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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4 (월)

이스라엘, 가자 남부 작전 개시…'n번째 피난' 내몰린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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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남부에서 작전을 시작했음을 밝히며 북부에서 대피한 주민들을 또 다시 피난길로 내몰았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3일(이하 현지시각)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이 이스라엘 남부지역 사단을 방문해 "어제, 오늘 우리는 (하마스) 대대장과 중대장, 그리고 많은 요원들을 죽였다. 그리고 어제 아침 우리는 가자지구 남부에서 같은 작전을 시작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할레비 참모총장은 이어 가자지구 남부에서의 작전이 북부에서보다 "덜 강력하지 않을 것"이라며 "하마스 사령관들은 이스라엘군을 어디서나 만나게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로이터> 통신을 보면 이날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도 기자들에게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전역의 하마스 거점에 대한 지상 작전 확대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자지구 북부에서 지상전을 전개하며 주민들의 남부 대피를 촉구했던 이스라엘은 남부로 작전을 확대하며 이번엔 남부에 대피령을 내리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를 거의 2400개 구역으로 쪼갠 복잡한 지도를 1일 제시하고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대피해야 하는 구역 번호를 알렸다. 주로 칸유니스 남동부에 집중된 가자지구 남부 대피령 발령 구역은 2일 19곳에서 3일 34곳으로 대폭 늘었다.

유엔(UN)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3일 기준 이스라엘군이 지정한 긴급 대피구역이 칸유니스 전체 면적의 20%에 달하며 이 지역엔 주로 북부에서 대피한 5만 명의 난민이 거주 중인 21곳 대피소가 있다고 설명했다. OCHA는 이스라엘군이 이 지역 주민들에게 대피하라고 제시한 라파 등은 이미 붐비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자지구 주민의 80%에 달하는 180만 명이 난민 상태에 놓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남서부 지중해 연안 알마와시 지역을 임의로 "인도주의 구역"으로 지정해 대피를 촉구하고 있지만 유엔 인도주의 지원기구 간 상임위원회(IASC)는 지난달 16일 성명을 내 해당 구상에 반대한 바 있다.

IASC는 성명에서 안전 및 필수적 필요의 충족을 보장할 수 있는 구조가 없고 전투가 활발한 상황에서 "민간인을 그러한 지역(소위 '안전 지대')에 집중시키면 공격 및 추가 피해의 위험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또 "일방적으로 선포되거나 군대의 주둔에 의해 강제되는 '안전 지대'는 진정으로 안전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뉴욕타임스>(NYT)는 3일 알마와시가 난민들로 빠르게 채워지고 있지만 충분한 쉼터나 생필품을 제공하는지는 알 수 없다고 짚었다. 매체는 알마와시로 피난한 일부 주민들이 추위를 피할 수 있는 쉼터도 없고 음식을 구하기도 힘들며 인도주의적 지원 단체도 눈에 띄지 않는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가자 최북단→가자시티→칸유니스→알마와시' 끝없는 피난…"더 잃을 것 없다" 남는 이들도

이스라엘이 남부까지 작전을 확대하며 가자지구 주민들은 'n번째' 피난길에 올랐다. 가자지구 최북단에 살던 아부 유세프(42)는 이번 분쟁 시작 뒤 북부 중심지 가자시티로 피난했고 이후 남부 칸유니스로 또 한 번 대피한 뒤 2일 알마와시를 향해 세 번째 피난길에 올랐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그는 "얼마나 힘든 상황인지 상상도 안될 것"이라며 이제 해결됐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다시 대피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매체는 유세프 가족이 알마와시에서 나무 위에 나일론 천막을 치고 생활하며 인근 친척집 화장실 한 개를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족을 위한 식량 조달 계획에 대한 질문을 받자 그는 "모르겠다. 답이 없다"고 말했다.

거듭된 대피령에 주민들은 극심한 혼란에 빠져 "갈 곳이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3일 칸유니스 중심부에 위치한 쉼터에 가족과 함께 머물고 있는 교사 에마드(56)가 그의 대가족이 이미 4번이나 피난했다고 보도했다. 에마드는 "우린 폭격와 파괴로 한 번, 가혹한 생활 조건, 공포와 테러로 두 번 죽었다"며 "그들(이스라엘군)은 우리에게 남쪽으로 이동하라고 했고 우린 이동했다. 이제 어디로 가란 말인가"라고 말했다.

