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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검찰과 법무부

사표 수리도 전에 총선 줄서는 검사들…흔들리는 ‘검찰 중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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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이성윤·한동훈 등 전·현직 선거 직행 움직임에

내부 계파 고착, 윤 대통령의 대권 출마 등 영향 해석

독립성 훼손에 향후 수사마다 정치적 의도 시비 일 듯

상당수 전현직 검사들이 내년 4월 치러지는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아직 사표가 수리되지 않은 일부 현직 검사들이 총선에 출마할 뜻이 있다는 관측도 있다. 정치 진영화한 검찰,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탄생한 데 이어 검사 출신들이 정부기관 요직을 꿰찬 것이 이같은 현상의 배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현직 검사들의 이처럼 뚜렷한 ‘정치색’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에 배치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신성식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은 지난 6일 법무부에 사표를 제출했다. 그는 통화에서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기회가 주어진다면 검토하겠다”며 “절차적으로 문제는 없다”고 했다. 그는 보도자료를 내고 “지금까지 제가 검사의 본질을 지켜오는 길을 걸었다면, 앞으로는 변질된 그 가치를 다시 되돌리는 길을 가려고 한다”고 했다. 총선에 출마할 뜻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4월 사의를 밝힌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고검장)도 정치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는 조국·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등 야당 정치인들의 출판 기념회에 참석한 데 이어 지난달 자신의 책 ‘꽃은 무죄다’ 출판 기념회를 열었다. 통상 선거를 앞두고 열리는 출판 기념회는 출마 예정자들이 자신의 정치 철학을 제시하고 세를 결집하는 정치 행사다. 이 연구위원은 조 전 장관 출판 기념회에서 “윤석열 사단은 하나회에 비견된다” “조 전 장관이 수사로 고초를 겪었다”고 발언해 감찰을 받고 있다. 신·이 연구위원은 기소돼 징계 절차가 진행 중이어서 사표가 수리되지 않은 상태다.

검사 출신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총선 출마가 유력해 보인다. 그는 지난달 총선 출마 가능성을 묻는 취재진 질의에 “제 중요한 일을 열심히 하겠다”며 대구, 울산 등 지역 현장을 유세하듯 누볐다. 지난 6일에는 국민의힘 정책 의원총회에 참석해 출입국·이민관리청(이민청) 신설 방안을 직접 소개했다. 한 장관과 국민의힘의 ‘상견례’ 자리였다는 평이 나왔다. 양부남 전 고검장, 박균택 전 고검장 등 전직 검사들도 잇따라 총선 출사표를 던졌다.

검사들의 정계 진출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최근 몇년 새 양상이 달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에는 검사들이 검찰을 떠난 뒤에야 자신의 정치적 선호에 따라 여야 정당에 입당했다면 최근에는 검찰 내부에서 이미 ‘친문(친 문재인)’ ‘친윤(친 윤석열)’ 등으로 분류돼 정계 진출로 이어지는 흐름이라는 것이다. 한 전직 고검장은 12일 통화에서 “과거에는 적어도 공직에 있는 동안에는 정치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지금은 검찰 내부에서부터 진영이 뚜렷하게 나뉘어져 있다. 문재인 정부가 인사권을 통해 노골적으로 검찰 내부를 편갈랐고 그에 대한 부작용이 이어진 것”이라고 했다.

검찰총장의 정계 진출을 자제하는 관행을 깬 윤석열 대통령 사례가 검사들의 정치 행보를 부추겼다는 관측도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검사 출신들이 주요 기관의 요직을 차지한 것이 배경이 됐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사들의 정계 진출은 과거보다 한층 노골화된 양상을 띤다”며 “검사 출신이 대통령이 되고 권력 기관 요직을 장악하면서 검찰 내부 분위기까지 바꿔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사표가 수리되지 않은 현직 검사가 총선에 출마하는 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앞서 현직 경찰 신분으로 총선에서 당선돼 논란이 됐던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당선무효 소송에서 승소해 의원직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당시 “공직선거법상의 기한 내에 사직원을 제출했다면 수리 여부와 관계 없이 정당 가입 및 후보자 등록을 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전현직 검사들의 총선 출마 움직임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들이 검찰에서 수행한 수사와 기소 등의 ‘정치적 의도’를 의심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검사 출신인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이 핵심인 검사들이 직분을 이용해 정계로 진출하는 관행은 사라져야 한다”며 “요새는 로스쿨 학생들조차도 정치하고 싶으면 일단 검사부터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윤석열 정부 들어 검사들의 요직 진출이 두드러지다 보니 ‘제2의 윤석열’을 꿈꾸는 이들이 점점 더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상희 교수는 “현직 검사의 정치 활동의 경우 최소한 검찰총장이 지적을 하든지 사표를 수리하든지 둘 중 하나는 해야 한다. 이를 통제하지 못하는 검찰 수뇌부가 더 문제”라며 “검사들의 정치 활동은 검찰 조직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했다.

이보라·강연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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