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관련 이미지. 일러스트=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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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생활소음에 보복한답시고 천장을 두드리거나 음향기기를 트는 등 일부러 시끄럽게 하는 행위를 반복하면 이웃에 대한 스토킹죄가 될 수 있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14일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윗집에 사는 집주인을 소음으로 괴롭혀 온 아랫집 세입자에게 징역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한다고 밝혔다.
피고인 A씨는 2021년 6월부터 경상남도 김해시의 한 빌라에 3층에 세 들어 살던 사람이다. 4층 같은 호수에는 집주인 가족이 살고 있었는데, 이들이 ‘소음 일지’를 쓰기 시작한 건 그해 10월부터다.
‘10월 22일 오전 2시 15분, 알 수 없는 도구로 벽 또는 천장을 두드려 쿵쿵 소리’ ‘낮 동안 끼익끼익 우퍼 소리 틀다 찬송가로 바꾸어 튼 소리’
‘10월 23일 오전 0시 40분, 찬송가 끄고 스피커 소리 화장실에서 들림.’ ‘오전 0시 53분, 우다닥 발소리 들린 후 둔기로 벽 등을 치고 던지는 소리’
이런 식으로 적다가 결국 112에 신고했으나, 한 차례 경찰이 출동한 뒤에도 소음은 멈추지 않았다.
‘11월 1일 오전 0시 17분, 둔기로 벽 등을 치는 소리’ ‘0시 37분 경기 중계 방송소리, TV소리, 강아지 짖는 소리’
이 날 다시 경찰을 불렀다. 하지만 A씨는 “영장 들고 왔냐” “내가 시끄럽게 한 게 아니다”며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몇 주 뒤, 경찰은 압수수색영장을 들고 다시 찾아갔고 A씨의 집 안 곳곳 천장에 파인 흔적을 발견했다. 결국 수사로 이어졌고, A씨는 해를 넘기기 전에 기소됐다. 죄명은 스토킹처벌법 위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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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간 소음도 스토킹범죄…대법원 첫 판결
대개 스토킹범죄는 구애 또는 재회를 바라는 일방적 애정 관계에서 비롯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층간소음 문제로 서로 사이가 좋지 않은 이웃 간에도 벌어질 수 있다. 스토킹을 범죄로 처벌하는 이유는 자유로운 의사결정의 자유 및 생활형성의 자유와 평온이 침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재판에 넘겨진 A씨는 자신이 낸 소리가 아니라고 주장했으나 천장 파인 흔적, 이웃들의 증언 등이 증거로 인정됐다. 다만 지난해 9월 창원지방법원 김민정 판사는 “현재 다른 곳으로 이사해 피해자에게 불안감을 주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지는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징역 8개월을 선고하면서 2년간 그 집행을 유예했다. 이는 이후 지난 7월 같은 법원에서 항소기각, 이날 상고기각으로 확정됐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이웃에 방해가 되는 소음이 모두 스토킹이란 의미는 아니다. A씨의 경우 수 개월에 걸쳐 소음을 지속해서 발생시켰고 몇몇 이웃은 이사를 떠날 정도였다고 한다. 출동한 경찰과 대화를 거부했던 것도 불리하게 작용했다. 대법원은 “이웃 간의 분쟁을 합리적으로 해결하려 하기보다 이웃을 괴롭힐 의도로 행위를 한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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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라면 일지 外 녹음·신고도 해야
또, 피해자가 ‘소음 일지’에 적은 모든 내용이 인정된 것도 아니다. 검찰은 일지를 근거로 A씨가 86차례 스토킹행위를 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에서는 이 중 31차례만 인정했다. 나머지는“녹음·녹화된 영상이 없거나 그 내용이 분명하지 않고 그에 관한 112 신고 자료도 없어, 당시 어느 정도 크기의 어떤 종류의 소리가 들렸던 것인지 확인이 어렵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스토킹범죄를 구성하는 피해자의 불안감·공포심은 주관이 아닌 객관의 영역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객관적·일반적으로 상대방이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정도라고 평가될 수 있다면 ‘스토킹행위’에 해당하고, 스토킹행위를 지속·반복하면 ‘스토킹범죄’가 된다”고 설명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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