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상임의장·집행위원장 베이징서 정상회담…2019년 현 집행부 출범 이후 처음
시진핑 "경쟁 때문에 협력 축소 안 돼…상호 이익·협력 동반자 돼야"
EU "투명성·예측 가능성·호혜성 기반한 관계 구축…디커플링 원치 않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EU 상임의장·집행위원장 |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정성조 특파원 = 중국과 유럽연합(EU) 정상이 베이징에서 만나 무역 부문 갈등 해법 등을 논의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7일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제24차 중·EU 정상회담을 위해 방중한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을 만났다.
EU의 공식 양자 회담 시에는 상임의장과 집행위원장이 함께 배석하는 것이 관례다. EU 현 집행부가 출범한 2019년 이후 EU 지도부가 개별적으로 방중한 적은 있지만 정식 회담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중앙TV(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고 건설적 대화로 이해를 높이며 이견을 적절히 처리해야 한다"며 "제도가 다르다고 라이벌로 간주해서는 안 되고 경쟁이 있다고 협력을 축소해서는 안 되며 이견이 있다고 서로 대항하면 안 된다"고 언급했다.
또 "중국과 유럽 경제는 상호 보완성이 높아 더 많은 추가 조치를 해야 한다"며 "깊고 넓은 협력으로 중국·유럽 공동체의 유대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U의 중국에 대한 첨단기술 수출 제한과 함께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반(反)보조금 조사 등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우회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중국은 고품질 발전과 높은 수준의 개방을 추진하고 있다"며 "유럽을 경제무역 협력의 핵심 동반자, 과학기술 협력의 우선 동반자, 산업망과 공급망 협력의 신뢰하는 동반자로 삼아 공동 이익을 추구하고 공동 발전을 실현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모두 발언에서도 "중국과 유럽은 상호이익과 협력의 동반자가 돼야 한다"면서 "모든 종류의 간섭을 제거하고 대화와 협력을 강화해 양측 인민에게 혜택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간섭 제거'는 EU가 미국의 외교정책에 종속되지 않고 전략적 자율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밖에 유엔, 주요 20개국(G20) 등 다자간 틀에서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고 다자주의를 견지하며 국제 및 지역 이슈의 정치적 해결을 촉진해 인류의 복지를 증진하고 세계적 도전에 대처하는 데 기여하자고 시 주석은 말했다.
EU는 중국과의 무역 불균형 해소를 강조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중국은 EU의 가장 중요한 무역 동반자지만 우리는 명백한 불균형과 이견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셸 상임의장도 "EU는 중국과의 안정적이고 호혜적인 관계를 모색하고 있다"며 "EU는 투명성, 예측 가능성, 호혜성 원칙에 기반한 중국과의 관계를 구축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날 회의에 앞서 중국과의 무역 불균형 문제 해결을 회담의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이라고 여러 차례 언급했다.
CCTV는 미셸 상임의장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시 주석과 회담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중시하고 중국과의 디커플링(공급망 등 분리)을 원치 않으며 이번 회담을 통해 양측 관계의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특히 경제무역·친환경·디지털 분야 대화와 협력을 강화하고 공급망과 산업망의 안정을 공동으로 유지하며 기후 변화와 인공지능 분야에 대해서도 협력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EU가 '하나의 중국' 정책을 견지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뒤 상호존중과 개방적·솔직한 태도로 의견 차이에 대한 소통을 강하고 우크라이나 문제와 중동 문제 등에 대해서도 중국과 협력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고 CCTV는 전했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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