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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5 (화)

채용공고 낸 사무국장이 ‘셀프임용’… 서류탈락에도 재심사해 ‘지인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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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위, 공직유관단체 채용 조사

454곳서 위반사례 867건 적발

채용비리로 최소 14명 부당 탈락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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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천안시민프로축구단 천안시티FC에서 2년 계약직 사무국장으로 일하던 A 씨는 지난해 본인이 채용 계획과 인사위원회 개최, 공고 등 채용 과정 전반에 참여했음에도 퇴직 후 해당 채용에 직접 응시해 정규직 경영지원팀장으로 ‘셀프’ 임용됐다. 단장 B 씨는 지인이 홍보마케팅팀 차장 채용 과정 중 서류전형에서 탈락하자 일부 심사위원의 점수를 빼고 다시 계산하게 해 해당 응시자를 최종 합격시켰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올해 2월부터 10월까지 공직유관단체 825곳을 대상으로 지난해 채용 실태를 전수조사한 결과 절반이 넘는 454곳에서 이 같은 ‘셀프 채용’ ‘지인 채용’ 등 공정 채용 위반 사례 867건을 적발했다고 6일 밝혔다. 채용 비리로 인해 최소 14명이 채용 과정에서 부당하게 탈락하는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공직유관단체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재정 지원 등을 받는 기관 단체로 공기업과 공공기관, 지방공사·공단 등이 포함된다.

● ‘셀프 채용’ 등 채용 비리 68명 수사 의뢰

권익위 정승윤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인사의 공정성을 현저하게 해쳤다고 판단되는 천안 축구단 2건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로 수사 의뢰를 했다”며 “합격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과실 등 42건은 징계 처분을 요구했고 823건은 주의 및 경고 조치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권익위는 채용 비리 관련자 68명에 대해서도 수사 의뢰하거나 징계를 요구하기로 했다. 채용 비리 피해자 14명에 대해선 채용시험 재응시 기회 부여 등 구제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정부는 강원랜드 채용 비리 사태가 불거진 2017년 이후부터 매년 채용 실태 전수조사를 실시해 왔다.

권익위가 징계 처분을 내린 42건엔 자의적으로 서류·면접심사가 진행된 사례, 채용 주요 사항을 누락해 공고한 사례 등이 포함됐다. C연구원의 채용부서장은 단독으로 서류전형을 실시해 학사 이상 학력이라는 최소 요건을 충족하지 않은 응시자를 서류전형에서 합격시킨 후 최종 임용했다. C연구원 사례를 포함해 서류·면접 단계에서 자격 미달자를 합격시키거나 특정인에게 임의로 가점을 준 사례는 12건이었다. D진흥원은 채용 규정상 ‘퇴직 후 3년 미만인 공무원 등 공공기관 근무 경력자’는 응시 자격이 없는데도 채용 공고상 이를 안내하지 않아 3년 미만 공무원 경력자가 응시해 최종 합격했다.

심사위원 구성 및 운영이 부적절한 사례도 있었다. E개발원의 계약직 채용에서 한 심사위원은 응시자와 함께 근무한 경험이 있음에도 회피하지 않고 심사에 참여했다. F진흥원은 재단 전문위원이 재단 직원 채용에 응시하고 접수 기한이 지난 후 추가 자료를 제출하려 했지만 채용 부서가 거부하자, 사무처장 직무대리가 채용팀에 추가 접수를 하도록 부당 지시를 하기도 했다.

● ‘차별 소지 있는 질문 금지’ 사규 개선 권고

권익위는 채용 관련 사규 컨설팅도 실시해 공직유관단체 331곳에 8130개의 사규를 개선하도록 권고했다고 밝혔다. 개선 권고 항목은 △국가유공자법에 따른 취업 지원 대상자 가점 및 동점자 우대 준수 △차별 소지가 있는 질문 금지 등 면접위원 사전교육 관리 강화 △퇴직 후 3년이 경과하지 않은 자 위촉 금지 등 위촉 요건 명시 등이다. 권익위 관계자는 “기관들의 채용 관련 규정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 채용 비리가 발생해도 규정을 위반했다는 문제 의식이 적고 담당자가 처벌을 피해 갈 가능성도 있다”며 사규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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