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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2 (목)

"비싸다" "투자 전면 재검토"… 전기차 동력 '방전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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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 맞은 세계 전기차 산업
올 1~9월 판매 51% 늘었지만
가격 부담에 인기 사그라들어
할인에도 하이브리드에 밀려
업체들 결국 울며 생산량 조정
성능도 인프라도 부족 'EV'
美 소비자들 "내연보다 더 고장"
주행거리도 차종마다 30㎞ 차이
충전소 보급 계획 역시 '하세월'
5대 중 1대꼴로 제기능 못하기도


파이낸셜뉴스

지난 11월30일(현지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로블랜드의 매장에 팔리지 않은 2024년형 쿠퍼 전기차 재고들이 세워져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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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됐던 전기차(EV)의 인기가 주춤하고 있다. 올해 1~9월 세계 전기차 판매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51% 증가했지만 지난해 증가폭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다.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한 일부 브랜드는 재고 수준에 위협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전기차에 막대한 투자를 했던 자동차 업체들은 생산 목표를 재조정하고 투자 계획을 연기하는 등 급변화에 대처하고 있다.

■중산층에게도 비싼 전기차 가격

전기차 판매 증가세가 둔화되는 것은 높은 가격 수준 때문으로 분석된다.

JD파워의 전기차 담당 부사장 엘리자베스 크리어는 "미국 4인 가족의 연간 중간 소득이 약 7만달러(약 9240만원)인데 반해 지난해 평균 EV 가격이 6만달러(약 7910만원)가 넘는다"면서 "이 같은 가격으로 인해 구매는 주로 고소득층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요 감소와 쌓이는 재고에 업체들은 전기차를 할인 판매하기에 이르렀다. 포드는 일부 차종에 최대 7500달러(약 987만원) 현금 리베이트 제공을 내세웠으며 테슬라도 가격을 3분의 1 낮췄다.

이같은 할인 판매 행사로 전기차와 내연기관차 간 가격 차이를 좁히고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지는 몰라도 분명한 것은 전기차 판매가 이전만 못하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에게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포드자동차는 실적 발표를 하면서 북미의 소비자들이 더 비싼 돈을 주면서 내연기관차나 하이브리드차가 아닌 순수 전기차를 구매하려 하지 않는다는 분석을 내놨다. 전기차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도 가격이 소비자들이 감당할 수준으로 더 저렴해질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인플레이션감축법안(IRA)에 포함된 보조금으로 EV 판매를 늘리려 하고 있으나 이것으로는 대량 구매를 기대하기에는 불충분하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7500달러(약 980만원) 보조금을 미국내에서만 생산한 차량에만 제한하면서 한국 등 외국에서 생산된 전기차의 가격은 더 비싸졌다.

라마난 크리슈나무르티 미국 휴스턴대 에너지혁신센터 소장은 "비싼 전기차 가격을 감안하면 미국 인구의 상위 10%만 구매가 가능한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충전 불편없는 하이브리드차 인기 상승

내연기관차에 비해 비싼 가격과 충전 인프라 부족, 불안한 주행거리로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회의적으로 보면서 전기와 연료를 모두 사용하는 하이브리드차가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인기가 커지고 있다.

업체들도 소비자들의 변화에 맞추고 있다.

포드는 F-150트럭 하이브리드 버전의 생산량을 두배로 늘려 내년도에 북미 시장에서 베스트셀러 차종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올해 1~11월 포드의 전기차 판매 증가율은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16.2%인 반면 하이브리드차는 23%로 더 높았다.

같은 기간 미국 자동차 시장 전기차 판매 비중은 하이브리드차가 8.3%로 6.9%인 전기차를 앞질렀다.

자동차 산업 정보 기업 에드먼즈에 따르면 올해 미국 시장에서 하이브리드차 평균 가격은 4만2381달러(약 5585만원)로 5만9400달러(약 7700만원)인 전기차나 4만4800달러(약 5900만원)인 내연기관차 보다도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다.

에드먼즈 이사 제시카 콜드웰은 8일 CNBC와 가진 인터뷰에서 "지난 수년간 전기차 전환 거론에도 하이브리드차는 죽지않았다"며 "많은 소비자들이 전기차에 대한 관심에도 불구하고 순수 전기차로 바꿀 준비가 안 돼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팔리는 신차의 절반을 전기차로 채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이같이 서두르는 것에 대한 반발도 생기고 있다.

지난달 3000개가 넘는 미국내 자동차 딜러들이 전기차 목표 속도를 늦추라는 공동 서한을 백악관에 보냈다. 이들은 오늘날의 전기차 기술로는 고객들의 다수를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 예로 공공 충전소에 가지 않고 차고에서 충전을 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집이 부족하고 덥거나 추운 날씨의 주행거리 감소도 고객들의 걱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EV 가격 인하와 인센티브 제공에도 팔리는 속도가 느리다며 "EV 열기가 멈췄다"고 강조했다.

■전기차 성능 문제 지적

여기에 미국 권위있는 소비자 전문지 컨슈머 리포트가 지난달말 공개한 조사에서 2021~23년형 전기차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내연기관차에 비해 80%나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잡지는 전기차 성능에 대한 신뢰도 하락은 구매를 더 꺼리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지난 5일자에서는 전기차 구매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가장 큰 관심거리인 주행거리에 있어서 약 절반이 선전하는 만큼 달리지 못하고 전력이 소진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컨슈머 리포트는 지난 여름 22개 전기차를 도로에서 달리게 하면서 조사한 결과 선전 보다 112㎞를 더 주행한 차종이 있는 가하면 80㎞를 덜 달린 경우가 있었다고 밝혔다.

전기차 보급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충전소를 늘리기 위해 2년간 75억달러(약 9조8200억원)를 투입하기로 했으나 아직 단 한개의 충전기도 세우지 못하고 있다고 폭스비즈니스채널이 보도했다.

소비자 정보서비스 업체 JD파워에 따르면 미국내 EV 충전소 중 테슬라 전용을 제외한 충전기 5대 중 1대는 보통 고장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피트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도 제대로 작동하는 충전소를 찾는데 애먹었다고 시인을 했을 정도다.

■내연기관차 포기 못하는 獨 업체들

일부 자동차 업체들은 내연기관차를 아직 포기하기에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독일은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시킨다는 유럽연합(EU)의 방침에 반기를 들었다.

독일 업체들은 여전히 내연기관차를 위한 틈새시장이 남아있을 것이라며 금지까지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반발했다.

업체들에게 내연기관차 판매 수익은 전기차 전환에 필요한 재원 확보도 가능케 해준다.

보수성향의 영국 일간지 더텔레그래프는 다수의 소비자들이 사용하고 원하던 제품인 내연기관차를 강제로 버리게 하면서 시장을 갖추지 않은 전기차를 생산하는데 막대한 재원이 투입됐다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자동차 업체들이 마지못해 전기차 생산에 뛰어들었다가 불확실한 앞날을 맞고 있다며 "전기차 혁명은 시작도 되기 전에 참사에 빠졌다"고 혹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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