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개각에 따라 윤석열 정부 ‘2기 경제팀’의 윤곽이 드러났다.
대통령실은 이날 개각을 통해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임으로 최상목 전 경제수석을 임명했다. 지난달 30일 최상목 수석의 후임으로 박춘섭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을 임명한 데 이어 집권 3년 차에 접어들 윤석열 정부 경제정책을 이끌 새 진용이다.
2기 경제팀은 관료 출신이란 공통점을 갖고 있다. 관료는 정치인이나 교수 출신보다 '안정적인 관리자'에 가깝다. 경기 침체가 현재진행형인 만큼, 새로운 경제 정책을 공격적으로 밀어붙이기보다 조직을 다잡고 위기를 잘 관리해야 한다는 취지로 읽힌다.
박춘섭 신임 대통령실 경제수석이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임명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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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팀을 이끌 최상목 부총리는 서울대 법대를 수석 졸업한 뒤 행정고시 29회로 재무부(옛 기재부)에 입직했다. 이후 주로 금융정책국을 거치며 경제정책국장, 1차관을 지낸 엘리트 관료 출신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공직에서 나갔다가 현 정부 인수위원회에 합류하며 복귀했다. 한 기재부 고위 관료는 “될 사람이 됐다”며 “정책 아이디어가 좋고, 꼼꼼한 데다 판세에도 밝아 윗사람이 믿고 쓰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신임 부총리와 대통령실에서 호흡을 맞출 박춘섭 경제수석도 기재부 관료 출신이다.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뒤 행시 31회로 예산청에 입직했다. 예산총괄과장, 예산총괄심의관, 예산실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예산통’이다. 정책·기획 라인을 거친 최 부총리와 대비된다.
박 수석은 기재부 예산실장으로 정부 예산 편성을 진두지휘하던 2017년 갑자기 조달청장으로 발령 난 적이 있다. 당시 추가경정예산(추경) 규모를 키우자는 청와대 요구를 박 수석이 거부했기 때문이란 얘기가 나왔다. 현 정부가 강조하는 ‘건전 재정’에 대한 소신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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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금융위원장의 후임으로 유력한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도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행시 33회로 공직에 입문한 관료 출신이다.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 금융정책국장, 상임위원, 부위원장을 거친 ‘금융통’이다.
앞서 1기 경제팀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 등 외부 악조건 때문에 고전했다. 정부가 출범한 첫해(2022년) 5.1%까지 치솟은 물가상승률,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1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수출, 지난해 2.6%에서 올해 1.4%(잠정)까지 떨어진 경제성장률 등 수치만 놓고 보면 합격점을 주기 어렵다. 다만 “환율 급등, 레고랜드 발(發) 채권 시장 불안사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문제 등 까딱하면 대형 위기로 번졌을 상황을 잘 넘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2기 경제팀의 최우선 과제는 물가 관리다. 박춘섭 수석은 임명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고금리 문제로 부담을 갖는 서민이 많다. 특히 많이 오른 농산물·공산품 물가를 신경 쓰겠다”고 강조했다. 미·중 패권경쟁 가운데 낀 상황에서 부진한 수출 실적을 끌어올리는 것도 과제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급증한 가계부채 관리에 금융당국이 ‘엇박자’를 냈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일명 ‘F4(Finance 4)’로 불리는 금융당국(기재부·한은·금융위·금감원)이 공조해 가계부채 문제를 풀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1%대까지 추락한 잠재성장률도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1기 경제팀의 수장이었던 추경호 전 부총리는 재선 국회의원 출신답게 거대 야당을 비롯한 국회와 소통을 비교적 원만하게 풀어갔다는 평을 받는다. 정치 경력이 없는 최상목 부총리가 산적한 경제 현안을 국회와 원만하게 풀어나갈 수 있을지도 중요한 문제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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