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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7 (화)

[특파원칼럼/김현수]오픈AI 사태 핵심은 돈과 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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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개발 vs 안전’ 논쟁 치열해 보여도

결국 기술전쟁 가속화의 신호탄일 뿐

동아일보

김현수 뉴욕 특파원


지난달 챗GPT 개발사인 미국 오픈AI에서 벌어진 내홍은 공상과학소설과 기업 암투 드라마를 합쳐 놓은 영화 같았다. 마블 영화 속 ‘인피니티 스톤’에 필적할 만한 미래 인공지능(AI) 힘을 거머쥐고자 하는 천재들의 신념 논쟁, 그 사이에서 이해득실을 따지는 기업인, 이들을 지원하거나 비판하는 학자, 시민단체 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 결과 AI의 막강한 동력이 무엇인지 확인됐다. 돈과 인재다.

AI 개발에는 고성능 컴퓨팅 능력이 필요하다.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 AI 칩 하나가 5000만 원이 넘는다. ‘인류를 위한 AI 개발’을 앞세운 비영리단체 오픈AI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잡을 수밖에 없던 이유다.

AI의 파멸적 힘을 막는 데 초점을 둔 ‘효과적 이타주의자(EA)’ 모임 계열의 오픈AI 이사회는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이 사명을 저버렸다며 해임했지만 17조 원을 투자한 MS 눈치는 살폈다. 미 잡지 뉴요커에 따르면 오픈AI 이사회는 MS 지지를 얻을 것으로 착각했다.

황당해하던 MS는 사태 해결 카드로 돈과 인재를 꺼냈다. 보도에 따르면 MS의 플랜 A는 이사회 설득, 플랜 B는 투자 중단 압박, 플랜 C는 올트먼과 임직원의 MS 영입이었다. 오픈AI 이사회는 플랜 B와 C, 특히 임직원 90%의 이직 협박에 굴복했고 올트먼은 돌아왔다. AI 인재 부족으로 핵심 연구원 없이는 개발도, 안전 연구(alignment·AI를 인간 의도에 맞춰 통제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경쟁사들은 오픈AI 내홍을 틈타 인재 포섭 전쟁을 벌였다.

MS가 복잡한 경영 구조로 통제가 어려운 오픈AI에 17조 원을 베팅한 이유도 인재 확보였다. MS 내부에선 AI 개발에 잇달아 실패하자 ‘구글에는 안 된다’는 패배의식이 만연했다고 한다. 반면 오픈AI 연구원들은 미친 듯이 연구에 몰두했고 결과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다는 것이다.

오픈AI처럼 EA 철학을 바탕으로 2010년 출범한 딥마인드도 돈과 인재 문제로 구글과 손을 잡았다. 바둑 AI 알파고로 유명한 딥마인드 창업자들은 2014년 구글에 딥마인드를 매각할 때 군사 목적 사용 불가, 윤리위원회 개최 등을 조건으로 걸었다. 하지만 윤리위는 2015년 딱 한 번 열렸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구글 외부 계열사로 있던 딥마인드는 올해 구글 내부 AI 팀 브레인과 합쳐졌다.

‘딥러닝의 아버지’이자 AI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는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 교수는 초기 AI 인재 전쟁 상징으로 꼽힌다. 2012년 힌턴 교수와 제자 2명 영입을 두고 실제 경매가 열렸다. 구글, MS, 중국 바이두가 경쟁한 끝에 구글이 4400만 달러(약 574억 원)로 낙찰에 성공했다. ‘오픈AI 쿠데타’ 중심 일리야 수츠키버 오픈AI 수석과학자도 이때 경매에 함께 올랐다. 올트먼은 천재 과학자 수츠키버를 붙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AI 안전성 문제는 인류가 해결해 나가야 할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물밑에선 투자와 인재 유치가 한창이라는 것도 분명해졌다. 서방 각국이 AI 규제에 합의하고 있지만 자국 AI 경쟁력을 뒤로 미룰 리는 없다. 오래전부터 AI 인재 싹쓸이에 나선 중국, 오일머니를 앞세운 중동이 떠오르고 있는 이 시점에 더더욱 그럴 수는 없다.

인류에게는 ‘비극적이게도’ 오픈AI 사태 핵심은 윤리 전쟁이 아니다. 이미 시작돼 멈출 수 없는 개발 전쟁에서 기술과 자원은 소수가 독점하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한국도 투자와 인재 전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사력을 다할 수밖에 없다.

김현수 뉴욕 특파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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