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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세월호 인양 그 후는

'세월호 참사'로 숨진 아들…7년만에 안 친모, 국가배상받은 까닭[판결왜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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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아들 사망 안 친모…국가 손배소 제기

대법 “아들 상속분 위자료 3억6000만원 인정”

현행 민법상 양육권 포기해도 상속 가능해

‘구하라법’ 4년 가까이 국회 계류…통과할까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지난 14일 대법원은 세월호 참사로 아들을 잃은 친모에게 3억6000만원의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을 내렸습니다. 다른 세월호 참사 피해자 유가족들이 받은 국가 손해배상금을 고려해보면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을 두고 여러 갑론을박이 나오고 있습니다. 바로 세월호 참사로 아들을 잃은 친모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신청한 시점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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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9주기인 지난 4월 16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 세월호 기억공간을 찾은 시민들이 헌화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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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만에 子 사망 알았지만…대법 “국가배상해야”

우선 경위를 살펴보겠습니다. 손해배상을 신청한 A씨는 세월호 참사 당시 숨진 B군의 친모입니다. A씨는 남편과 이혼한 이후 B군과 별다른 교류를 하지 않고 지냈습니다. B군이 세월호 참사 당시 숨졌지만 A씨의 남편은 A씨에게 B군의 사망 사실을 전하지도 않았을 정도였습니다. 사실상 7년간 아무런 연락을 하지 않은 것입니다.

그러던 중 A씨는 우연히 B군의 사망 소식을 들었습니다. 2021년 1월 세월호 사건 등을 조사하기 위해 출범한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의 연락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사참위 관계자는 A씨가 세월호 참사 국민성금을 수령하지 않은 사실을 파악하고 전화를 걸어 B군의 사망소식을 전했습니다. 당시 직원의 증언 등에 따르면 A씨는 직원에게 ‘B군이 세월호 참사 때문에 사망한 것이 맞냐’, ‘단원고를 다녔었냐’는 등의 질문을 하고 눈물을 많이 흘려 대화가 어려울 정도였다고 합니다.

이후 A씨는 다른 유족들처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A씨는 국가를 상대로 아들이 상속한 위자료채권 3억7000만원과 친모 고유의 위자료채권 3000만원을 청구했습니다. 아들이 상속한 위자료채권 3억7000만원은 친부와 절반씩 나눈 몫입니다.

1심과 2심의 판단은 상반됐습니다. 1심은 민법상 ‘소멸시효’ 만료를 이유로 A씨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민법상 손해배상 소멸시효는 3년인데 세월호 참사로부터 7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는 것이었습니다. 2심은 어땠을까요? 정반대였습니다. A씨가 B군의 사망을 알게 된 시점이 2021년이기 때문에 소멸시효는 알게 된 해당연도(2021년)부터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즉, 2심 결과 국가는 A씨에게 4억원을 배상해야 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은 또 달랐습니다. 사망한 아들이 상속한 위자료채권(3억7000만원)은 인정하지만 친모 고유의 위자료채권 3000만원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친모 고유의 위자료 채권에 대해서는 국가재정법을 적용해 5년간 배상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시효가 소멸되는데 세월호 참사 당시 공무원의 업무상과실치사죄 확정시점이 2015년 11월인 점을 고려할 때 소멸시효기간이 경과됐다는 것입니다.

다만 아들이 상속한 위자료채권에 대해서는 민법 181조를 적용했습니다. 해당 법 조항에 따르면 사망자의 위자료채권 등은 상속재산에 속한 권리로 상속인이 확정된 때로부터 6개월간 소멸시효가 정지되는데 친모가 아들의 사망사실을 알게 된 2021년 1월 25일부터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할 때까지 6개월이 지났지 않았기 때문에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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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8월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상속결격사유를 추가하는 민법 개정안인 ‘구하라법’의 국회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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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가까이 국회 계류 중인 ‘구하라법’

이번 판결을 두고 많은 분들이 불만을 표하고 있습니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아들과 7년이 지나도록 연락을 하지 않은 친모에게 3억7000만원 가량의 위자료를 지급하는 것이 맞느냐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민법상 친모는 양육권을 포기했더라도 3억7000만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민법상 상속인의 결격사유는 △직계존속·피상속인·배우자 등을 살해하거나 살해 또는 상해를 가해 사망에 이르게 한 자 △유언 또는 유언의 철회를 방해한 자 △사기 또는 강박으로 유언을 하게 한 자 △유언장을 위조·변조·파기·은닉한 자 등으로 제한돼 있습니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고(故) 구하라 씨를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구하라 씨는 2019년 11월 24일 자신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당시 장례식장에는 친모가 20년만에 나타나 고인의 유산 절반을 요구했습니다. 구씨의 오빠는 친모를 상대로 상속재산분할심판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최종 상속 몫은 6대 4로 결정됐습니다. 기존 5대 5지만 양육한 아버지의 기여분을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이같은 사건이 알려지며 민법상 부모가 양육의 의무를 다하지 않을 경우 상속 자격을 상실시키는 이른바 ‘구하라법’ 입법 논의가 잇따랐습니다. 2020년 4월 구하라법이 발의됐지만 국회 법사위를 넘지 못했고 20대 국회가 종료되며 자동 폐기됐습니다. 21대 국회가 들어온 이후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구하라법’을 대표발의했습니다. ‘양육 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자’를 민법상 상속인 결격사유에 추가하는 방안입니다. 정부도 2021년 6월 상속권 상실 선고 제도를 입법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두 법안 모두 국회를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구하라법이 시행됐다고 하더라도 A씨가 양육 의무를 다했는지 아닌지는 법적으로 따져봐야 할 문제입니다. 그러나 구하라법이 없기에 이같은 과정조차 따져볼 수 없는 상황입니다. 20대 국회를 넘어 21대 국회에 들어서도 구하라법은 여전히 국회를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21대 국회가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서는 구하라법과 같이 국민적 열망이 높은 법안을 이른 시일 내 논의해 결과물을 만들어내야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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