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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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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로 아이폰 성능 저하···1인당 7만원씩 배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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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법, 1심 뒤집고 애플 책임 인정

'전원 꺼짐 방지' 업데이트 했다지만

소비자에 설명 안해 선택권 침해

1심 항고 7명 정신적 손해 받아들여

애플 '韓시장 갑질'도 제동걸릴 듯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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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아이폰 운영체제(iOS)를 업데이트하며 기기 성능을 고의로 떨어뜨렸다는 의혹과 관련해 법원이 국내 소비자 손을 들어줬다. 애플이 ‘전원 꺼짐’ 현상 방지를 위해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중앙처리장치(CPU)’ 성능을 저하시켰다는 소비자 측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최종심이 남아 있지만 이번 판결이 국내 시장에서 고압적인 자세로 일관해온 애플의 판매·서비스 행태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는 평가다.

서울고법 민사12-3부(박형준·윤종구·권순형 부장판사)는 6일 소비자 7명이 애플코리아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애플이 각 원고에게 7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비록 업데이트가 기기 전원 꺼짐을 방지하려는 목적이었다고 해도 CPU 등의 성능을 제한했다”며 “애플은 구매자가 업데이트 설치 여부를 선택할 수 있게 충분히 설명할 고지 의무가 있었는데 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소비자들은 선택권 침해로 인한 정신적 손해를 봤다”며 애플의 배상 책임을 강조했다. 다만 재판부는 운영체제 업데이트가 악성 프로그램 배포에 해당한다거나 아이폰 기기를 훼손했다는 원고들의 주장에 대해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올 초 진행된 1심에서는 “애플의 업데이트로 실제 아이폰의 성능이 떨어졌는지 판단하기 어렵다”며 애플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당시 법원은 “이탈리아나 프랑스 당국도 업데이트와 성능 저하가 연관이 있는지는 판단하지 않았고 우리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는 점을 판결 근거로 들었다. 1심 판결에 참여한 소비자는 6만 2000여 명으로 배상액 규모만 127억 원에 달했다. 이들 중 7명만이 항고했고 이번 2심 판결로 1인당 7만 원의 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애플이 이번 판결로 지급해야 할 배상액은 총 49만 원으로 액수는 적지만 어느 정도 파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 발열이나 전원 꺼짐 현상을 막기 위해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의 성능을 고의로 저하시켰다는 의혹이 종종 제기되는 탓이다. 실제 스마트폰의 초경량화 경쟁이 심해지면서 발열 사안은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칩이 많아지는 반면 무게나 베젤(스마트폰 테두리) 등은 계속 줄이고 있어 냉각 역할을 해줄 부품 탑재와 열 배출 공간 확보가 쉽지 않은 탓이다. 애플의 ‘아이폰15 프로’ 라인업 또한 출시 초기 발열 문제로 ‘아이폰15 프로 핫팩 에디션’이라는 비아냥을 들었고 이후 iOS 업데이트를 통해 해당 문제를 해결했다. 이번 소송 또한 애플이 소비자에게 상세한 고지 없이 아이폰 연산 능력을 고의로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배터리 소모를 줄이려다 발생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이번 판결이 삼성전자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 S22’ 시리즈의 ‘게임 옵티마이징 서비스(GOS)’ 관련 소송에 미칠 영향도 관심이다. 소비자들은 고사양 게임 실행 시 발열 최소화를 위해 설치된 GOS와 관련해 해당 기능을 사전에 고지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으며 지난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게임할 때 성능을 최적화하고 온도와 배터리 등을 최적의 상태로 조절한다고 기재하고 있다”고 밝히는 등 법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법원 판결 전까지 치열한 법리 다툼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법원 판결이 유독 한국 시장에서 고압적인 행태로 일관하고 있는 애플의 마케팅·서비스 관행에 제동을 걸어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실제 애플은 팀 쿡 최고경영자(CEO) 체제 들어 스마트폰 고가 정책을 유지하면서 유독 국내에서는 높은 AS 비용 등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애플은 올 들어 세 차례나 배터리 교체 비용을 인상했으며 배터리 교체 비용 인상 폭을 미국 등 주요국에 비해 높게 책정해 빈축을 샀다. ‘아이폰14’ 시리즈의 배터리 교체 비용은 14만 6000원에 달한다.

애플이 국내 이동통신사에 광고비와 수리비를 떠넘기는 등 ‘갑질 행위’가 어느 정도 시정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애플은 2021년 공정거래위원회에 1000억 원 규모의 자진 시정 방안을 제출해 이를 확정받았지만 업계에서는 “애플의 광고비 떠넘기기는 여전하다”며 시정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올해 국내에 출시된 ‘아이폰15’ 또한 전작과 가격이 같다는 점을 마케팅 포인트로 삼았지만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이 인하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꼼수 가격 인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양철민 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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