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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1 (금)

인터넷 통해 유기됐던 '출생 미신고 아동' 8년 만에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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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닷새 만에 부모로부터 버려져…양부모 손에서 자라다 복지시설로

"아기 건넬 때 아기용품점서 17만원 결제"…유일한 단서인 진술 하나로 수사

(수원=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사람에게 생후 닷새가 된 아기를 넘긴 친부모가 적발된 '이천 영아유기' 사건의 피해 아동이 아동복지시설에서 보호받고 있는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확인됐다.

이 아동은 8년 전 친부모로부터 버려져 양부모에게 건네진 후 이들을 친부모로 알고 자라왔으나, 결국 복지시설로 넘겨져 사실상 다시 유기되는 기구한 운명에 처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연합뉴스

영아유기(CG)
연합뉴스TV 화면 캡처. 작성 이충원(미디어랩)



◇ "인터넷 통해 만난 사람에게 아기 넘겨"

5일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이 사건 수사는 2015년~2022년 출산 기록은 있지만 출생 신고는 되지 않은 '출생 미신고 아동'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전수 조사가 한창이던 지난 7월 경기 이천시로부터 "친부모의 자녀 유기가 의심되는 사건이 있다"는 수사 의뢰가 경찰에 들어오면서 시작됐다.

경찰은 생사 불명인 아동의 친부모인 이모(41·친모) 씨 부부를 즉시 형사 입건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이씨 부부는 2015년 1월 6일 이천시 소재 한 산부인과에서 남자아기를 출산하고, 이 아기를 인터넷에서 알게 된 최모(49·여) 씨와 A(44 추정·여) 씨에게 건넨 혐의를 받았다.

노래방에서 함께 일하다가 사귀게 된 이씨 부부는 출산 후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양육할 형편이 되지 않자 포털사이트를 통해 입양 관련 글을 검색하다 최씨 등을 알게 됐다.

이들은 출산 닷새 뒤인 같은 달 11일 NC 백화점 이천점(현재 폐업)에서 최씨와 A씨를 만나 아기를 전달했는데, 이후 아기의 생사는 알지 못한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이씨 부부의 이 같은 진술이 사실이라는 가정하에 수사를 본격화했다.

거짓말 탐지기 조사에서 이씨는 '판단 불능' 반응이 나온 반면, 이씨 남편은 '진실' 반응이 나와 아기가 생존해 있을 수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갖고 수사를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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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남부경찰(CG)
[연합뉴스TV 제공]



◇ "백화점서 17만원 결제"…진술 하나로 수사

이씨는 아기를 최씨와 A씨에게 건넬 당시 만남 장소였던 NC 백화점 내의 아기용품점에서 최씨 소유 신용카드로 겉싸개와 속싸개 등 17만원 상당의 물품을 결제한 기억이 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백화점은 예전에 폐업한 데다가 가맹점 결제 자료는 보관 기한이 5년이어서 아무것도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경찰은 이에 해당 아기용품점 본사를 통해 2015년 1월 판매자료 647건 전체를 요구해 회신받았다. 이 자료에는 판매 날짜와 금액, 판매 품목과 그 색깔 등의 정보가 담겨 있었다.

아울러 경찰은 신용카드사 9곳 등에 대한 압수영장을 집행해 사건 당일(2015년 1월 11일) NC 백화점 이천점에서 카드로 결제된 내역 3천406건을 확보했다.

경찰은 이들 자료를 서로 비교한 끝에 이날 NC 백화점 이천점 아기용품점에서 17만원 상당을 결제한 사람은 지방에 거주하는 최씨 1명이라는 사실을 파악했다.

경찰은 최씨를 검거해 면담한 결과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

최씨는 "2012년부터 마트에서 함께 근무한 동료이자 옆집 주민인 A씨가 입양을 원해 도와줬던 것"이라며 "A씨는 이천에서 데려온 아기를 8개월가량 키우다가 돌연 잠적했다"고 말했다.

당시 홀로 살던 최씨는 이후 A씨의 남편과 살림을 차리고 아기를 양육했으나, 남편이 뇌출혈로 쓰러져 요양원에 들어가자 지난 3월 현재 만 8세가 된 피해 아동을 모 지역아동센터에 맡겼다고 했다.

◇ 피해 아동, 아동복지시설서 생활 중…친부모와 DNA 일치

피해 아동은 최씨 남편의 성을 따라 'B○○'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으나, 출생 미신고로 인해 주민등록 자체가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제때 학교에 들어가지 못했다.

B군을 맡은 해당 지역아동센터는 아동복지법 위반(유기·방임) 혐의로 최씨를 고발하고, 지난 5월 아동복지시설로 B군을 인계했다. 이 아동복지시설 시설장은 B군을 이곳에서 돌보며 후견인 역할을 하고 있다.

B군은 임시 주민등록번호의 일종인 사회복지전산번호를 부여받아 초등학교에도 입학했다. 현재 건강 상태도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 10월 B군이 생활하고 있는 아동복지시설에서 B군의 안전을 확인했다. B군이 친부모로부터 버려져 생사를 알 수 없게 된 지 8년여 만의 일이었다.

이어 경찰은 이씨 부부와 B군의 DNA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한 결과 친자가 맞다는 결과를 지난달 회신받았다.

이씨 부부는 현재 완전히 갈라선 상태인 데다가 양육 능력이 없어 B군을 다시 데려갈 수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B군은 자신을 키워준 최씨와 그의 남편을 친부모로 알고 있으며, 지금도 자주 최씨를 만나고 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B군은 아동복지시설에서 성인이 되기 전까지 생활하다가 이후 독립할 것으로 보인다"며 "B군을 낳은 생부·생모인 이씨 부부도, B군을 8년간 키운 최씨와 그의 남편도 현재로선 양육 능력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경찰은 이씨 부부와 최씨, A씨를 아동복지법 위반(아동매매 등) 혐의로 입건하고, 아직 정확한 신원이 특정되지 않은 A씨의 소재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k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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