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혁신위, 11일 최종 보고 후 종료
강서구청장 보궐 참패 이후 조기 해산
안철수 “전권 주겠다더니 무권” 일침
강서구청장 보궐 참패 이후 조기 해산
안철수 “전권 주겠다더니 무권” 일침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6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인사를 나눈 후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김호영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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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지도부와 마찰을 빚어온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결국 별다른 성과 없이 빈손으로 조기 해산했다.
혁신위는 1호 안건이었던 이준석 전 대표·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한 징계 철회 외에는 지도부로부터 호응을 얻지 못했다. 핵심 혁신안이었던 지도부·중진 험지 출마 권고는 ‘메아리 없는 외침’에 그치고 말았다.
7일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당사에서 전체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사실상 오늘 혁신위 회의로 활동을 마무리한다”며 “다음주 월요일 보고로 혁신위 활동은 다 종료가 되리라 생각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혁신위는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혁신안을 종합 보고하고 종료된다. 이날 혁신위의 마지막 안건인 지도부·중진·친윤 험지 출마 혹은 불출마 권고안도 다뤄지기는 할 것으로 보인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위기 수습을 위해 혁신위가 띄운 지 42일 만의 해체다. 당초 혁신위에 부여된 활동기간은 60일이었다. 이달 24일까지 활동이 예정됐으나 조기해산 결정을 내린 것이다.
혁신위는 이미 혁신의 동력을 상실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당내 기득권 세력의 ‘희생’을 관철시킬 수단이 없었다. 혁신위가 제안한 혁신안 중 지도부가 수용하겠다고 확답한 안은 많지 않다.
총선기획단은 불체포특권 포기, 현역의원 평가 하위 20% 컷오프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 밖에 과학기술인 공천 확대, 상향식 공천 등은 지도부가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에 검토를 요청하기로 했다.
인 위원장은 조기해산을 공식화하며 혁신위가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고 자평했으나 굳은 표정을 풀지는 못했다. 인 위원장은 “우리는 50%는 성공했다고 생각하고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나머지 50%는 당에 맡기고 기대를 하면서 좀 더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인 위원장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에게 감사드린다”며 “혁신위가 끝나기 전에 개각을 일찍 단행해서 좋은 후보들이 선거에 나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이어 “김기현 대표에게 감사드린다”며 “혁신위원장을 맡는 기회를 주고, 정치가 얼마나 험난하고 어려운지 알아볼 기회를 줘서 많이 배우고 나간다”고 뼈 있는 말을 던졌다.
당 안팎에서는 지도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혁신위 인원을 보면 정치적인 욕심보다는 당을 살리기 위해 헌신하러 들어오신 분들”이라며 “처음에 김기현 대표가 전권을 주겠다고 했는데 전권이 아니라 ‘무권’이었다”고 꼬집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한 편의 개그콘서트를 보여주고 떠났다”며 “우리 당의 변혁 방향을 제시하면서 당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던졌지만 기득권 카르텔에 막혀 좌절했다”고 했다.
김 대표가 직접 임명한 혁신위가 좌초됐다는 측면에서 지도부 책임론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혁신은 하나도 이뤄진 게 없고 혁신위는 ‘시간끌기’만 하다가 끝났다”며 “입술이 없으면 이빨이 시린 법인데 입술 역할을 해오던 혁신위가 사라진 셈”이라고 말했다.
향후 지도부의 선택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선 김 대표가 결국은 불출마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적절한 시기가 오면 김 대표가 결단할 것이란 전망이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지도부가 혁신위의 희생 요구를 결국은 수용할 것”이라며 “나중에 실제로 공천하는 과정에서 혁신위의 지도부 험지 출마 요구가 어느 정도 반영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행동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안철수 의원은 “(지도부가)긴 호흡으로 기다려 달라고 하는데 그러다가 숨넘어간다”며 “김 대표가 분명하게 입장을 내야 된다”고 강조했다.
인재영입위원장인 이철규 의원은 혁신위의 방향성에 공감한다면서도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 의원은 이날 한무경 의원 출판기념회가 끝나고 취재진과 만나 “혁신안의 방향성은 공감하지만 시기가 있다”며 “누군가 불출마 선언을 하고 선거구를 옮기는 데는 타이밍이 있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지금은 회기 진행 중에 있는데 정기회기 중 누구에게 관두라고 말을 하겠는가”라며 “그건 공천관리위원회가 출범하면 공관위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인요한 혁신위’조차 조기에 막을 내리면서 ‘혁신위 잔혹사’의 또다른 사례를 남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국민의힘은 이준석 전 대표 시절 ‘최재형 혁신위’를 띄웠지만 국회의원 정기평가제 등 혁신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가장 최근에는 민주당의 ‘김은경 혁신위’가 논란만 남긴 채 활동을 마쳤다. 김은경 혁신위는 불체포특권 포기, 꼼수탈당 방지 등 혁신안을 제안했지만 이를 제대로 관철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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