자신의 이름을 야멘이라고 밝힌 한 남성은 <로이터>에 아내와 여섯 아이들과 함께 몇 주 전 북부에서 도망쳐 칸유니스의 학교에 머물고 있다며 "중부 데이르 알발라, 칸유니스 다음은 어디로 가야 하나. 가족을 어디로 데려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일부 주민들은 "더 잃을 게 없다"며 대피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달 분쟁 발발 초 이스라엘의 대피령에 따라 가자지구 북부에서 칸유니스로 대피한 아부 와일 나스랄라(80)는 이스라엘군이 이번엔 공중에서 최남단 라파로 대피하라는 전단지를 뿌린 것을 두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자신과 가족은 이미 모든 것을 잃었기 때문에 대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로이터>에 말했다.

그는 "집도, 재산도, 돈도 사라졌다. 내 아들들은 살해당했고 몇몇은 장애를 갖게 됐다"며 "더 이상 두려워 할 게 없다"고 말했다. 알마와시로 대피한 유세프도 칸유니스의 많은 이웃들은 그대로 남아 있기로 결정했다고 <뉴욕타임스>에 전했다.

지난달 24일부터 7일간의 임시 휴전 기간 동안 이스라엘이 전투를 재개하더라도 이전과 같은 대규모 폭격 방식을 지양하고 더 정밀한 타격을 한다고 미국이 압력을 넣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여러 차례 나왔지만 현재로선 큰 방향 전환이 관찰되진 않는다.

이스라엘군은 임시 휴전이 종료된 뒤 하루 만에 가자지구 400곳 이상에 공격을 가했고 4일에도 밤새 200곳을 공격했다고 발표했다. OCHA를 보면 가자지구 보건부는 2일 오후부터 3일 오후까지 가자지구에서 적어도 316명이 숨지고 664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보건부 집계에 따르면 분쟁이 시작된 지난달 7일부터 이달 3일까지 총 사망자는 1만 5523명에 이른다. 사망자 수엔 전투원도 포함되지만 보건부는 사망자 중 70%가 여성과 어린이라고 설명했다.

2일 밤부터 3일 오후까지 북부 자발리아 난민촌부터 중부 데이르 알발라, 남부 칸유니스에 이르기까지 가자지구 전역에서 이스라엘 공격으로 인한 인명 피해가 잇따랐다. 3일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북부 자발리야 난민촌은 이틀 연속 공격 당해 수십 명이 목숨을 잃고 많은 이들이 잔해 아래 갇혔다.

<AP> 통신을 보면 가자지구 중부를 강타한 폭격으로 데이르 알발라에 위치한 알아크사 병원에 31구의 주검이 실려 왔고 이후 또 다른 폭격으로 11명이 더 숨졌다고 병원 직원들이 증언했다. 통신에 따르면 아이의 주검을 안고 우는 여성들이 보였고 피투성이가 된 어린이 부상자가 매트리스에 누워 실려 왔다.

통신은 칸유니스의 한 병원 영안실 밖에선 주민 사미 알나제일라가 한 어린이의 주검을 수습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대피 준비 중이었지만 "점령군이 우리에게 시간을 주지 않았다"며 3층 건물이 완전히 무너졌고 블록 전체가 파괴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병원 밖 주검 중 6구가 자신의 친척이며 "5명은 아직 잔해 밑에 깔려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에두른 자제 촉구는 계속됐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에 참석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2일 연설을 통해 "너무 많은 무고한 팔레스타인인들이 죽임을 당했다. 솔직히 말해 가자지구에서 나오는 영상과 이미지, 민간인 교통의 규모는 파괴적"이라고 인정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군사적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무고한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해 더 많은 것을 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촉구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도 2일 미 캘리포니아 시미밸리에서 열린 레이건 국방포럼에서 "나는 이스라엘 지도자들에게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을 보호하는 것이 도덕적 책임이자 전략적 의무라는 것을 거듭 강조해 왔다"며 "이런 종류의 전투에서 무게 중심은 민간인이다. 이들을 적의 품으로 몰아 넣으면 전술적 승리가 전략적 패배로 바뀐다"고 말했다.

다만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3일 미 CBS 방송에 이스라엘이 대피령을 내린 지역 지도를 온라인 게시글, 전단지 등으로 제시하고 있는 점을 들어 이스라엘이 민간인을 보호하라는 미국의 메시지를 수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프레시안

▲4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에서 주민과 아이들이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주저앉은 건물 더미 위에 서서 어딘가를 함께 응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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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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