에서는 있는 모습 그대로 마음 편히 예배를 드릴 수 있다”고 했다.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도 추진하려 했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이 목사는 “목회자들이 이런 프로그램을 들으러 오려면, 비난이나 처벌 등을 감수하거나 각오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며 “나 같은 사례를 보면서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위축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동성애자는 입학 불허
다른 교단도 성소수자 차별 규정이 존재한다. 지난 11월 24일 ‘개신교 3개 교단 성소수자 차별 법·제도 대응 모색’ 토론회 내용을 보면,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은 2014년부터 매년 동성애와 퀴어문화축제 개최, 차별금지법 제정 등에 반대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동성애는 죄이며 치유의 대상’이라는 관점이다. 2017년 9월 헌법 시행 규정에 ‘동성애자 및 동성애를 지지하고 옹호하는 자는 성경의 가르침에 위배되며, 이런 자는 교회의 직원 및 신학대학교 교수, 교직원이 될 수 없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또 그해 총회에서는 “성경에 위배되는 동성애자나 동성애 옹호자는 교단 소속 7개 신학대 입학을 불허한다”는 내용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서울장신대, 호남신학대, 장로회신학대 등의 정관이나 학칙에 해당 내용이 반영됐다. 일부 대학은 모집요강에도 ‘성경에 위배되는 동성애자는 입학을 불허한다’는 내용을 넣었다.
엄기봉 목사(광주 옥합교회)는 “신학교 입학부터 목사 안수까지 성소수자에 대한 언급조차 못 하게 신학교의 눈과 귀, 입을 막았다”라며 “지금 신학교에서 ‘성소수자’, ‘동성애’, ‘퀴어’, ‘차별’이란 말은 입 밖에 내기만 해도 붙잡혀 갔던 유신 시절의 ‘유신’과 같은 말이 돼버렸다”고 꼬집었다. 이어 “차별을 강요당한 교역자와 함께하는 교회는 차별하는 교회가 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고 임보라 섬돌향린교회 목사. 서성일 선임기자 |
한국기독교장로회는 대표적인 진보 교단으로 평가받아 왔다. 성소수자 등을 직접 차별하는 규정은 없다. 그러나 2020년쯤부터 교단 내 보수세력의 활동이 가시화되고 있다. 2020년 12월 ‘차별금지법 반대 대책위원회’가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입장을 밝힌 데 이어 2022년 7월 ‘동성애·동성혼 반대 대책위원회’가 차별금지법의 문제점을 주제로 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지난 3월에는 한신대 신학대학원이 2월에 별세한 고 임보라 목사(섬돌향린교회)의 추모제를 위한 대관을 허가하지 않았다. 교단 내에서 성소수자 관련 발언과 공연을 이유로 대관을 취소하라는 요구가 나오면서다. 한신대는 임 목사의 모교다. ‘성소수자의 벗’으로 불린 임 목사는 생전에 각종 압박을 받았다. 예장통합 등 8개 교단의 이단대책위원회는 2017년 9월 임 목사가 이단성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이어 일부 교단은 실제로 총회에서 임 목사의 이단성을 결의하기도 했다.
김수산나 목사(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는 “그간 기장 내 반동성애 세력에 똑같이 대응을 하면 외려 저들을 더 결집하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했는데, 이들이 영향력을 키워가면서 조직적 대응에 실패한 것으로 평가된다”라며 “성소수자 이슈를 교단 내에서 녹여낼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으로 법과 제도를 만드는 등 전략적인 대응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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