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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2 (토)

[횡설수설/김재영]한국인의 ‘인생수지’… 흑자 인생은 34년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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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인생 전체에서 ‘플러스’인 시기는 34년에 불과하다. 부모에게 의존하다 27세가 되어서야 소득이 소비보다 많은 ‘흑자 인생’에 진입한다. 43세를 정점으로 노동소득은 내리막길에 접어들고, 61세부터 ‘적자 인생’이 시작된다. 그래프로 그려보면 좌우가 똑같은 데칼코마니 같다. 불교에선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 성경에선 ‘알몸으로 태어나 알몸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문제는 벌어놓은 돈으로 버텨야 할 시간이 갈수록 길어진다는 점이다.

▷한국고용정보원 분석에 따르면 65∼79세 고령자의 56%가 계속 일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하는 즐거움보단 돈이 필요해서라는 응답이 더 많았다. 자녀 교육비에 대출금 상환에 빠듯하게 살다 보니 모아놓은 돈은 부족하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전국 20∼79세 남녀 3000명에게 물어보니 노후에 여유롭게 살려면 ‘적정 생활비’로 월 369만 원은 필요할 것이라고 답했지만, 실제로 조달 가능하다고 답한 생활비는 212만 원에 그쳤다. 응답자 절반 이상은 아직 노후를 위한 경제적 준비를 시작도 하지 못했다고 했다.

▷통계청이 내놓은 ‘2021년 국민이전계정’을 보면 한국 국민 전체로는 생애 동안 108조 원 적자다. 소득은 거의 없지만 교육비 등 지출이 많은 고등학생(17세) 때 1인당 3572만 원 적자로 적자 규모가 가장 컸다. 노동소득이 가장 많은 43세(1792만 원 흑자)를 정점으로 흑자가 줄어 61세부터는 다시 적자로 전환했다. 생애 초반기 적자는 부모에게 의존했지만, 인생 후반기엔 예전과 달리 자식 손을 빌리기가 어려워져 노후 파산의 위험도 커졌다.

▷인생의 적자 단계에 들어서기 전에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의 3층 연금구조를 마련해 노후 고정수입을 최대한 확보하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이와 함께 은퇴 후 현실에 맞춰 미리미리 씀씀이를 줄여 가려는 준비도 필요하다. 중대 질병 발생, 성인 자녀 지원, 창업 실패, 금융사기, 황혼 이혼 등 ‘5대 리스크’도 피해야 한다. 재무적인 준비와 함께 건강, 관계, 여가 등도 챙겨야 한다. 비상 상황에 대비해 재난훈련을 하듯, 노후 준비도 꾸준하고 반복적인 훈련이 필요하다.

▷사회 전체적으로도 적자 인생에 대한 대비가 시급하다. 노동연령층(15∼64세)이 돈을 벌어 유년층과 노년층에 나눠주는 구조인데, 저출산·고령화로 노동연령층 인구는 가파르게 줄고 있다. 지금 모래주머니 달고 뛴다면 앞으론 쌀가마니 들쳐메고 달려야 할 판이다. 국민이전계정 통계를 분석하면 자녀 1명을 독립시키기까지 2억8300만 원이 드니 아이 많이 낳으라고 말하기도 현재로선 민망하다. 미래 세대를 위한 구조개혁을 더는 미룰 수 없는 이유다.

김재영 논설위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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