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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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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사회발전 기여할 책무… 내년 여성 장로 20명 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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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퇴임하는 이영훈 한교총 대표회장

“젊은 세대 꿈 잃은건 어른 책임… 희망 에너지 확산에 더 노력

정치-이념적 대립 사회 문제로… 화합위한 영향력 발휘 나설것”

동아일보

7일 퇴임하는 이영훈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은 “기성세대가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라며 “국가 지도자들이 제발 정신 차리고 무엇이 더 중요한지 각성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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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가 사회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내년엔 여의도순복음교회부터 여성 장로 20여 명을 배출하려고 합니다. 교계에 유례가 없는 일이 될 겁니다.”

7일 퇴임하는 이영훈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대표회장은 지난달 3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이기도 한 그는 “한국 교회가 처한 어려움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에 해법과 희망을 제시하려고 노력했지만 부족한 점이 많았다”며 그간의 소회를 말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8일 국내 최대 개신교 연합단체인 한교총 대표회장에 선임됐다.

―올해 개신교 140년 역사상 처음으로 광화문에서 부활절 퍼레이드를 여는 등 굵직한 일이 많았습니다.


“우리 사회가 어느 순간부터 무슨 일만 생기면 비판과 책임 추궁에 빠지는 경향이 생겼어요.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긍정과 희망의 에너지를 만들고 키우는 데는 소홀했던 것 같습니다. 한국 교회가 힘을 모아 튀르키예 지진 피해 복구 지원,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각종 포럼 개최 및 사회운동, 강원도 산불 피해 주민을 위한 주택 지원,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지원 등에 나선 것도 어려움 속에서도 긍정과 희망을 잃지 말자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고 싶어서였지요. 물론 아쉬운 점도 많습니다.”

―어떤 점이 가장 아쉬우신지요.

“지금 우리 사회는 어느 때보다 정치적, 이념적 대립이 심각합니다. 교회가 화합과 하나 됨을 위해 보다 큰 영향력을 발휘했어야 하는데…. 국가조찬기도회 같은 모임에서 정치인들에게 제발 정신을 차려달라고 애원합니다만 앞에서만 ‘네’라고 할 뿐 돌아서면 바로 잊어버리더라고요. 어떨 때는 듣지도 않는 말을 매번 하는 저 자신이 허망하게 느껴질 정도지요.”

―국가 지도자들이 젊은 세대에게 꿈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하셨는데요.

“과거에는 현실은 어려웠지만 젊은이들 가슴속을 가득 채운 꿈과 희망이 있었습니다. 1960∼70년대 ‘잘살아 보자’는 구호도 그런 것이죠. 지금은 힘들지만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세상에서 잘살아 보자는 희망요. 그런데 어느 틈엔가 그런 게 없어졌어요. 꿈과 희망은 미래 지향적인 것입니다.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는데 어떻게 아이를 낳겠습니까. 젊은이들이 마약에 빠지는 것도 그런 영향이 아닌지…. 어른들 책임이 큽니다. 나라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더 말할 것도 없지요. 그런데 매일 싸움만 하니….”

―종교계가 오히려 여성에게 문턱이 높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그런 면이 있지요. 저는 교회가 사회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올 5월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 안수식에서 49명 중 47명이 여성이었던 것도 그런 차원이죠. 이 정도 대규모 여성 목사가 한 번에 배출된 것은 국내 교회 사상 처음이었습니다. 더 나아가 내년에는 한꺼번에 여성 장로 20여 명을 배출할 예정입니다. 그동안 장로는 남성들의 전유물이어서 여성 장로는 극소수였거든요. 순복음교회는 최초고요. 아마 교계는 물론이고 사회적으로도 깜짝 놀라지 않을까 싶습니다.”

―올해도 이제 얼마 안 남았습니다.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는지요.

“앞서 말했듯이 힘들어도 긍정과 열정으로 이겨내야 합니다. 사실 이렇게밖에 말해줄 수 없는 게 답답하긴 합니다. ‘힘이 없는데 어떻게 힘을 내나요’라고 할 수 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은 결국 ‘힘들지만 이겨내자’는 긍정의 에너지밖에는 없는 것 같아요. 그런 에너지가 사회 전반에 퍼지도록 저는 물론이고 한국 교회가 노력하겠습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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