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은 1897년 미국 트래블러스사가 판매한 배상책임보험에서 시작됐다. 자동차 사고로 인해 타인이 당한 부상이나 재산피해 등을 보상하면서 사고를 낸 사람 역시 어느 정도 보호할 수 있는 상품의 등장이었다.
모든 운전자가 가입해야 하는 책임보험으로 자동차보험이 진화한 건 그 뒤로 30여년이 지난 1920년대부터다. 대량생산에 의한 자동차 증가와 맞물린다. 이에 따라 자동차 증가는 곧 보험사 매출 증대로 이어졌다. 사회가 마련한 토양 아래서 자동차보험과 보험사도 성장할 수 있었다.
자동차보험이 민간의 상품이면서 공적 대상의 영역으로 들어오게 된 계기다. 우리나라는 1963년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정을 계기로 자동차보험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책임보험이 됐다.
이 시기 이후 국내 자동차보험이 사회보험의 하나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자동차보험료 산정에 금융당국의 입김이 알게 모르게 개입된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관련 법 제정 이후 2000년까지는 자동차보험의 요율 변경과 상품 개발을 금융당국이 결정했다. 보험사가 상품을 팔지만 가격은 스스로 만질 수 없는 영역이었다.
2001년 부가보험료 및 순보험료 자유화가 시작되면서 자동차보험료, 즉 상품의 가격 책정 주체가 보험사로 넘어오게 됐다. 그러나 현재 시점에서도 자동차보험료가 업계 자율에 맡겨진다고 믿는 사람은 없다.
최근 자동차보험료는 지난해 1.2~1.4%에서 올해 2%가량으로 2년 연속 인하됐다. 내년도 가격이 내려가는게 확실하다.
특히 올해는 금융당국이 주도하는 상생금융 바람이 보험업계에도 불고 있다. 어려운 시기이니 만큼 서민경제 활성화를 위한 '액션'은 필요해 보인다. 더구나 자동차보험을 파는 손해보험업계는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 중이다.
손보업계도 자동차보험료를 내려야 한다는 분위기에 수긍한다. 문제는 정도다. 출처를 알기 어렵지만 올해에는 3%까지 내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손보사들이 이 같은 의견이 나오는 걸 가볍게 여기지 않는 걸 보면 그 출처를 유추해 볼 수도 있다.
다만 자동차보험료 인하폭 3% 확대는 자동차보험 부문의 적자전환 가능성을 의미한다. 국내 자동차보험 시장 규모는 20조원이다. 이중 3%를 내리면 6000억원을 포기해야 한다. 지난해 자동차보험 부문 흑자 규모는 4780억원이었다. 올해 손해율을 감안하면 자동차보험 영업 부문 이익은 작년과 비슷하거나 덜하다. 흑자 기조가 다시 무너질 수 있다는 얘기다.
상생금융은 더 벌었으니 기여한 일정 부분을 환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출발한 정책방향이다. 그러나 아무리 자동차보험이 사회보험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손해를 보면서까지 일정부분을 토해내라고 민간회사에 주문할 권리는 금융당국뿐만 아니라 정치권도 없다. 상생금융은 가진 것 이상을 토해내는 기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상생금융이 부자연스럽고 강압적이어서 관련된 잡음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비판을 피할수 있는 상생금융의 적정선이 지켜지길 바란다.
김세관 기자 s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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