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용보다 기관용 CBDC에 집중"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5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기획재정부·한국은행·금융위원회·국제통화기금(IMF) 공동 컨퍼런스'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홍콩·캄보디아 중앙은행 총재, 태국 중앙은행 전 총재와 디지털 화폐 미래에 관해 논의하는 자리에서 한은이 올해 10월부터 준비 중인 기관용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파일럿 실험을 언급하며 "토큰화된 자산과 토큰화된 지급결제 수단이 통합될 수는 있으나, 토큰화된 자산 규제는 중앙은행이 아닌 금융감독당국이 주관하게 된다"며 "실용적으로 고민하고 검토해야 할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비은행 참여 종합 검토…"일반인 대상 실거래 테스트 의미 커"
비은행의 지급결제시스템 참여와 관련해서는 결제리스크 관리 측면을 종합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행사 기조연설을 통해 "새로운 지급결제 인프라가 마련될 경우 비은행 등의 참가를 어느 정도까지 허용할지에 관한 문제가 있다"며 "비은행이 참여하면 경쟁 제고라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그에 따른 결제리스크 관리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는 만큼, 이러한 측면들을 검토해 정책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2단계 파일럿(기관용 CBDC 실험)을 시작하는 계기로는 "2021년부터 2년간 분산원장 기술을 이용해 범용 CBDC 모의 시스템을 구현해 실험했다"며 "이미 신용카드나 오픈뱅킹 등을 활용해 편리하게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인데다, 항공사 마일리지 적립과 같은 CBDC가 제공하기 어려운 추가적인 편익도 있어 한국에 범용 CBDC가 과연 필요한지, 도입되면 민간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사용할 것인지 등에 대해 확실히 답하기가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2단계 파일럿에서는 기관용 CBDC를 기반으로 예금을 디지털화한 예금 토큰을 발행할 수 있다"며 "기관용 CBDC로 100% 담보된 이머니 토큰(e-money token)을 은행이 발행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설계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금 토큰과 이머니 토큰 모두 중앙은행과 은행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통화원장(monetary ledger)에서 발행·유통될 예정이며, 통화원장과는 별개로 디지털자산을 거래하는 별도의 원장(satellite ledger)이 존재한다"며 "이 별도원장에서 통화원장의 이머니 토큰을 기반으로 발행되는 특수지급 토큰이 자산 대금으로 사용될 수 있는지를 실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번 실험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실거래 테스트를 예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평가했다.
또, 이번 실험의 기대효과로 ▲프로그래밍 기능의 장단점 확인 ▲ 은행의 금융 중개·신용 창출 기능 유지 ▲투기적 성격의 가상자산이나 민간 스테이블코인이 양산될 부작용 방지 ▲예금 토큰과 같은 새로운 지급결제 인프라가 국가 간에 연계될 상황 대비 등을 들었다.
중앙은행이 신뢰성을 부여한 디지털통화가 별도원장을 거쳐 민간 스테이블코인처럼 활용될 우려가 있어 검토가 필요하다고도 진단했다. 이 총재는 "2단계 파일럿에서는 통화원장과 별도원장을 연계하는 기술실험도 진행한다"며 "통화 플랫폼인 통화원장과 자산 플랫폼인 별도원장을 실제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관련 규제, 제도, 거버넌스 등에 대한 많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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