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인공지능 시대가 열린다

AI칩 전쟁···수출 조이는 미국, 팔고 싶은 엔비디아, 대체재 찾는 중국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EPA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국에 대한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 규제를 놓고 미국 정부와 엔비디아 사이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미 정부는 중국이 강력한 AI 기술을 갖게 될 것을 우려하지만, 엔비디아는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AI 시장을 잃게 될까봐 걱정한다. 바이두·화웨이 같은 중국 빅테크들은 엔비디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자체적인 AI 반도체 생태계를 꾸려나가려 애쓰지만, 상당한 난관도 예상된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은 11일(현지시간) 외신 인터뷰에서 최근 중국 화웨이가 7나노 반도체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출시한 것과 관련해 “미국은 국가 안보를 위해 가능한 가장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화웨이의 이번 개발이)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8월 화웨이가 최신 프리미엄 스마트폰 ‘메이트60’에 7나노 칩을 탑재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아울러 러몬도 상무장관은 AI 반도체 대중 수출 규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최근 만났다며 “엔비디아는 분명히 가능한 한 많이 팔고 싶어하지만 옳은 일을 하기를 원한다”며, 대중 수출통제와 관련해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장 정교하고 처리능력이 뛰어난 AI칩의 중국 수출을 허용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최첨단 AI칩으로 중국이 ‘프론티어 모델’을 훈련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프론티어 모델은 스스로 생각·추론할 수 있으며 인류에게 위협을 가할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지능을 갖춘 AI 모델을 뜻한다.

엔비디아 속내는 다르다. 앞서 황 CEO는 지난 6일 “(대중 수출규제 관련)새로운 규정을 준수하는 새로운 제품을 만들기 위해 미국 정부와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 당국의 강력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AI 반도체 시장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엔비디아는 미국의 규제로 최첨단 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 A100과 H100의 대중국 수출이 막히자 사양을 낮춘 A800·H800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자 지난 10월 미 정부는 이 저사양 모델마저도 중국 수출을 금지했다.

엔비디아의 이런 시도에는, 정부 규제로 사업 기회를 놓치면 중국 내 장악력을 순식간에 잃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읽힌다. 황 CEO는 지난 6일 “중국에는 AI에 초점을 맞춘 (반도체)스타트업이 50개 정도 있다. 화웨이 또한 강력한 경쟁자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중국 기업들은 빠르게 엔비디아 대체재를 찾아가는 중이다. 대표적으로 화웨이가 개발한 ‘어센드910B’ 칩이 엔비디아의 A100를 대체할 만한 성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올해 바이두는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 화웨이에 1000개가 넘는 어센드910B 칩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텐센트 역시 엔비디아 A10 대신 사용하기 위해 딥 러닝 스타트업 엔플레임과 함께 AI칩 ‘주즈샤오(Zixiao)’를 개발 중이다.

하지만 중국이 높은 수준의 AI칩 생태계를 갖추기까지는 여러 난관이 예상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중국이 AI칩 자급률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지만 고급 AI칩 개발은 여전히 제한적”이라며, 미국이 지난해 단행한 반도체 칩 생산 전자설계자동화(EDA) 소프트웨어 수출 규제를 언급했다. EDA는 반도체 설계부터 전·후공정까지 반도체 제조의 전 과정에 쓰이는 소프트웨어다.

트렌드포스는 “EDA 제한은 단기적으로는 즉각적인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중국이 차세대 고성능컴퓨터 또는 AI칩을 개발하는 데 있어 장기적인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 독립언론 경향신문을 응원하신다면 KHANUP!
▶ 뉴스 남들보다 깊게 보려면? 점선면을 구독하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