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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올해도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12월 2일)을 넘겼다.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을 준수한 건 2014년 국회선진화법 시행 이후 올해까지 딱 두 번(2014·2020년)뿐이다. 지난해에는 극한의 대치 끝에 법정시한보다 22일 늦은 12월 24일에 새해 예산안이 국회 문턱을 넘기도 했다.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여야 간 대치 정국이 길어지면서 657조원 규모 내년도 예산안도 누더기가 돼 막판 밀실 협상을 거쳐 졸속 처리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3일 국회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여당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법정시한이 경과됐지만 내년도 예산 심사에 속도를 못 내고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심사를 다 마치지 못한 내년도 예산안은 국회법에 따라 지난 2일 정부 원안대로 본회의에 자동 부의됐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는 총지출 예산을 늘리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라며 "국회에서 감액한 범위 안에서 일부 예산 증액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산을 증액하기 위해서는 기획재정부의 동의가 필요하다. '총지출 확대는 어렵다'는 정부 입장이 확고해 민주당이 주장하는 '4조6000억원 감액, 8조원 증액'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양당 원내대표단이 어느 수준에서 쟁점 예산 협상을 끝낼지가 관심이다. 쟁점 예산을 주고받는 협상 과정에서 전체 감액 규모가 결정되면 양당의 지역 민원 예산 증액이 감액 범위 안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막판에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도로, 철도, 하수도, 파출소를 비롯한 지역 예산을 마구 밀어 넣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여야가 합의점을 찾지 못한 쟁점 항목 중 가장 대표적인 게 원전 예산이다. 민주당은 지난달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예비심사 단계에서 원전 관련 예산 1890억원을 삭감했다. 이 과정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대선 과정에서 공약했던 소형모듈원자로(SMR) 예산 333억원까지 삭감했다. 여야 협상 과정에서 적어도 SMR 예산 증액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가 나눠 먹기식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 올해 대비 내년에 3조1000억원(10%) 삭감한 연구개발(R&D) 예산 복원 규모도 오리무중이다. 민주당은 삭감액의 절반 정도인 1조5000억원 증액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여당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예비비도 뜨거운 감자다. 정부는 올해 4조6000억원이었던 예비비 예산을 내년에는 4000억원(8.7%) 늘려 5조원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예비비 규모가 지나치게 많다며 2조원 삭감을 요구하며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 대표 예산으로 분류되는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예산도 증액과 삭감 기로에 서 있다. 정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지역화폐 예산을 0원으로 책정했다. 지난해는 여야 협상 과정에서 3500억원을 올해 예산에 새로 반영했는데, 올해는 행정안전위원회 예비심사 단계에서 민주당이 7000억원 증액안을 통과시켜 예결위로 넘겼다.
공적개발원조(ODA) 예산도 민주당은 9000억원 삭감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4조5000억원 수준인 ODA 예산을 내년에 2조원(44.4%) 늘려 6조5000억원을 편성했다.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총지출 증가율이 2.8%인 데 반해 ODA 예산만 40% 이상 늘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 일부 삭감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청년예산도 각 당이 추진하는 중점 정책이 달라 막판 줄다리기가 치열할 전망이다. 민주당은 국토교통위원회 예비심사에서 '3만원 청년패스' 예산을 2923억원 신설하는 대신 윤석열 정부의 대표적인 청년 일자리 사업인 일경험 지원 사업 예산은 환경노동위원회에서 2382억원 전액 삭감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열린 국정과제 점검회의에서 "그 예산이 꼭 복원이 돼서 청년 일자리와 고용에 조금 더 보탬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며 일경험 예산의 전액 복원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문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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