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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안동주·이강주는 고도수가 제맛"…전통주 업계가 강조하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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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수 많이 팔면 세제 혜택 사라져…"의도적 생산량 조절 초래"

[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낮은 알코올 도수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며 전통주 업계가 고민에 빠졌다. 전통주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한도는 정해져 있기에 '저도수 인기'는 남의 세상일 수밖에 없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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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위치한 전통주 보틀숍 전경 [사진=한국전통민속주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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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전통주 온라인 플랫폼 '술담화'에 따르면 술담화 담화마켓 기준 올해 저도수에 속하는 전동주 제품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0% 상승했다. 1~2년 전만 해도 매출이 하락세였으나,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저도수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반전이 일어났다.

저도수 전통주 유행에 따라 올해 담화마켓에 입점한 신상품의 절반가량(48%)는 저도수 상품이다. 전통주 업체들도 소비자 니즈를 반영해 도수가 낮은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는 추세다. 술담화 관계자는 "저도수 유행은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이어질 전통주 트렌드"라고 내다봤다.

저도수 유행을 바라보는 전통주 업체들의 심정은 복잡하다. '전통주는 고도수'란 이미지를 벗고 상품군이 다양해지는 건 좋으나, 늘어난 수요만큼 제품을 생산하기 어려운 탓이다. 현재 전통주는 지역 농산물을 사용하는 조건으로 증류주의 경우 연간 100㎘까지, 발효주의 경우 연간 200㎘까지 세금을 50% 감면받고 있다. 가령 위스키 등 증류주는 세율이 72%지만, 전통주일 경우 그 절반인 36%만 납부하면 된다. 세제 혜택이 크다 보니 대부분 업체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정도로만 생산량을 맞추고 있는 상태다. 1년에 만드는 전통주 양이 사실상 정해져 있는 셈이다. 전통주 업계 관계자는 "더 팔 수 있어도 의도적으로 생산량을 조절한다. 괜히 생산량을 늘렸다가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하면 타격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지점에서 업체들의 고민이 생긴다. 특히 연간 생산량이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상한선 근처를 맴도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있는 업체일수록 난감함은 커진다. 같은 양을 팔아야 한다면 수익성이 좋은 고도수 제품을 팔아야 이득이기 때문이다. 저도수 제품 수요가 늘어도 되레 고도수 제품 생산에 집중해야 하는 모순이 생긴다.

이 때문에 업계 관계자들은 전통주 산업이 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세제 혜택을 늘려 드라이브를 걸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업체들이 스스로 성장을 꺼리는 기현상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주봉석 한국전통민속주협회 사무국장은 "전통주 중에서도 유명한 몇몇 증류주 제품을 만드는 업체들이 있다. 이들도 1년에 100㎘ 이하로 제품을 생산한다. 가령 상반기 생산량이 많았다면, 하반기에는 의도적으로 생산량을 줄인다. 정상적이지 않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전통주 산업이 성장하는 데에도 방해가 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세제 혜택을 늘리는 건 다른 나라와 통상 마찰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문제다. 전통주는 우리 농산물을 사용해 만들기 때문에 자국 농산물 우대 정책이 아니냐는 문제 제기를 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주 사무국장은 "정책 당국으로선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는 공감한다"며 "현재 업계에선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양을 늘려줄 수 없다면 '기준 도수'를 정해 달라고 제안하고 있다. 가령 기준 도수가 40도라면 20도짜리 술은 절반으로 환산해 양을 평가해 달라는 것이다. 업계 전반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기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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