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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7 (토)

공원 벤치 꿈쩍 않고 있던 할머니…'일본판 고려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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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벤치에 데려가 방치한 것으로 드러나

日, 65세 이상 인구 29.1% 사상 최고치

일본에서 고령화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가운데, 나이 든 노모를 공원에 유기해 숨지게 한 혐의로 50대 아들이 체포됐다.

3일 일본 NHK 등 매체에 따르면 현지 경찰은 지난달 30일 오후 미야기현에서 무직 남성 마츠다 이치아키(57)를 체포했다.

마츠다는 지난 10월 14일 간호가 필요한 상태의 노모 마츠다 도키이(86)를 자택 근처 공원에 유기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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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다는 지난 10월 14일 간호가 필요한 상태의 노모 마츠다 도키이(86)를 자택 근처 공원에 유기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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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 당국은 당일 오후 5시께 심정지 상태로 앉아 있는 마츠다 도키이를 발견해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끝내 사망 판정을 받았다.

경찰은 시신에서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소지품을 못 찾아 초기 수사에 어려움을 겪다가, 그가 해당 공원 근처에서 아들과 함께 살았다는 사실을 알게 돼 10월 말쯤 집을 찾았다. 마츠다는 경찰이 자택에 방문하자 "어머니가 집을 나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며 그제야 실종 신고를 했다.

미심쩍게 여긴 경찰은 수사 끝에 마츠다가 모친을 직접 공원 벤치에 데려가 방치했다는 사실을 확인해 그를 체포했다. 마츠다도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츠다는 2014년부터 부모와 함께 살다 올해 초 부친이 사망한 이후 모친과 단둘이 지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마츠다가 모친을 유기한 이유 등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일본, 사상 처음으로 인구 10명 중 1명 80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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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국가로 오랫동안 인구 고령화 문제로 고심해오고 있다. 유엔(UN)은 인구 대비 65세 이상 인구 비율로 봤을 때 일본의 인구가 전 세계 최고령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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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합계출산율과 출생아 수가 나란히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던 일본은 오랫동안 인구 고령화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9월 일본 정부가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일본의 1억2500만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는 29.1%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80세 이상 고령 인구는 10명 중 1명 이상 비율을 기록했다. 인구 대비 65세 이상 인구 비율로 봤을 때 일본은 전세계에서 최고령 국가이ㅏㄴ 것이다.

일본의 뒤를 이어 이탈리아와 핀란드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각각 24.5%, 23.6%로,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일본의 '국립 사회보장·인구문제 연구소'는 오는 2040년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의 34.8%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노인들, 집단 할복해야" 日 발칵 뒤집은 예일대 경제학 교수
일본에서 고령화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일본 정부는 지난 10년간 수백억 원에 달하는 세금을 들여 다양한 정책을 내놨음에도 여전히 해결하지 못했다.

이 가운데, 나리타 유스케 미국 예일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2021년 말 한 온라인 뉴스 프로그램에서 "유일한 해법은 한가지 뿐이다. 결국 노인들이 집단 할복하는 것뿐 아니냐"고 말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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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타 유스케 미 예일대 경제학과 교수 [사진출처=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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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프로그램에서 그는 "좋든 싫든 답변이 필요한 문제다.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시 해당 발언으로 큰 물의를 일으켰음에도 나리타 교수는 이후에도 수시로 노인 안락사에 대해 "언젠가는 안락사를 의무화하는 방안이 논의될 때가 온다"는 발언을 지속해서 해왔다.

사회복지를 위해 안락사를 허용해야 한다는 그의 발언은 일본 사회에서 가장 민감한 문제를 자극했다.

경제학자로서 미국 내에서 지명도가 거의 없는 나리타 교수지만, 그의 거침없는 발언에 수십만 명이 그의 SNS 계정을 팔로우하고 있다. 나리타 교수를 팔로워 하는 이들 대부분은 노령화 사회가 경제 성장을 가로막는다고 믿는 젊은 층이다.

극단적인 나리타 교수의 발언이 일본 내에서 지지받는 것은 일본의 낮은 출산율과 막대한 재정 부채를 고려할 때 빠르게 증가하는 노인 연금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치매와 고독사가 급증하면서 고령화 사회에서 나타나는 문제가 심화하고 있다.

나리타 교수 이전에도 일본에서 노인들을 도태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적이 있다. 10년 전 집권 자민당의 막강한 실력자인 아소 다로 당시 재무상이 노인들을 향해 "빨리 죽어야 한다"고 말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또, 지난해에는 하야카와 치에 영화감독이 디스토피아 영화 '플랜 75'에서 정부의 안락사 정책을 신나서 권유하는 판매원들의 활동을 묘사한 적이 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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