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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7 (화)

하마스 다음으로 가자지구 통치할 기구는?… “팔 자치정부 인기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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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전쟁 이후 가자지구 운영 주체를 놓고 고심 중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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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일시 휴전 7일 차인 지난 11월 30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국경지대에서 탱크 위에 올라서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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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지난 10월7일 시작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슬람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끝난 뒤 가자지구를 통치할 기구를 물색 중이다. 지난달 30일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이스라엘을 방문하면서 이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WP는 “당시 양국 간에 오고 간 구체적인 제안은 없었다”며 “이스라엘 측에선 제삼자가 결정하기를 원했다”고 전했다.

현재 가자지구는 하마스가 지배 중이다. 이 지역의 통치 기구는 1948년 제1차 중동 전쟁 이후 네 차례 바뀌었다. 이집트,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하마스 순이다. 가자 주민의 3분의 2는 전쟁 때 유입된 팔레스타인 난민이거나 이들의 자손인 것으로 알려졌다.

천장 없는 감옥으로도 불리는 가자지구는 팔레스타인 억압의 상징이기도 하다. 2005년 이스라엘이 가자에서 약 7000명의 정착민과 군대를 철수하면서 내부 통제가 본격화됐다. 같은 해 PA가 지도자로 선출된 뒤에도 이스라엘은 가자 내 공간을 엄격히 통제하고 인적·물적 이동을 감시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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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요르단강 서안 라말라에서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이 석방된 뒤 하마스 대원으로 보이는 남성이 커다란 하마스기 아래 서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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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와 경쟁 관계였던 하마스는 2007년 가자에서 PA를 내쫓은 후 15년 동안 이 지역을 지배하고 있지만, 이번 전쟁으로 이스라엘이 가자 내 하마스 섬멸을 예고하면서 입지가 흔들렸다.

지난 1일 일주일간의 휴전이 끝난 뒤 이스라엘이 가자 남부에 공습을 퍼부으며 전쟁은 새 국면을 맞았다. 하지만 언젠가 전쟁은 끝난다. 미국, 이스라엘 등은 종전 후 각자의 이해관계를 충실히 대변할 가자의 새 주인을 정하기 위해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고 있다.

WP는 “미국엔 PA가 최선의 선택지”라며 블링컨 장관이 지난주 이스라엘과 요르단강 서안을 방문한 자리에서 관련 논의를 진전시키려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시나리오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주민 모두 반대한다. 이스라엘은 가자에서 팔레스타인의 뿌리를 아예 잘라내자는 입장이고,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PA를 부패 세력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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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흐무드 압바스 PA 수반.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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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마흐무드 압바스 PA 수반에 대한 민심이 좋지 않다. 18년째 장기 집권 중인 압바스는 87세로 고령인 데다 부정부패와 행정력 부재로 주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PA가 서안에서 이스라엘 군사 점령을 지원하는 역할까지 맡게 되면서 신뢰를 완전히 잃었다고 WP는 부연했다.

테드 싱어 전 미 중앙정보국(CIA) 중동 담당관은 “가자에서 쫓겨난 PA는 신뢰성이 부족하고 요르단강 서안도 겨우 통치하는 형편”이라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은 종전 이후 국경을 따라 완충 지대를 설정하길 원한다. 직접 통치는 원치 않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경우 팔레스타인 영토가 사실상 축소돼 국제사회의 비판을 피할 길이 없어 바이든 행정부는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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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일시 휴전이 깨진 뒤 가자지구 남부 라파 주민들이 이스라엘의 공격을 피해 안전한 지역으로 대피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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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의 대안으로 다국적 평화유지군을 구성해 투입하는 방안이 떠오르고 있지만 이마저도 녹록지 않다. 당장 이스라엘이 반대 의사를 표명했으며 아랍 국가들 역시 회의적이다. 자국 보안군을 가자에 보내면 필요시 무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전쟁 이후 누가 가자지구의 법과 질서를 유지할 것인가는 매우 복잡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전 백악관 중동 특사였던 데니스 로스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 연구원은 가자 내 평화를 위해선 “무엇보다 이 지역에서 비무장화가 이뤄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PA가 가자지구를 운영하려면 스스로 변해야 한다”며 “단순히 이스라엘 탱크 뒤에 숨어서 들어올 순 없다”며 “그들은 지금 스스로를 관리할 능력이 없다”고 꼬집었다.

팔레스타인 협상 고문을 맡았던 가이트 알 오마리 근동정책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아랍 국가들의 협력을 끌어내기 위해선 ‘두 국가 해법’과 함께 과도기적 프레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예림 기자 yea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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