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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MT시평]슈링크플레이션, 스킴플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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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성훈 충남대 교수


추운 겨울에 발걸음을 멈추고 자주 사먹는 붕어빵이 변했다. 예전에는 3개를 먹기 위해 1000원짜리 지폐를 하나만 내면 됐는데 이제는 2000원 가격표가 붙더니 3000원까지 가격이 올라간 곳이 늘어나고 있다. 가뜩이나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서민의 불만이 높아지자 가격이 다시 예전 수준으로 돌아간 곳이 생겼는데 반가운 마음에 사보면 크기가 작아져 한두 입 거리에 불과한 경우가 늘고 있다. 이렇게 크기나 양이 작아진 식품은 비단 붕어빵만이 아니다. 마트에서 판매되는 핫도그 개수가 1봉지 4개에서 3개 줄었다거나 조미김이 한 봉지 10장에서 9장이 되어 당황했다는 소리가 주변에서 들린다. 가격을 올리는 것에 부담이 되는 식품업체들이 상품의 양을 줄이는 꼼수를 취하는 것이다.

다른 식품업체들은 보다 교묘한 방식으로 원가를 낮추고 있는데 오렌지주스의 과즙함량을 100%에서 80%로 낮추거나 치킨을 튀길 때 사용하는 기름을 올리브기름에서 가격이 저렴한 튀김기름으로 바꾸는 식이다. 물론 업체는 상품포장 등에 해당 내용을 기재해 소비자를 속이지 않는다고 하지만 습관처럼 평소에 같은 식품을 구매하는 구매자들이 얼마나 이 사실을 잘 알고 구매를 결정할지 의문이 든다.

서비스업체들도 이러한 원가 줄이기를 하고 있다. 식당에서 서빙하는 직원의 수를 줄여서 이전보다 고객의 대기시간이 늘어나거나 호텔에서 매일 제공하던 객실청소 서비스를 투숙객이 요청할 때만 하고 욕실 등에 비치한 샴푸나 로션을 저가품으로 교체한 경우가 눈에 띈다. 지구환경을 위해 사용하지 않은 수건은 손대지 말고 다음에 쓸 수 있게 해달라는 안내문을 보면 호텔이 정말 물 사용량과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한 투철한 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비용을 줄이기 위한 것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업체의 원가절감 행위를 각각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과 스킴플레이션(skimpflation)이라고 명명하고 원인과 결과를 분석하고 있다. 영어로 쪼그라든다는 의미의 단어인 'shrink'와 인플레이션을 합친 용어인 슈링크플레이션은 말 그대로 상품의 가격은 그대로 둔 채 상품의 크기나 중량을 줄여서 원가를 줄이는 방식이고 돈이나 시간을 지나치게 아낀다는 의미의 단어인 'skimp'와 인플레이션을 합친 용어인 스킴플레이션은 상품의 크기나 중량은 그대로 두되 품질을 떨어뜨려서 원가를 아끼는 방식이다. '싼 것이 비지떡'이라는 옛 속담이 있지만 이제는 그 비지떡의 크기가 이전보다 줄었는지, 아니면 콩비지 말고 다른 값싼 재료로 만든 것인지를 확인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2019년에 시작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촉발되고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더욱 심해진 세계 경기침체와 원자재가격 상승문제는 당분간 나아질 기미가 잘 보이지 않는다. 원료비와 인건비 등의 원가부담이 갈수록 높아지지만 소비자의 지갑은 쉽게 열리지 않는 상황에서 가격으로 서로 경쟁하는 업체가 슈링크플레이션이나 스킴플레이션의 유혹을 쉽게 떨쳐낼 수 없는 것이 이해가 가기는 하다. 그럼에도 한번 잃어버린 소비자 신뢰는 되찾기가 쉽지 않기에 좀 더 현명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성훈 충남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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