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7일 세종문화회관서 안무작 '별이 빛나는 밤에'·'써-클' 공연
왼쪽부터 서울시무용단 박수정 수석, 홍연지 부수석 |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전통춤은 지루하고 고루하다는 편견, 신나게 흥 끌어올린 춤판에서 깨고 싶었죠."(박수정 서울시무용단 수석)
"새로운 시도는 늘 두렵죠. 그래도 '우물 안 개구리'가 되고 싶지는 않아요."(홍연지 서울시무용단 부수석)
한국 창작 춤의 산실 역할을 해 온 서울시무용단의 두 단원이 전통춤에 현대 옷을 입힌 신작 안무 두편을 선보인다. 15∼17일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공연하는 안무가 프로젝트 '에이플러스'를 통해서다.
'에이플러스'는 전통무용과 다른 예술 장르의 결합을 통해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무대를 선보였던 '더 토핑'을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이번 무대는 '전통의 재해석을 통한 현대화'를 주제로 했다. 박수정(38) 수석은 무용수들의 움직임에서 흥 넘치는 전통 춤사위를 발견할 수 있는 '별이 빛나는 밤(bomb)에', 홍연지(49) 부수석단원은 처용무를 재해석한 '써-클'(cir-cle)을 무대에 올린다.
공연을 하루 앞둔 지난 14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난 두 사람은 막바지 준비로 분주해 보였다. 서울시무용단 정기 공연을 소화하며 새 작품을 구상하고 안무를 완성하기까지 2∼3주의 시간을 쪼개 썼다고 했다. 빽빽한 일정 속에서도 '에이플러스'에 참여한 것은 새로운 시도에 대한 갈증이 있었기 때문이다.
박수정은 "저는 춤을 추는 사람이니, 춤으로 소통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며 "요즘 사람들이 K팝, '스우파'(스트릿 우먼 파이터)에 열광하는데, 우리 춤도 이렇게 만들고 싶다는 작은 포부도 있었다"고 '에이플러스'에 참여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홍연지는 "올해가 서울시무용단에 입단한 지 27년 차"라며 "처음에는 배우고 받아들이는 데 열정을 쏟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새로운 것을 공부하고 싶고, 밖에서(하던 것 외에) 무언가를 찾고 싶다는 마음이 꿈틀거렸다"고 말했다.
포즈 취하는 박수정 서울시무용단 수석 |
박수정이 안무한 '별이 빛나는 밤(bomb)에'는 '걷다', '뛰다', '날다' 등 과거와 현재, 미래에도 통용되는 움직임에서 구상을 시작했다. 박수정은 이런 움직임이 무용과 다르지 않으며, '흥의 DNA'가 묻어있다고 했다.
"사람이 태어나면 기어 다니다 걸음마를 하고, 뛰어다니다 기뻐서 펄쩍 날아오르잖아요. 옛날 선비들의 걸음이나 전통춤의 잔걸음, 요즘 친구들이 하는 '슬릭백'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과거와 현재, 세대와 계급을 넘어 남녀노소가 하나 되는 춤을 보여주려고 했어요."
작품에서는 현대적인 무용과 진주검무, 무당춤, 동래학춤, 강강술래 등 전통춤이 어우러진다. 박수정은 전통춤은 원형 그대로 보여주지 않고, 안무가들의 동작에서 유추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펄쩍펄쩍 뛰는 동작을 보면서 아이들이 신나서 뛰는 건지, 동래학춤의 한 동작인지 유추하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작품 제목에 폭탄을 뜻하며 '밤'으로 발음되는 영어 단어 'bomb'을 중의적으로 쓴 데는 공연에서 흥의 DNA를 폭탄처럼 터트리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관객들이 객석에서 일어나 들썩이며 춤을 췄으면 한다는 바람이다. 음악도 빠른 박자감의 EDM(일렉트로닉 댄스 음악)을 바탕으로 했다. 공연 막바지에는 트로트 가수 영기가 특별출연한다.
박수정은 "무용수들이 숨이 차 죽을 것 같다고 할 정도로 처음부터 끝까지 내달린다"며 "'이런 게 무용이에요'라고 설명하기보다는 관객들이 공연을 보면서 춤을 쉽게 느낄 수 있었으면 했다"고 말했다.
포즈 취하는 홍연지 서울시무용단 부수석 |
홍연지가 안무한 '써-클'은 원래 악귀를 몰아내고 평온을 기원하고자 음력 섣달그믐날 악귀를 쫓는 의식에서 복을 기원하는 춤인 '처용무'를 바탕으로 한다.
홍연지는 전통춤을 재해석한다는 점에서 부담도 있었지만,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에서부터 작품을 시작하고 싶었다고 했다. 1997년 서울시무용단에 입단해 전통무용에 정진해온 그는 중요무형문화재 제39호 '처용무' 이수자다.
홍연지는 "처용 설화에 담긴 부부의 인연에서 작품의 모티브로 시작했다"며 "부부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며 주고받았을 반지의 원형에서 '환'(鐶)이라는 주제 의식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작품은 총 4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에서는 본래 '처용무'의 대형에 현대적인 안무를 입힌 '신처용무'를 보여준다. 2장에서는 5명의 악귀가 등장하며, 3장 퇴마 의식을 거쳐 4장에서 '윤회'라는 주제 의식을 드러낸다.
홍연지는 "인간이 태어나고 죽는 것을 반복하고, 그 안에 선과 악, 기쁨과 고통 등이 담겨있다"며 "이 모든 것이 다 순회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왼쪽부터 서울시무용단 박수정 수석, 홍연지 부수석 |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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